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자극적인 제목이다.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원제는Raising Baby인데 한국어로 번역이 되면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제목에 담은 책으로 변화했다. 책의 중심 테마는 책 앞에 적혀있다. 행복한 세 살의 기억이 아기의 일생을 좌우한다. 일이냐 육아냐,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아동심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티브 비덜프가 30년 연구 끝에 밝혀낸 명쾌한 결론.

그 결론은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는 거다. 이 책은 2005년 영국에서 출판되었고 최근에 한국에 번역소개된 책이다. 영국의 아동심리학자 스티브 비덜프가 호주를 오가며 쓴 책이라 영국적 현실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생활이나 우리의 생활은 별 다를바가 없다. 선진화된 사회, 맞벌이가 미덕이 되는 사회, 물질을 추구하기 위한 인간들의 욕망은 선진국에서는 모두 비슷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이다.



작년에 한겨레 21의 한 제호는 이랬다. 하나는 왜 맞아죽었나, 영인이는 왜 물려죽었나. 우리 사회는 조손가정의 급증과 아동방치의 문제로 매일 매일 시끄럽다. 작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SOS 24라는 SBS의 고발프로그램에도 아동방치의 문제가 몇 번이나 언급되었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이후, 지식기반의 미래사회로 가는 현대 사회에 또 하나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들은 더 많이 벌어 빨리 기반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방치되고 부모들은 갈등한다. 여성의 지적지위가 상승하고 집에서 전업주부로 지내는 것이 국가적 손실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엄마들이 직업을 갖으려 한다. 혹은 전업주부로 지내는 것을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남자들이 능력있는 여성을 선호하며 현모양처가 꿈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제는 여자도 밖으로 나가 가계경제의 보탬을 주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사회가 된 것이다. 살아가면서 늘 서운한 것은 사회와 기업, 여성들의 사고방식은 초고속으로 변화되는 반면, 기득권층과 남자들의 사고방식은 굼벵이 기어가듯 느려터지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사회진출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사회에서 정작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문제를 대체해주지 않는다. 자, 당신은 여자다, 능력있는 여자,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잘해낼 수 있고 잘 해낼 것이다. 당신은 착한 맏딸, 슈퍼우먼이다. 라고 규정짓는다. 그리고 여자들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댄다. 그로 인해 결정적인 문제인 육아가 남의 손에 넘어간다. 보육기간이 넘쳐나게 생겨나고 종일반이 운영된다. 0세부터 3세까지, 세 자녀 가정 셋째는 무상교육이라는 푯말들이 놀이방에 붙어있다. 0세의 아이를 맡기고 당신은 사회로 나가라. 일을 해라, 자기 계발을 해라. 혹 멍청하게 임신기간중에 살이 쪘다면 살이라도 빼라고 아우성친다. 빠른 나라라면 약 10여년전부터 여자들이 맞벌이에 나섰고 아이들은 교육기관에 맡겨졌다. 그 아이들이 자라 지금 청소년이 되었고 너무 어린 시절에 보육기간에서 자란 아이들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는 그 책임을 모두 얼굴없는 가해자 – 사회라는 커다란 덩어리에 짐지우려 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은 물론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해결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개인이다.



책의 요점은, 3세까지의 아이들은 일반적인 보살핌이 아니라 극진한 보살핌이 필요하며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야만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며 자라기도 한다. 괜찮아, 얘는 놀이방에서도 잘 놀아라는 평가를 받는 착한 아이들은 스스로의 방어기제를 발달시키며 이미 사랑을 포기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다. 가정에서와 보육시설에서의 아이들의 성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는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존재인 엄마나 아빠, 혹은 조부모의 관심과 애정 끊임없는 눈빛을 받으며 자라지만 보육기간에서는 1명의 보육교사가 적게는 2-3명,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기까지 봐야 한다. 아이들은 젖병을 물고 억지로 잠을 자야 하고 사육되듯이 자라난다. 그런 아이들 중 간혹 어떤 아이들은 발달장애를 보이기도 하고 웃지 않거나 말이 늦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아이들의 3살 이전의 삶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작년 3월에 첫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가 예쁘고 소중하고를 떠나서 아이에 대한 육아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잘 해내야 했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내가 이 아리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떨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자라주었고 이제는 나와 교감을 나눈다고 느낀다. 그런 찰라에 나는 호시탐탐 육아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다. 괜찮아, 아이를 맡겨도 돼. 사회성도 기르고 다른 사람들 자꾸 만나봐야 나중에도 내가 편해 라는 생각에 직장을 구할까, 공부를 계속할까, 잠시라도 아이를 맡기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러 다녀야 하지 않을까, 면허를 따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회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 3세까지의 아이들은 특정 부분의 뇌가 발달하며 그 발달시기는 단지 그 때뿐이라는 것,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 끈임없이 사랑을 요구하고 사랑을 주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라는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내가 꿈꾸던 아이를 맡기고 뭔가를 해보려던 생각을 접었다. 가만히 아이만 키우고 멍하니 시간만 보내지는 않겠지만, 육아로부터 빠져나가려는 생각은 그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기로.



육아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도 있다. 이 책은 절대적으로 다 때려치우고 여자들은 집안에 들어앉아 아이를 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육아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한다. 전업주부로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틀을 깨려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능력있는 아내를 썩히는 것 같아 아까운 남편과 이번에 일을 그만두면 절대적으로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엄마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기실 책속의 주장에 비해 통계자료나 정확한 수치가 부족하다는 것이 불만스러웠고 너무 급하게 번역하여 내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로지 텍스트에 충실한 책이긴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물론, 엄마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해야할 때 또는 하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협력자는 바로 아빠라는 것도 이 책의 요지다. 육아서를 사다가 던져주는 아빠들이 아닌 스스로 읽고 넘겨주는 아빠들이 제발 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아내들에게 그 봐, 집에서 애나 보라니까 라고 말하는 남편들에게는 정확한 수치로 남편의 연봉과 아내의 예상연봉을 비교하여 슬쩍 자존심을 건드려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0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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