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월터 블록 지음, 이선희 옮김 / 지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지상사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은, 어떤 책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책의 표지를 한 참 들여다보고 선택을 해야한다. 영어활자 그대로 적힌 DEFENDING THE UNDEFENDABLE 이라니, 직역하자면, 방어할 수 없는 자들을 방어하기라는 건데, Undefendable 이라는 것은 사전상에서 찾아보기 보다는 영어의 어간과 어미, 접두사를 적절히 활용해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신조어나 마찬가지인데, 영문제목을 그대로 갖다 붙인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무슨 속사정인지 몰라도, 한글로 된 제목을 만들었다면, “변호받지 못한 자들”정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패러디 했다면 오히려 눈길을 쉽게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적절한 번역제목을 찾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웠다.






책의 원서는 이런 식으로 생겼는데, 무척이나 원서에 충실한 표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나칠 정도로. 문제는 이런 표지는 한국에서 외면당하기 적합한 형태이며 아무리 책 하단에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드디어 한국 상륙”이라고 한들, 디자인에 민감한 한국독자들이 이 책을 선뜻 사겠냐는 거다. 나는 일단 계속해서 이 책에 대한 불만을 먼저 얘기할 터인데, 책에 대한 서평이라든가 추천사 (외국서적일 경우는 꼭 있다)라든가, 번역자의 이야기들이 책의 이해를 돕는데 필수적 조건이 되는 요즘 세태와 전혀 맞지 않게, 이 책은 달랑, 본문 뿐이다. 그 어떤 내용도 추가된 것이 없고 워터 블록 교수의 홈페이지가 적힌 저자 안내만이 책날개에 아주 작게 있을 뿐이다. 또한 책의 목차에는 희한하게도 영어원문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부분들이 무척 크게 적혀 있다.



Denier of Academic Freedom /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자 [디나이어 오브 아카데믹 프리덤] 이런 식이다. 이 무슨, 상징인가? 책을 읽는 내내 거슬리는 한글발음들의 표시가 끝나기가 무섭게 책은 본문만으로 끝나버렸으니, 책을 읽고 나서도 밑도 끝도 없는 글뭉치를 읽은 느낌이다. 그만큼 나는 잘 만들어진 한국식 서적에 길들여졌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번역이 미흡하거나 엉성하지는 않다. 책을 읽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철저히 미국현지의 생활에 바탕을 둔 책이긴 하지만, 꼭 미국에서 살아보지는 않았어도 미국 드라마 조금 보고 미국 영화 좀 본 사람이라면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 만한 실례들이다. 그러니까, 이런 책은 저자가 얘기하는 미국의 배경지식에 대한 주석도 달렸으면 정말 아름다웠을 책이라는 얘기다.



책에 대한 불만은 여기까지하기로 하고, 책의 내용은 앞에 얘기한 실망스러운 부분과는 다르게 상당히 참신하다. 물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제목 자체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변호받을 수 없는 작자들을 변호하는 세상 비틀기의 이야기들이니, 이 책은 세상 돌아가는 데에 필요악이라고 하는 일대 인간 말종들을 변호하는 이야기니까. 책의 목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다음 중 당신이 변호할 수 있는 인간이 누가 있는가 목차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허가 택시 Gypsy Cab Driver

암표상 Ticket Scalper

부패 경찰관 Dishonest Cop

화폐 위조범 (Non-Government) Counterfeiter

구두쇠 Miser 상속인 Inheritor

고리대금업자 Moneylender

자선사업에 기부하지 않는 자 Non-Contributor to Charity

공갈협박꾼 Blackmailer

중상모략가와 비방가 Slander and Libeler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자 Denier of Academic Freedom

광고주 Advertiser

만원극장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 Person Who Yells "Fire!" in a Crowded Theatre

매춘부 Prostitute

포주 Pimp

남성우월주의자 Male Chauvinist Pig

마약 밀매상 Drug Pusher

마약 중독자 Drug Addict

노천 광산업자 Stripminer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Litterer

저급품을 만드는 사람들 Wastemakers

살찐 자본가-돼지 고용주 Fat Capitalist-Pig Employer

동맹파업 파괴자 Scab 생산성 증대자 Rate Buster

아동 노동 착취자 Employer of Child Labor

노랑이 Curmudgeon

악덕 집주인 Slumlord

악덕 상점주 Ghetto Merchant

사재기 투기꾼 Speculator

수입상 Importer

중간상 Midleman

폭리 취득자 Profiteer



어려운 문제다. 이런 대상들이 정말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들일까? 그들이 사라지면 세상은 평화로워질까? 이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저 직업들을 모두 싹 쓸어버리면 세상은 아름다워지는가? 하는 질문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저자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하고 책을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변호 받지 못할 자들을 변호하는 임무를 띠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에서는 저들이 모두 보호받는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약간의 억지도 보탠다. 그러나 논리로 따지면 맞기는 맞는 말이다. 뭐 그런 논리적 설득들이 이어진다. 간혹 가다가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치게 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렇군!~ 혹은 그렇기도 해! 그런 점도 있긴 하지..)하고 저자에게 설득 당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의 가치관은 하늘 아래 쓸데없는 것은 없나니. 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직업과 사람들을 변호하는 과정은 매우 유쾌하다. 그리고 그 것이 자신만의 괴변이라 할 지라도 그 괴변의 전개 속에서 찾게 되는 지적 유희는 매우 스펙터클 하다. 책의 외양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책의 내용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한 번쯤 신선한 시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할 수 있는 책. 그리고 남들을 설득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모르는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7.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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