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digilog (보급판 문고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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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선언은 2006년 초 이어령씨가 중앙일보에 새해기념으로 쓴 기고문을 정리하고 보완하여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의 후속으로는 디지로그 전략이 나올 것이라 한다.

디지로그라 함은 DIGITAL 과 ANALOG의 합성어인데, 디지털 시대를 맞는 한국인들의 갈 길이랄까..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야 아날로그의 감수성이 합쳐져야 살아남는다는, 이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이 시대를 극복하고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칼럼이다.

디지털시대가 열리고 여러가지 디지털 제품과 디지털 문화가 쏟아져 나오지만 결국 승리하는 것들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들이라는 게다. 그리고 한국적 마인드에서 이 승리법에 접근하는 법에 대해서 저자가 아주 쉽고 조근조근하게 풀어주고 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국문학자이며 지식인인 이어령 교수는 한국어에 유난히도 많은 "먹는다"라는 표현으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국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그 특징들을 살려내는 기술들, 나물이야기, 젓가락 이야기부터 시작해 한국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살리고 그것을 디지털시대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한국민족의 자긍심을 가지고 장점을 잘 보완하면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민족이라는, 일종의 캠페인성 성격이 짙은 책이다.

 

읽을 만한 책이다. 신문지상에 연재되었던 것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면 다시 뒤져서 읽어도 괜찮을만하고.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교보문고에 산더미처럼 쌓여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던 것이 거부감으로 남았었다. 권력을 지닌 지식인의 책은 바로 저런식으로 세상에 파고드는 것인가 하는 생각.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이다보니 저렇게 대접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

아쉬운 것은 이어령 선생정도 된다면 엘빈토플러의 부의 미래정도 되는 책을 좀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 많이 아쉽다. 한국의 대표지식인의 책이라고 하기엔.

일단 이 책은 급한대로 엮어져서 나온 책이니 후속으로 나올 디지로그 전략을 좀 기대해봐야할 듯..그 책은 2007년 신년 칼럼이 또 엮여서 나올 지도 모르겠지만.

 

2006.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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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옥스퍼드 Intro 1
사이먼 블랙번 지음, 고현범 옮김 / 이소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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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입문서적을 한 권 봐야겠다 싶어서 고른 책이다.

옥스퍼드 철학사전의 저자인 사이먼 블랙번은 캠브리지 대학의 철학교수인데, 이 책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한 교재로 적합한 책인듯.

책은 지식, 마음, 자유의지, 자아, 신, 추리, 세계, 무엇을 할 것인가, 등 총 8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의 내용들은 서양 철학 데카르트로부터 시작하여 흄를 기본 뼈대로 삼아 로크나 라이프니츠등의 각 철학자들의 이론을 넘나들고 있다. 어느정도 철학에 대한 상식이 있거나, 혹은 깊이있게 공부하기에 적당한 책인듯.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한 번 쓱 읽고 말기엔 부적절한 책임에 틀림없다. 이런 책은 사실 펴 놓고 옆에 노트도 놓고 공부를 하면서 보거나 아니면 줄이라도 좍좍 그어가면서 읽어야 하는데, 빌려온 책이라 그게 쉽지 않으니.. 아쉬웠다.

 

매우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집중해서 읽어야 그 가치가 발휘되는 폭넓은 서양철학의 입문서라고 할까? 철학이라는 과목자체가 우리 일상과 너무나 멀게 느껴지지만 꼭 그렇지많은 않다는 것을 다양한 실례를 들어 얘기해주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지식이나 신, 자유의지등에 대한 개념을 폭넓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실재적으로 관심사를 두고 있다는 것의 의미와, 그 무게가 실린 관심사가 변화되는 이유등을 매우 논리정연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그러니까, 줄을 그어가며 정확하게 의미파악을 하고 공부를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철학입문서라는 것. 번역을 맡은 고현범씨도 대학철학교재로 손색이 없는 책이라 하셨으니.. 그냥 쉽게 읽기 보다는 서양철학과 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진중하게 선택해야 할 책.

 

물론, 이정도책까지 교양서적으로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절대 말릴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내가 왜 이 책을 읽었는가 후회가 조금 들었다. 사람마다 필요한 책은 모두 다르니까.

 

2006.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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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대가들 - 역설과 위트, 논리와 상상력의 39가지 철학우화
로베르토 카사티.아킬레 바르치 지음, 이현경 옮김, 김영건 추천 / 열대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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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논쟁의 대가들이라고 해서 역사적으로 논쟁을 잘 했던, 한 마디로 말빨이 좋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쉽게 착각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들의 어떤 논쟁의 역사를 이야기 한 것이 아니고, 논쟁을 벌이는 불특정한 인물, 익명의 가공인물을 통하여 대가들이나 펼칠법한 논쟁을 풀어주고 있다.

 

이 책은 철학서적이고, 그 중에서도 논리학에 가깝다.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여겨지는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3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에피소드들은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스탐파"에 실렸던 내용들이라고 한다.

 

정말, 우리가 생각했을 때, 쓸데없는 것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어떻게 확인하는가? 촉감으로? 거울에 비춰봤을때? 그렇다면 거울에 비춰본 나는 좌우가 바뀌고 있는데, 그 좌우가 바뀐 내가 나와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은 어떻게 증명하는가? 나의 의식은 어디까지인가? 의식을 잠재우고 기억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시간의 기준은 무엇인가? 1월 2일에 태어난 사람은 지역에 따라 그 날짜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뉴욕에서 1월 2일에 태어난 아이와 파리에서 1월 2일에 태어난 아이는 생일이 같은가 다른가.

 

어떻게 보면 논리학이라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핑계로 나 역시 중국에서 학부 공부를 할 때 내 짧은 중국어로는 도저히 논리학을 패스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면, 그 존재와 언어는 불가분의 관계로서 어쩌면 언어가 존재하지 않으면 한 존재도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매우 난해한 문제가 나타난다.

 

이 책은 3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언뜻 보기엔 매우 쉽게 읽을 수 있을 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술술술 읽고 책을 덮으면 그만인 책들이 있는 반면, 한 꼭지 읽고 한 박자 쉬고 생각을 해야하는 책들이 있다. 어차피 독서라는 게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방법으로 남의 생각들을 엿보고 훔쳐내는 것이라면, 이런 책들은 그 생각들을 빌려 또 다른 생각을 창조해내지 않으면 완전한 독서로 이루어지지 않는 책일 게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논술교재로서 매우 좋을 듯 하다. 대학생들의 논리학 스터디 교재로서도 손색이 없을 듯하고.

누군가에게 논술을 다시 가르치게 된다면 한 권 구비해두어야 겠다 싶은 책.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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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구스따보의 바보 일기
또노 지음, 유왕무 옮김 / 예림기획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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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생소한 이름의 작가와 제목인 이 책은 스페인의 풍자/해학작가인 또노라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다.

고운 삽화도 함께 들어있는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철학동화라는 이 이야기는 매우 쉽게 읽히면서도 한 박자씩 쉬고 읽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구스따보라는 꼬마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그의 눈으로 비춰본 어른들의 세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과 어이없는 부조리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구스따보는 모든 것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매일 매일의 세상에 접근해나간다.

학교 선생님들은 뭔가를 가르쳐주지는 않고 계속해서 묻기만 한다는 둥, 흑인을 왜 흑인이라고 부르는지, 키가 작다고 왜 무시를 하는건지, 등등, 읽으면서 큭, 하고 웃게 되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도 하는 책이다.

타이틀에 걸린 내용처럼 정말 8세부터 88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읽어도 될 듯. 그러니까 .. 가정에 하나정도 있다면 화장실에 비치해놓고 식구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라고 할까.

 

작가의 독특한 시선 -예를 들어 트럼본은 정말 이상하게 생겼어 - 라든가, 그럴싸한 말로 아이를 유혹해놓고 결국 논리성에서 부족하여 얼버무리고 마는 구스따보 주변의 어른들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해학이 넘친다.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두고 두고 읽어도 좋을 만한 책.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200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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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기행 1 청소년 현대 문학선 12
신경림 지음, 이보름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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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빌리던 날 그 옆에 붙어있어서 눈여겨 보았던 책이다.

아니나 달라, 그 책에서 "신경림 시인의 민요기행을 읽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내가 봤던 판본은 굉장히 깨끗한 것이어서 2000년도 이후에 출간된 것 같았는데 어찌된 일일까 했다. 이번에 빌려온 민요기행 1.2권은 알고 보니 1980년대에 신경림 시인이 한길사에서 펴냈던 것을 청소년이 읽기 좋게 다시 쓴 책이라고 책머리에 밝히고 있다. 어느정도의 편집을 거쳤는지 원판본을 읽어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적당한 삽화와 널직한 자간, 그리고 두 권의 책으로 나온 것으로 보아 조금 쉽게 편집되었거나 청소년이 읽기 부적당한 것들은 조금 빼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민요란 것이 뭐 노동요만 있을라고. ㅎ 남녀상열지사만큼 재미난 것은 없을 것인데 말이다. 아쉽게도 문이당 판본에는 상렬지사에 관련된 민요는 거의 없다.

 

신경림 시인은 1984년에 민요 연구회를 결성하였다고 한다. (책 뒤 작가 약력에 있다) 그리고 1989년까지 의장으로 활동하였고, 1985년에 한길사에서 민요기행 1권을 발간했고, 1989년에 역시 한길사에서 민요기행 2권을 내놓았다. 신경림 시인의 시 중에 내가 참 좋아하는 목계장터나 새재, 등을 보았을 때, 역시 신경림 시인은 돌아댕기기 좋아하는, 그리고 우리 산천과 민중의 삶의 모습에 흠뿍 빠져있는 시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면서도 시인을 찾아서와 같은 책도 기획하여 내놓는,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려 노력하는 양반인 것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민요를 찾아 다닌 신시인의 기행문이다. 전문적으로 민요를 분석하고 연구한 책이라고 보기보다는, 민요를 찾아서 산넘고 물건너 다니다가 실패도 했고 그 동네에서 누구를 만났고, 그 동네의 분위기가 그랬고 노래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는데 없었고, 굿 구경을 했고, 갑자기 누가 소를 몰아달라 해서 소를 몰기도 했고, 동네 동제를 구경했고, 그 동네 사람들이 외지인이라고 별로 안 좋아하는것 같기도 했고, 하는 이야기들을 시인의 겸허한 시선으로 주저리 주저리 풀어주고 있다.

 

책은 강원도부터 진도, 대부도, 지리산, 제주도, 충청도 중원까지 우리의 산천을 누비고 누벼, 이 좁디 좁은 나라에 이다지도 다양한 지방색이 남아있을 줄이야 싶은 이야기들로 그득하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좁은 나라인가는, 조금 커다란 나라에 살다 오면 확실히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중국 대륙에서 4년 반을 지낸 나는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려고 해. 라고 하면 그 가까운 곳이라는 게 기차로 7시간, 혹은 기차로 4-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어서 우리나라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물리적 시간으로 5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놀라기도 했었다. 이 좁은 나라에도, 산이 있고 물이 있어서 지역마다 그 풍습이 모두 다르고, 우리는 또한 대부분 서울 근교에 몰려 살고 있어서 지방에 얼마나 재미난 것들이 살아있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래전 소백산에 갔다가 그 아랫동네 허름한 빵집에서 동행들과 끼니를 때웠던 생각이 났다. 그 어색하던 지방도시의 풍경과 냄새와 길목들이, 가득가득 밀려와서, 나는 이 땅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하노라고, 고작 4년 반을 살아온 나라에 대해서 그다지도 많이 알고 싶어서 이리저리 묻고 뒤져보고 해서 아는 척을 했으면서 나를 낳고 기룬 이 땅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대체 무엇이냐고 스스로를 타박하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민요의 참맛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민요기행의 주목적은 오래된 노래들을 살리는 것이 아니고 그저 이 땅에 남아있는 노래들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정처없는 발길과 만남이 주된 목적이었는 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정악과 산조를 들었다. 그리고 벅스 뮤직에서 한달 이용권을 끊어서 이광수의 진도아리랑을 들었다.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고 반성했다. 그리고 이 책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깨끗하다는 것이 또 슬펐다. 책을 읽다가 남편에게 "이 책은, 잘 안 빌려가나봐. 책이 너무 깨끗해."라고 했더니 "좋겠네."하던 남편은 자기가 읽던 책을 내리고 내 책을 물끄러미 보더니  "아마 그 책은, 니가 처음 빌려본 책인 것 같다. 도서관 생긴지도 얼마 안 됐는데." 라고 했다.

 

이 책을 반납하면서 그동안 몇 명이 이 책을 빌려갔었냐고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나도, 나의 아이를 위해서 좀 더 이 땅에 대해서, 이 땅에 남은 것들에 대해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과 함께 채록된 민요 CD가 함께 발매되었더라면 정말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제 그 모든 것이 다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 그 일을 해야할터인데 하는 생각과, 어쩌면 이미 늦은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함께 했다.

 

2006. 11. 19.

 

+민요기행을 읽으면서 적당한 국악앨범을 더 사려고 리브로를 뒤졌더니 국악은 "월드뮤직"이라는 장르구별로 들어가 있고 클래식은 당당히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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