랑 1 - 초원의 바람
장룽 지음, 송하진 옮김 / 동방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아,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할까.
당신이 상상할 수 없던 떨림과 충격을 안겨주기 위해 초원의 늑대가 왔다. 라는 책의 카피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무협소설과도 같은 표지에 빤한 내용이 아닐까 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흥분했고 떨었고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4년반을 지내오는 동안, 늑대의 고향, 몽골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진한 후회를 했다. 물론 지금 늑대의 고향으로 간 들 늑대는 남아있지 않지만 말이다. 늑대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멸종되었고 중국의 내몽고 지방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다.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본 늑대의 사진은 모두 철장 안에 갇힌 모습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야생늑대는 전설속에 남아있는 모습 뿐일지도 모른다. 마치 이 책 속으로 야생늑대들의 혼만이 빨려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狼. 은 중국어로 늑대를 말한다. 이 책은 중국작가 장룽의 대작이며, 그가 문화대혁명 시절 몽골의 엘룬 초원에서 보낸 11년의 노동기간, 그 때 매료된 은빛 늑대에 대한 매력을 오랜세월 연구하고 다듬어서 만든 역작이라 하겠다.
내몽고, 지금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근원지가 된 황량한 사막. 이 책은 어쩌면 그 광활한초원이 사막이 된 이유가 바로 무지한 인간들이 저지른 늑대의 멸종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지도 모른다. 책에 따르면 초원의 먹이사슬은 이렇다. 초원에 사는 동물들의 먹이사슬중 가장 아랫그룹에 속하는 것은 들쥐와 햄스터, 그리고 조금 크기가 큰 것으로는 마르모트와 산토끼를 들 수 있다. 이 것들은 산속과 초원에 굴을 파고 서식하며 왕성한 번식을 자랑한다. 그리고 상위 초식동물로 가젤이 있는데, 가젤은 이동속도도 만만치 않지만 그 무게또한 적지 않아 대규모로 이동했을 경우 초목을 황폐화 시키기가 쉽다. 그 초원에서 유목을 하는 사람들은 양을 주로 키우고 그 양을 치기 위해 말을 타고 개를 훈련시켜 양치기를 하는데, 이 초원의 최고 포식자가 바로 야생늑대인 것이다. 야생늑대는 간혹 양이나 말떼를 습격하여 유목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그들은 주로 마르모트와 들쥐, 햄스터부터 시작해 가젤까지 골고루 잡아먹기 때문에 마르모트등의 설치류가 산을 황폐화 시키고 양들이 먹을 풀까지 모두 뜯어놓는 것을 막으며 가젤 또한 늑대의 주먹이가 되기 때문에 초원 생태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몽골에 사는 유목민들은 이 늑대들과 늘 대치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늑대에 대한 토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늑대가 초원을 지켜주는 신과도 같은 작용을 하며 그 곧은 기개와 뛰어난 전투력과 협동심등이 사람들이 늑대를 숭배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늑대는 상당히 매력적인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인터넷상에서 돌던 늑대는 일부일처를 철저히 지키는 동물이라는 설처럼 말이다. 그게 사실인지의 진위여부는 늑대에 대해서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이 소설은 분명 늑대를 신격화 시킬 수 있을만큼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전 중국 대륙의 중심을 지나 서쪽의 티벳 아래 자그마한 마을들을 지나는 여행을 했을 때 베이징에서 왔던 긴 머리의 좋은 카메라를 가졌던 여자를 기억한다. 그 여행에서 나는 30대의 미혼 여성 배낭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녀들은 모두 한족이었고 고학력에 고수입을 자랑하는 도시처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소수민족들의 축제에서 그 모습들을 사진에 담으며 뇌까렸었다. 한족이 가장 재미없는 민족이라고. 한족은 춤도 노래도 기개도 없다고. 그들이 봤던 이족이나 티벳민족들의 춤과 노래는 그야말로 산과 사막을 모두 집어삼킬 듯 웅장하고 화려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첸젠(작가의 분신인 듯)도 역시나 그러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 했다. 소설속엔 베이징에서 하방으로 내려온 첸젠이 인간의 욕심을 부려 한 마리의 늑대를 키우게 되는 이야기가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변질된 몽고족들과 한족들, 그리고 혁명의 바람역시 초원을 황폐화 시키는 데 한 몫을 하지만 그 커다란 구조 안에서 첸젠의 무리한 실험 역시 작은 구조를 또 이루는 액자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늑대와 초원을 지키는 일은 인간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지금 30년이 지나 늑대가 사라진 몽골 초원은 모두 사막이 되어가고 그 사막에서 이제는 모래바람만이 불어오고 있다. 간혹 비리거 노인이라는 몽고족의 현자와도 같은 인물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고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소설만큼은 이미 사라져버린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후회로 인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 여행길에 만났던 야크를 치던 목동들을 기억한다. 험한 산길을 내달리던 버스 앞에서 야크와 양을 몰던 목동들을 길을 쉽게 비켜주지 않았고 버스 기사는 그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버스 안에는 휘발유냄새와 흔들거리는 탈 것에 익숙치 못한 티벳 소녀가 구토를 했고 안경을 쓴 신사는 그녀에게 화를 냈다. 거기도 초원이 있었고 양떼가 노닐고 하늘에 독수리가 날았는데, 길을 비켜주지 않던 목동들은 아직도 길을 비켜주지 않을까 궁금하다. 이제는 그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양을 치거나 아니면 축사를 지어 대량 생산에 일조를 하기 시작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방운동 [下放運動]

중국에서 당 •정부 •군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하여 실시한 운동.

중국이 당 •정부 •군간부들의 관료주의 •종파주의 •주관주의를 방지하고 지식분자들을 개조하며 국가기구를 간소화한다는 명분으로, 간부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고급 군간부들을 사병들과 같은 내무반에서 기거하며 생활하게 하는 간부정책으로 1957년 3월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하방’된 중앙 및 성급(省級) 지방간부는 300만 명에 달하였으며, 여기에 학생들과 군간부들을 합치면 1,000만 명에 달하였다.

문화대혁명 때에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80년대 다시 재개되었다. 특히 도시의 중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변방지방에 정착시켜 도시의 인구과잉과 취업난을 완화시키는 편법으로서도 사용되어 각지의 하방청년들의 반발이 극심해져 사회문제로까지 야기되었다. 1991년 현재도 10만 명의 대학생들이 광산 •공장 •농장으로 파견되는 등 이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2007. 3. 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월터 블록 지음, 이선희 옮김 / 지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지상사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은, 어떤 책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책의 표지를 한 참 들여다보고 선택을 해야한다. 영어활자 그대로 적힌 DEFENDING THE UNDEFENDABLE 이라니, 직역하자면, 방어할 수 없는 자들을 방어하기라는 건데, Undefendable 이라는 것은 사전상에서 찾아보기 보다는 영어의 어간과 어미, 접두사를 적절히 활용해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신조어나 마찬가지인데, 영문제목을 그대로 갖다 붙인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무슨 속사정인지 몰라도, 한글로 된 제목을 만들었다면, “변호받지 못한 자들”정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패러디 했다면 오히려 눈길을 쉽게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적절한 번역제목을 찾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웠다.






책의 원서는 이런 식으로 생겼는데, 무척이나 원서에 충실한 표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나칠 정도로. 문제는 이런 표지는 한국에서 외면당하기 적합한 형태이며 아무리 책 하단에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드디어 한국 상륙”이라고 한들, 디자인에 민감한 한국독자들이 이 책을 선뜻 사겠냐는 거다. 나는 일단 계속해서 이 책에 대한 불만을 먼저 얘기할 터인데, 책에 대한 서평이라든가 추천사 (외국서적일 경우는 꼭 있다)라든가, 번역자의 이야기들이 책의 이해를 돕는데 필수적 조건이 되는 요즘 세태와 전혀 맞지 않게, 이 책은 달랑, 본문 뿐이다. 그 어떤 내용도 추가된 것이 없고 워터 블록 교수의 홈페이지가 적힌 저자 안내만이 책날개에 아주 작게 있을 뿐이다. 또한 책의 목차에는 희한하게도 영어원문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부분들이 무척 크게 적혀 있다.



Denier of Academic Freedom /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자 [디나이어 오브 아카데믹 프리덤] 이런 식이다. 이 무슨, 상징인가? 책을 읽는 내내 거슬리는 한글발음들의 표시가 끝나기가 무섭게 책은 본문만으로 끝나버렸으니, 책을 읽고 나서도 밑도 끝도 없는 글뭉치를 읽은 느낌이다. 그만큼 나는 잘 만들어진 한국식 서적에 길들여졌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번역이 미흡하거나 엉성하지는 않다. 책을 읽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철저히 미국현지의 생활에 바탕을 둔 책이긴 하지만, 꼭 미국에서 살아보지는 않았어도 미국 드라마 조금 보고 미국 영화 좀 본 사람이라면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 만한 실례들이다. 그러니까, 이런 책은 저자가 얘기하는 미국의 배경지식에 대한 주석도 달렸으면 정말 아름다웠을 책이라는 얘기다.



책에 대한 불만은 여기까지하기로 하고, 책의 내용은 앞에 얘기한 실망스러운 부분과는 다르게 상당히 참신하다. 물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제목 자체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변호받을 수 없는 작자들을 변호하는 세상 비틀기의 이야기들이니, 이 책은 세상 돌아가는 데에 필요악이라고 하는 일대 인간 말종들을 변호하는 이야기니까. 책의 목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다음 중 당신이 변호할 수 있는 인간이 누가 있는가 목차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허가 택시 Gypsy Cab Driver

암표상 Ticket Scalper

부패 경찰관 Dishonest Cop

화폐 위조범 (Non-Government) Counterfeiter

구두쇠 Miser 상속인 Inheritor

고리대금업자 Moneylender

자선사업에 기부하지 않는 자 Non-Contributor to Charity

공갈협박꾼 Blackmailer

중상모략가와 비방가 Slander and Libeler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자 Denier of Academic Freedom

광고주 Advertiser

만원극장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 Person Who Yells "Fire!" in a Crowded Theatre

매춘부 Prostitute

포주 Pimp

남성우월주의자 Male Chauvinist Pig

마약 밀매상 Drug Pusher

마약 중독자 Drug Addict

노천 광산업자 Stripminer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Litterer

저급품을 만드는 사람들 Wastemakers

살찐 자본가-돼지 고용주 Fat Capitalist-Pig Employer

동맹파업 파괴자 Scab 생산성 증대자 Rate Buster

아동 노동 착취자 Employer of Child Labor

노랑이 Curmudgeon

악덕 집주인 Slumlord

악덕 상점주 Ghetto Merchant

사재기 투기꾼 Speculator

수입상 Importer

중간상 Midleman

폭리 취득자 Profiteer



어려운 문제다. 이런 대상들이 정말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들일까? 그들이 사라지면 세상은 평화로워질까? 이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저 직업들을 모두 싹 쓸어버리면 세상은 아름다워지는가? 하는 질문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저자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하고 책을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변호 받지 못할 자들을 변호하는 임무를 띠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에서는 저들이 모두 보호받는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약간의 억지도 보탠다. 그러나 논리로 따지면 맞기는 맞는 말이다. 뭐 그런 논리적 설득들이 이어진다. 간혹 가다가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치게 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렇군!~ 혹은 그렇기도 해! 그런 점도 있긴 하지..)하고 저자에게 설득 당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의 가치관은 하늘 아래 쓸데없는 것은 없나니. 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직업과 사람들을 변호하는 과정은 매우 유쾌하다. 그리고 그 것이 자신만의 괴변이라 할 지라도 그 괴변의 전개 속에서 찾게 되는 지적 유희는 매우 스펙터클 하다. 책의 외양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책의 내용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한 번쯤 신선한 시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할 수 있는 책. 그리고 남들을 설득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모르는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7. 3. 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자극적인 제목이다.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원제는Raising Baby인데 한국어로 번역이 되면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제목에 담은 책으로 변화했다. 책의 중심 테마는 책 앞에 적혀있다. 행복한 세 살의 기억이 아기의 일생을 좌우한다. 일이냐 육아냐,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아동심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티브 비덜프가 30년 연구 끝에 밝혀낸 명쾌한 결론.

그 결론은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는 거다. 이 책은 2005년 영국에서 출판되었고 최근에 한국에 번역소개된 책이다. 영국의 아동심리학자 스티브 비덜프가 호주를 오가며 쓴 책이라 영국적 현실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생활이나 우리의 생활은 별 다를바가 없다. 선진화된 사회, 맞벌이가 미덕이 되는 사회, 물질을 추구하기 위한 인간들의 욕망은 선진국에서는 모두 비슷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이다.



작년에 한겨레 21의 한 제호는 이랬다. 하나는 왜 맞아죽었나, 영인이는 왜 물려죽었나. 우리 사회는 조손가정의 급증과 아동방치의 문제로 매일 매일 시끄럽다. 작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SOS 24라는 SBS의 고발프로그램에도 아동방치의 문제가 몇 번이나 언급되었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이후, 지식기반의 미래사회로 가는 현대 사회에 또 하나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들은 더 많이 벌어 빨리 기반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방치되고 부모들은 갈등한다. 여성의 지적지위가 상승하고 집에서 전업주부로 지내는 것이 국가적 손실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엄마들이 직업을 갖으려 한다. 혹은 전업주부로 지내는 것을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남자들이 능력있는 여성을 선호하며 현모양처가 꿈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제는 여자도 밖으로 나가 가계경제의 보탬을 주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사회가 된 것이다. 살아가면서 늘 서운한 것은 사회와 기업, 여성들의 사고방식은 초고속으로 변화되는 반면, 기득권층과 남자들의 사고방식은 굼벵이 기어가듯 느려터지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사회진출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사회에서 정작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문제를 대체해주지 않는다. 자, 당신은 여자다, 능력있는 여자,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잘해낼 수 있고 잘 해낼 것이다. 당신은 착한 맏딸, 슈퍼우먼이다. 라고 규정짓는다. 그리고 여자들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댄다. 그로 인해 결정적인 문제인 육아가 남의 손에 넘어간다. 보육기간이 넘쳐나게 생겨나고 종일반이 운영된다. 0세부터 3세까지, 세 자녀 가정 셋째는 무상교육이라는 푯말들이 놀이방에 붙어있다. 0세의 아이를 맡기고 당신은 사회로 나가라. 일을 해라, 자기 계발을 해라. 혹 멍청하게 임신기간중에 살이 쪘다면 살이라도 빼라고 아우성친다. 빠른 나라라면 약 10여년전부터 여자들이 맞벌이에 나섰고 아이들은 교육기관에 맡겨졌다. 그 아이들이 자라 지금 청소년이 되었고 너무 어린 시절에 보육기간에서 자란 아이들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는 그 책임을 모두 얼굴없는 가해자 – 사회라는 커다란 덩어리에 짐지우려 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은 물론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해결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개인이다.



책의 요점은, 3세까지의 아이들은 일반적인 보살핌이 아니라 극진한 보살핌이 필요하며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야만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며 자라기도 한다. 괜찮아, 얘는 놀이방에서도 잘 놀아라는 평가를 받는 착한 아이들은 스스로의 방어기제를 발달시키며 이미 사랑을 포기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다. 가정에서와 보육시설에서의 아이들의 성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는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존재인 엄마나 아빠, 혹은 조부모의 관심과 애정 끊임없는 눈빛을 받으며 자라지만 보육기간에서는 1명의 보육교사가 적게는 2-3명,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기까지 봐야 한다. 아이들은 젖병을 물고 억지로 잠을 자야 하고 사육되듯이 자라난다. 그런 아이들 중 간혹 어떤 아이들은 발달장애를 보이기도 하고 웃지 않거나 말이 늦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아이들의 3살 이전의 삶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작년 3월에 첫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가 예쁘고 소중하고를 떠나서 아이에 대한 육아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잘 해내야 했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내가 이 아리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떨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자라주었고 이제는 나와 교감을 나눈다고 느낀다. 그런 찰라에 나는 호시탐탐 육아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다. 괜찮아, 아이를 맡겨도 돼. 사회성도 기르고 다른 사람들 자꾸 만나봐야 나중에도 내가 편해 라는 생각에 직장을 구할까, 공부를 계속할까, 잠시라도 아이를 맡기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러 다녀야 하지 않을까, 면허를 따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회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 3세까지의 아이들은 특정 부분의 뇌가 발달하며 그 발달시기는 단지 그 때뿐이라는 것,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 끈임없이 사랑을 요구하고 사랑을 주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라는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내가 꿈꾸던 아이를 맡기고 뭔가를 해보려던 생각을 접었다. 가만히 아이만 키우고 멍하니 시간만 보내지는 않겠지만, 육아로부터 빠져나가려는 생각은 그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기로.



육아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도 있다. 이 책은 절대적으로 다 때려치우고 여자들은 집안에 들어앉아 아이를 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육아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한다. 전업주부로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틀을 깨려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능력있는 아내를 썩히는 것 같아 아까운 남편과 이번에 일을 그만두면 절대적으로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엄마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기실 책속의 주장에 비해 통계자료나 정확한 수치가 부족하다는 것이 불만스러웠고 너무 급하게 번역하여 내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로지 텍스트에 충실한 책이긴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물론, 엄마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해야할 때 또는 하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협력자는 바로 아빠라는 것도 이 책의 요지다. 육아서를 사다가 던져주는 아빠들이 아닌 스스로 읽고 넘겨주는 아빠들이 제발 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아내들에게 그 봐, 집에서 애나 보라니까 라고 말하는 남편들에게는 정확한 수치로 남편의 연봉과 아내의 예상연봉을 비교하여 슬쩍 자존심을 건드려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06. 2. 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 시대 모든 커플이 알아야 할 31가지 결혼의 진실
안미경 지음 / 갤리온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명동에 가면 가끔 성바오로서원에 간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있는 성바오로 서원은 이제 성바오로 딸이라고 이름이 바뀌었고 지금 또 문을 닫은 예전 유투존자리 앞에 있다. 그 건물은 왜 항상 백화점들이 들어왔다가 곧 철수를 하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바오로딸에 들어가면 명동이라는 장소의 특별함을 느낀다. 늘 사람들로 북적대는 명동중심가에 혼자 동동 떠 있는 섬같다고나 할까. 그 섬에서 나는 조용한 교회음악을 들으며 책들을 뒤적거린다. 내가 독실한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나일롱이라도 신이라는 존재를 믿기도 하고 예전엔 또 아주 열성이었던 과거의 편력때문인지, 바오로딸에서 책을 한 권 고르고 나면 인생이 바뀌는 것 같은, 내가 아주 착하고 순결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달콤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졌을 때는 바오로딸에서 "건강한 아기 아름다운 엄마"라는 임신기간중 읽으면 좋을 명상집을 샀었고 이번엔 "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부부지침서를 골랐다. 이런 실용서적은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가끔 경시할 때가 있다. 뭐 다 빤한 얘기 아니겠어.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겠어,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담 하는 식으로,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왜냐하면..이라는 지루한 교육용 프로그램처럼 취급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잘난척을 하지 말고 이 책을 들어보자.

나는 2005년 8월에 결혼한 겨우 결혼 2년차의 가정주부, 곧 돌이 될 아기의 엄마.

육아서는 수없이 읽었으면서 내가 부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읽었던 책은 그 유명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달랑 한 권 아니었던가. 내가 결혼생활의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찾았던 돌파구는 엄마들이 모인 클럽의 익명게시판이었다. 둘째를 가졌나봐요 하는 평범한 고민에서부터 이혼에 임박한 엄마들의 이야기, 고부갈등과 어이없는 친척들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구구절절히 뚝뚝 떨어진다. 그 게시판을 약 1시간 가량 읽고 나면 에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매우 유치한 상대비교적 행복감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의 비극을 들어 나는 괜찮다라고 자위하는 것은 매우 임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근본적 해결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육아문제로 고민하다가 다른 집 아이는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더라, 다른 집 아이는 하루종일 운다더라, 다른 집 아이는 맨날 아프다더라, 다른 집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10달을 보냈다더라 하는 얘기를 듣는다고 무슨 육아문제가 해결이 되겠는가. 눈뜨고 애가 깨어나면 또 힘들고 지칠 수밖에.

 

이 책의 저자 안미경씨는 현재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이혼의 그늘이라는 코너를 맡아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결혼준비특강이라는 것도 진행한다. 우리는 쉽게 결혼을 한다. 그 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이지 하는 생각으로, 뭐 남들도 다들 잘만 살던데 나라고 못하겠어 하면서 거대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혼수를 고르느라 바쁘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결혼을 하는지. 물론 요즘은 그런 긍정적인 커플도 있겠지만,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기엔 물질의 준비를 하느라 너무나 바쁘다.

나는 혼수와 예단 일체 없이 결혼을 한 경우이지만 우리가 마음의 준비를 한 것들은 과다한 업무에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했던 이야기들은 같이 사업체를 꾸려나가면서 모두 무너졌다. 생활과 일이 구분이 되지 않았고 재택근무를 했던 나는 남편이 들어오면 사업이야기를 해야했고 남편에게는 직장과 가정이 구분되지 않았다. 열띤 토론도 벌여봤고 (최장 기록은 장장 7시간동안 밥도 안 먹고 말로만 싸운 기억) 말 안하고 버티기도 해봤고 남들 하는 싸움은 다 해봤는데 그저 시간이 간다고 묻어두자니 가슴에 불이 치미는 것 같았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람은, 항상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남의 티끌도 커보이는 법.

 

나에겐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

다른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지만 나는 한 장 한 장을 정말 소중하게 읽었다.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와는 달리, 한국사람이 쓴 한국책인지라 한국적 결혼생활의 실례들이 많았고 남편을 원망하기 보다 또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남편에게 또 시비를 걸지 않고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들이 실려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던 도중 나는 낮잠을 자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이혼을 하게 된 내가 재혼상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 애 아빠에게 미안하다, 라고 하다가 고개를 들어 새로 만난 재혼상대를 바라보니 그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더라. 그 꿈을 꾸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주말마다 피곤한 남편과도 콧노래를 부르며 아이를 바라보며 즐거운 일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하고 줏대없는 동물인지라,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이 책은 앞으로 결혼한 지 1년쯤 된 친구들에게 사서 선물할까 한다. 혹은 올겨울 결혼한 친구와 후배들에게 우선 선물할까 한다. 자고 있는 남편, 자고 있는 아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운 순간이 온다면, 이 책을 읽으시길. 그리고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발견한다면 이 책을 선물하시길. 책 값은 9,500원. :)

 

2006. 2. 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일 나다 - 첨단 패션과 유행의 탄생
조안 드잔 지음, 최은정 옮김 / 지안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책 표지 한 번 새끈하지 아니한가.

패션리더들이 흥분할만한 채도 높은 분홍색이 점진적으로 보이고 양장 겉표지는 그라디에이션된 분홍색인데 겉표지는 수입펄지 (명함종이로 여성들에게 각광받는)에 구멍이 뽕뽕 뚫려서 그라디에이션 된 분홍색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스타일리쉬한 책 표지이다. 게다가 안에 들은 책갈피 끈은 (이게 정확한 단어가 있을 듯 한데 잘 모르겠다) 역시 연분홍색이다. 책이 일단 정말 예쁘다. 게다가 첨단 패션과 유행의 탄생이라는 부제라 나는 세계 곳곳에 있는 유행들을 취재한 글이 아닐까 했는데 내용은 17-8세기 프랑스 문학과 문화를 전공한 펜실베니아대학 석좌교수인 조안 드잔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창조한 어마어마한 럭셔리 라이프의 시초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열광하는 패션, 그리고 유행, 그 모든 것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저자와 이 책에 따르면 바로 태양왕 루이 14세가 집권시절 지나칠 정도로 집착했던 스타일리쉬! 에서 비롯된다. 루이 14세는 멋드러진 파리와 멋있는 나라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고도의 정책적 전략이었는지, 태양왕이라는 권력을 이용한 개인적 취향의 발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의 모든 정책들은 프랑스를 세계에서 가장 멋을 아는 나라로 만들었고 그 국민들은 멋을 알고 미식을 즐기는 멋쟁이들로 만들어냈다. 그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사람들은 명품에 열광하고 맛있는 음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즐겨찾는 유행과 럭셔리 라이프를 영유하게 된 것이다. 그가 집권하기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그다지 멋을 아는 나라가 아니었다고 한다. 하긴 우리가 아는 프랑스의 상징인 “닭”은 전 국민이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는 어느 국왕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 하지 않는가. 그리고 비옥한 영토를 바탕으로 한 프랑스왕국은 그저 농업국가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이 14세는 무모할 정도로 파리를 멋진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오염된 세느강에 비싼 수입백조를 수입해 풀어놓기도 하고 밤을 낮처럼 만들라는 명령을 내려 불야성의 도시를 만든다. 길에 자갈을 깔아 멋진 옷들이 더럽혀 지지 않게 하고 미용실과 기성복이 생겨나 유럽의 부호들이 파리에 찾아와 돈을 쓰게 된다. TOUR라는 영어는 불어에서 기초했으며 그 관광의 시작도 루이 14세가 변모시켜놓은 파리 때문에 생겨났다. 그로 인해 유럽 전역이 프랑스 음식과 패션과 디자인의 광풍에 휩싸였고 향수를 너무나 즐겼던 루이 14세가 말년엔 모든 향을 거부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로 인해 화장과 뚜왈렛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멋진 파티와 연회를 기획해 프랑스 귀족들의 입맛을 높였으며, 커피와 샴페인 같은 고급 음료가 자리잡게 되었으며 그를 즐기는 장소도 프랑스만의 것으로 변화시켰다.

진정, 루이 14세는 문화정치로 세상을 주름잡은 태양왕이었으며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이사를 하면서 만든 거울의 방이 거울산업을 진일보 시켰고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접이식 우산까지 발명해내는 사람들도 생겼다. 오늘날의 전단지와 광고, 멋진 간판들도 모두 그 때 만들어진 것이며, 프랑스에 가면 간판이 작아 당췌 가게를 찾을 수 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불평 역시 루이 14세의 도시 정비정책으로 비롯된 것이 여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책은 헤어살롱과 헤어드레서의 출현 / 오트 쿠튀르 기성복의 탄생 / 첨단 패션의 마케팅 전략/ 각선미 좋던 왕이 선호했던 멋진 구두와 뮬의 탄생, 그리고 신데렐라 이야기의 시작 / 오트 퀴진이라 불리는 프랑스 요리의 탄생 / 오늘날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을 만들어 낸 쉬크 카페의 탄생 / 신의 음료수 샴페인의 탄생 / 블루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루이 14세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 낸 보석계의 새로운 판도 / 패션과 과학기술의 만남으로 이어진 거울의 탄생 / 불야성을 이룬 도시를 만든 세계 최초의 가로등 / 접이우산의 탄생이 가져온 문화와 패션 문학의 변화 / 앤틱과 가구 인테리어로 이루어진 럭셔리 라이프의 절정 / 향수와 화장품. 투왈렛이 가져온 프랑스의 대표적인 수출공신 등에 대해서 13개의 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패션에 조금 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갈피에 침을 묻혀가며 책에 빠져들 것이다. 저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17세기 버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였는데 과연 이 책은 스타일나는 럭셔리한 (사치스러운 또한 고급스러운) 인류의 족적이 어디부터 시작됬는가에 대해서 신명나게 읊어주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지식의 연회이기도 하지만 고급 연회가 그렇듯이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고 즐거운 대화과 향기로운 향수와 술들이 가득한 것처럼 내용만큼이나 무척 재미있다. 17세기. 그 때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어느 나라이건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했을 법한데 그 때 파리를 휘어잡던 패션의 열풍은 그 어떤 도시 건설로 인한 건설붐만큼 프랑스를 대단한 나라로 키워놓았다. 그리고 그 힘은 아직까지 이어져 프랑스 파리는 패션의 도시로 프랑스에서 나오는 패션용품들이 세계의 패셔니스트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템으로 국가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엄청난 파워가 이루어낸 매우 영악한 럭셔리 문화 정책. 한 국가가 일어서는 방법에 이런 멋드러진 산업도 있다니, 그야말로 흥미진진이다.



불어를 조금 할 줄 알거나 문화사,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독자보다 더 재미나게 환장하고 읽을만한 책이다. 예쁜 책표지부터 알찬 책 내용까지, 아주 잘 만들어진 스타일나는 책 한 권이었다.


2007. 2. 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