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의 뜻을 품고 죽은 사람마냥 공부만 하겠다며 서울에 올라와 놓고선 1, 2월 꼬박 한 달에 20권씩 읽었다. 미친 놈. 광탈의 향기. 그리하여 이를 악물고 3월에는 한 권도 읽지 않았다. 3월 말일, 오늘은 독서기록을 남길 일이 없다는 사실에 정말 뿌듯(?)했다. 나도 한다면 하는군. 의기양양하게 4월을 맞이했다. 그러나 자만은 항상 방심을 낳는 법. 어쩐지 정신을 차려보니 4월에는 44권을 읽고 말았다. 444는 무엇을 암시하는가..... 으흑, 하다하다 독서 요요라니, 꺼지라 그래, 지옥으로 꺼져버리라 그래..... syo는 역시, 죽으나 사나 한 달 평균 20권은 읽게 만들어져 있는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망할 것이다, 내 인생은.

 

201804 : 44

 


1. 아무튼, 서재

: 책이라는 물건이 사람을 적시면 사람은 각기 다른 색깔로 빛난다. 나는 나와 당신이 얼마나 비슷한 사람들인지 알아채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책을 지목한다. 동시에 나와 당신이 얼마나 제각각의 사람들인지 판별하는 일 앞에서도 책을 제일 먼저 꺼내들 것이다.

 + "일반적인 소설 크기의 책을 간결히 꽂기 위한 칸의 적정 높이는 25m이다."(31) 라는 문장은 롯데월드타워를 한 방에 복층 원룸으로 만들어버린다.

 + "1978년 프랑스 혁명은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71) 라는 문장은, 자유평등박애를 나보다 몇 살 많긴 해도 이야깃거리가 겹쳐 말이 잘 통하는 형 정도로 취급하게 한다.

 

2.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 기승전사랑. 예술도 사랑. 사랑도 사랑. 사는 게 다 사랑. 뭐 그럼 또 어때. 사랑 좋잖아. 좋긴 한데,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말들. 무시로 마음 펄럭거리는 청소년들의 가슴에는 착 들어맞겠으나, 좀 살아보면 알게 되지. 이놈의 세상이 사랑에게 무중력 혹은 무균실은 아니라는 것쯤.

 

3. 번역청을 설립하라

: 핵공감. 진짜. 제발.

 

4.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 낄낄 웃다가 끝났다. 확실히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맞춤법 책. 저자의 필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다른 작품을, 이를 테면 에세이 같은 거, 기대해 본다.

 



5. 신영복 평전

: 신영복 선생님의 높으신 삶에다 나 같은 졸자가 한 마디 더 얹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삼웅 선생님은 물론 평전으로는 독보적인 존재이시지만, 솔직히 글맛이 좀 고루한 데는 있다. 아무래도 슈테판 츠바이크가 되실 수는 없을 것 같다.

 

6.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 시상식장에서 바로 트로피를 경매 붙여 팔아치운 파격에 비하면 조금은 조용한 글들이지만, 파격을 욕심내지 않는 그 태도에서 오히려 그녀의 파격이 연출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7. 아무튼, 망원동

: 나보다 딸랑 두 살 많은 저자는 나보다 무려 두 배는 세심하고 다정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가 살아온, 자기를 성장시킨 공간에 대해 이만한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작가를 꿈꾸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이미 난 포기했지. 후후.

 

8.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시사인문학

: 책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책이 너무 많아서 인문학이란 단어가 도대체 뭘 가리키는 말인지 알아채기란 점점 힘들어진다.




9.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 너무 절박할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고 이런 책도 보게 되는 건데, 지푸라기가 너무 지푸라기라서 지금 손에 든 이 지푸라기를 어떡해야 하나 모르겠다.....

 

10. 배우는 법을 배우기

: 뭔가 달인, 구루의 포스가 난다. 에빙하우스 곡선 따라 복습 잘 하고 반복 많이 하고 어쩌고 저쩌고 써 있는 그런 책(위의 책....)하고는 클라스가 다른 느낌. 대증요법이 아니라 체질개선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방식이랄지. 밑줄 오지게 그었다.

 

11. 이 짧은 시간 동안

: 시는 금방 잊히겠지만 그래도 단 한 줄은 오래 묵혀 두고두고 곱씹겠다. "이제는 아무도 내 눈물로 소금을 만들지 않는다." -

 

12. 축복받은 집

: 대체 뭘 먹고 뭘 읽고 뭘 어떻게 하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소담하고 때론 단조롭기까지 한 문체가 날아가 맞히는 자리가 정확하고 적확하여, 특별히 밑줄 하나 그은 것 없어도 감동에 젖는다.




13. 골목 바이 골목

: 장소를 잡아채 이야기로 빚어놓는 능력은 참 부럽다. syo는 사람을 가지고 글을 만들 줄을 겨우 알 뿐이고, 이렇게 공간이 씨앗이 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을 보면 일단 경탄부터 하고 본다. 그럼에도, 좋은 에세이를 만드는 요소 가운데는 분명히 '읽는 사람의 기분' 같은 것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하고 시작했는데, 글을 좀 쓰는군, 으로 책을 덮은 것은 아마 내 탓일 거야.

 

14. 만화로 보는 세기의 철학자들 폭력을 말하다

: 이런 만화는 일본에서 잘(그리고 종종) 만드는데. "폭력"이라는 주제를 놓고 몇몇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 일부를 잘라내고 요약하여 그림에 버무린 책. 그러나 이렇게 재미가 없을 거면 뭐하러 굳이 만화로 꾸민 걸까. 요약서나 입문서로써도 그다지 쓸모가 있지 않은 허망한 책.

15. 눈앞에 없는 사람

: 아름답다는 생각은 자주 들었지만 한 권을 다 덮을 때까지도 어쩐지 마음자리는 요동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주파수? 독해력? 어쩌면 읽는 순간의 감정 상태가 문제일수도. 이런 부분이 좋았느니 싫었느니 말할 수 있을 만큼 읽어내질 못했으니 무슨 평이 가능할까. 아니 어쩌면 읽어내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평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16. 아무튼, 피트니스

: 몸은 언제나 숙제 같다. 마음이라고 그리 멀리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몸과의 거리가 여실하고, 나이가 들수록 그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진다. 점차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가쁘다. 그러고 나자, 이렇게는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몸과 마음이 각각 한 마리의 외발짐승이 아니라, 두 발 달린 짐승의 왼발 오른발이라는 것, 그러니까 지금 나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중이라는 것도.




17. 한 글자 사전

: - 내가 잘 쓰면 어쩐지 웃고 싶어지지만 끝까지 안 웃고, 남이 잘 쓰면 괜히 웃기 싫지만 이내 웃어 본다.

- 나도 두 개 달고 그녀도 두 개 달았는데 보이는 게 세상 다르다.

- 그래서 아무래도 나는 안 되겠다.

 

18.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학

: 책 뒷면에 쓰여 있다. "재무 3표를 전문 용어나 숫자 없이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한다!" 이게 곧 이 책의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다.

 

19.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 저자가 스스로 회계공부의 레벨 0인 책이라고 밝힌 바, 쉽고 간단하긴 하다. 그러나 그 말은 또한 이 책 한 권만으로는 결국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

 

20. 김상욱의 과학공부

: 그런 카피가 있었다. "과학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그러나 이 무지막지한 시대에 과학을 되돌려 받아야 할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이 우리에게 왔다. 저기 골목 모퉁이에, 과학이 수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다. , 이리 와, 같이 놀자.




21. 기억의 몽타주

: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듯, 소설이란 단지 필력만으로 잘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syo가 사랑해마지않는 류동민 선생님이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론의 번역과 교열을 둘러싼 짧은 회고 소설과 그 소설에 대한 자기 분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마치 현재가 종종 구미에 맞게 (스스로도 눈치 채지 못하게) 기억을 윤색하면서 과거와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듯이, 분석이 소설을 알차게 발라 먹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분석 쓰려고 소설 썼다. 그러나 소설과 분석을 동시에 쓰다 보니 그 둘이 서로를 공격적으로 건드렸을 것이다. 침범했을 것이다. 시작과 끝의 경계를 뭉개는 그 침범이야말로 이 책의 독창성이다.

22.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 재미 1도 없다. 다른 나라 말로 쓰인 시의 운과 율을 이야기하는 바가 많아 의미도 별로 없다. 이 책에서 "보르헤스"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재미나 의미를 찾아내셨다면 덮어놓고 존경합니다. syo의 눈엔, 보르헤스 빠거나 전집 빠가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23. 말하는 보르헤스

: 앞의 녀석에 비하면 얘는 비교적 친근하다. 우선 강연록이라는 점에서 그런데, 다정한 말투는 물론, 강연이 좀 읽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대충이라도 알 만한 것들을 다루기 때문이겠다. 아니, 이걸 이렇게 본단 말이야? 과연 보 선생님, 싶은 부분이 드문드문 있다. 드문드문 있는 이유는 90%syo의 역량부족, 나머지 10%쯤은 번역이 지니는 필연적인 특성 때문이지, 보르헤스의 잘못은 1도 없다. 없을 것이다. 구름을 뚫고 서 있는 거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나 보려면, 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자라줘야 하는 법이다.

24. 문과형 인간을 위한 처음 배우는 과학

: 문과형 인간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정도는 학교에서도 얼추 배우므로 "처음" 배우는 과학이라는 말은 좀 그렇다. 확실히 쉽긴 하다. syo같은 이과 출신이야 한번 툭 읽고 지나가면 끝인 정도의 책.




25.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 이야기 참신하고 교훈도 있지만 문장은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순전히 이야기의 힘만으로 몇 권의 책을 이렇게 무리 없이 끌어가는데 소설가로서 다른 게 또 뭐가 더 필요한가 싶다가도,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실 비전문가라고 은근히 아래에 놓은 다음 배려하려는 태도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복잡하다.

 

26. 13일의 김남우

: 그렇게 생각했는데 두 권쯤 읽다보니 이젠 이 사람이 문장도 참 좋은 것 같다. 간결하고 중언부언도 없고. 늘었어, 늘었어. 물론 기발함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무릎을 탁탁 치다가 무릎이 부었다. 이런 걸 거의 매일 써내다니, 김동식 씨(동갑이네요), 당신은 대체......

 

27. 다정한 호칭

: 허공은 사실 '사이'. 그래서 그 공간을 더듬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 공간을 지나는 바람에 이유가 있고, 그 공간에 박힌 별에 근거가 있다. 허공을 잘 만지는 일, 잘 듣는 일, 만지고 들어 결국 허공의 양끝에 놓인 마음들을 청진하고 촉진하는 일, 그런 일들을 하는 시들을 책에 담았다.

 

28. 이슬의 눈

: 오늘날 시 쓰는 이의 시집 한 권과 20년 전 시 쓰던 이의 시집 한 권을 연달아 읽고 나면 두드려 맞은 것처럼 놀랄 때가 있다. 혹시 나도 단지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불편한 시를 이해하거나 느끼기 위해 아무런 수고도 해 보지 않았으면서, 섣부르게 이건 아름답지 않다, 이건 시가 아니다, 하는 따위 오만이나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90년대 내게 잘 맞으면 그냥 내가 90년대 사람인 거다. 90년대 이후로 시가 다 죽어나자빠진 게 아니라. 내 취향 살리겠다고 멀쩡한 시 죽이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 그렇다고 또 이 시집이 나랑 잘 맞다는 건 아닙니다..... 뭐래니 나 지금?




29. 여행의 재료들

: 이만큼 쓸 수 있다면, 그리고 이만큼 쓰기 위하여 이만큼 읽고 노래하고 딱 이만큼만 살 수 있다면, 배부르지 않고 이름 높아지지도 않겠으나 이 정도면 내가 사는 모습으로 적당할 것도, 온당할 것도 같다.

 

30.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의 독서안내

: "지식의 최전선을 5일 만에 탐색한다." 일본은 이런 것 참 좋아한다. 희한할 정도다. 컴팩트하게 필요한(필요하다고 저자가 생각하는) 내용만 압축 제공하는 책들. 나는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책의 가치를 인정하는 독자들에겐 꽤나 유용할 것 같다. 복잡계, 진화론, 게임 이론, 뇌과학, 공리주의라는 다섯 마당의 선택 자체도 기발한데다가, 완전히 겉만 핥고 끝내는 수준도 아니다.

 

31. 인생극장

: <세상물정의 사회학>에서 보편성의 그물을 던져 특수성을 낚으려 했던 노명우 선생님의 손길이 깊고 선명해져, 이 책에서는 개인 서사와 영화를 씨실 날실로 엮어 시대가 입을 수 있는 옷을 지었다.

 

32. 곡면의 힘

: 이걸로 뭘 하겠다는 건지 syo는 도대체 모르겠다. , 당신 참 많이 아는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다른 시집이라면 해설이 붙어있을 자리에, 시인이 쓴 ""라는 글이 들었다. 내용도 심오하고 문장도 고급진 가치 충만한 글이긴 한데, 읽고 나면 제일 먼저, 시가 이렇게 높고 고상한 물건이니까 사람들이 시를 안 읽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철학도 남 일이고 시도 남 일인 마당에 철학자의 시는 오죽하리. 9000원짜리 시집을 돈 주고 샀을 때 우리는 최소 9000원만큼의 효용을 기대한다. 이건 미시경제학이다. 전문가들이 매긴 이 시집의 문학적 가치가 설령 9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들, 내가 이걸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어서 그냥 꽂아놓기만 하고 말 일이라면, 9000원 주고 9000만 원짜리를 사놓고도 나는 못마땅한 것이다. 9000원짜리 시집을 9000만 원짜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 역량 갖춘 사람들이 나는 부러울 뿐이다.




33. 리뷰 쓰는 법

: 나는 왜 리뷰를 못 쓰는가, 이건 오래 묵은 고민거리다. 그리고 결론내길, 세상에는 리뷰라는 것을 도대체 써 내지를 못하는 소수의 인간이 존재하는데, syo, 그게 바로 너야. 유익한 책이고 무슨 말인지도 다 알겠는데, 막상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아무리 기다려도 당최 그분이 오시질 않는다......

 

34.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자본론 입문서 같은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훌륭한 자본론 활용서다. 흔한 말로 왼손에는 자본론을, 오른손에는 빵을 들고 이 미친 자본주의와 맞서는 용감한 청년의 분투기인 셈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자본론을 공부하기 위해 읽기보다는, 이미 왼손에 자본론을 들고 있는 사람이 오른손에 들 무언가를 찾는 과정에서 들춰보기에 적합하다.

35. 뭐라도 되겠지

: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역시 코드가 맞아야 웃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김중혁이 반드시 "재미있는" 글을 쓸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편견일 수도 있겠다.

 

36.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 syo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완성형인 것 같다. 웃기기 위해 신랄하고, 신랄하기 위해 웃긴다. 열두 번 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 중 한번 정도는 이지원 선생님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글만 뱉어놓고 가는 것도 심히 보람찰 듯하다.



37.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읽기'를 정의하는 수많은 책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전투적이라는 느낌. 현란하고 화사하지만 그물코가 촘촘하지는 않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읽고 들은 느낌이지만 결국 나란 인간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책만 탓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하여간 딱 그만큼이다. 열심히 읽고 써도 나쁘지 않겠구나, 딱 그 정도였다.

 

38. 아무튼, 계속

: 일상성을 유지하는 방법도 배울 만하지만,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어나가고 싶은 일상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부럽다. 책은 뭐, 그저 그렇습니다. 같은 시리즈들 중에서도 좀 밍밍한 축이네요.

 

39. 그들은 어떻게 임원이 되었을까?

: 함량이야 이런 장르의 책이 통상 가지는 딱 그 정도 수준. 상대적으로 평가하면 딱히 칭찬할 부분도 욕할 부분도 없다. 아무리 이런 책이 붐이었던 2006년이라 해도, 한 주 만에 3쇄가 찍힌 것은 좀 뜨악하다. 3쇄는 독자들의 자연스런 선택이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들", 이런저런 대기업의 25명 임원들이 책을 낸다는 소식에 부하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폭풍구매하여 이룬 것이 아닐까 싶다.....

 

40. 버티는 삶에 관하여

: 글을 빚어서 내 인생도 빚어보겠다는 꿈을 아직 버리지 못하던 어린 시절, 허지웅 선생님은 내게 경탄과 좌절을 끝없이 선사하는 웅장한 절벽 같은 존재였다. 매일 그의 블로그를 들락날락하며, 쓰는 삶에 대한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깜냥을 알아가는 경로는 아프면서도 상쾌했다. 결국 오늘의 syo가 되었다.



41.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 서경식 선생님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다. 시종일관 담담하고 심심하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절묘한 표현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얕게 졸졸 흐르는 개울 같은 글이라 느낀다. 그러나 그 흐름에 맞춰 나도 담담히 읽다보면 슬며시 느껴지는 때가 있다. 진짜 고요하게 흐르는 물은 사실 그 바닥이 깊다는 사실이. 그럼에도 이 책은 어쩐지 좀 흐릿한 느낌......

 

42. 고로, 철학한다

: '가볍고 유머러스하며 사상적 깊이를 잃지 않은 이 책' 이라는 작가 소개 멘트는 그다지 적확하지 않다. 저자나 번역가 둘 중 최소한 한 사람은 개그 센스가 평균 이하다. 웃기려고 용쓰는 모양이 보이지만, 아쉽네요. 실패입니다. 함량은 같은 장르의 다른 책과 비슷하다.

 

43. 가재미

: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문태준입니다. 문태준이에요. 뭘 더 말할까요, 문태준이라니까요.

 

44. 자본론 이펙트

: 마르크스와 관련해 프랜시스 윈의 책은 입문서건 전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어도 좋은 수준이다. 자본론의 매력을 이만큼 똑똑하게 전파하는 책도 드물다.

 

 

 

이러다 반드시 내년에도 백수가 되는데, 그걸 아는데도, 오히려 그걸 알아서 더 그런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양심은 있었는지, 고른 책들이 뭐 대단히 심오한 놈들도 아닌지라 나중에 읽어도 되는데, 그걸 아는데도, 오히려 그걸 알아서 더 그런가 이놈의 책들이 손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러다 굶는데, 그거 아는데도......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차라리 똥개한테 똥을 끊으라고 해라


아, 모든 게 다 똥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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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30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공부하라고 귀찮게 안하고 말도 안걸고 있었더니 책 읽고 있었다니.......
오늘부터 말 걸 거예욧!! 귀찮게 할테닷!!

syo 2018-04-30 09: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본인이 바쁘신 거면서?

chaeg 2018-04-3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셨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는 4 랍니다!

syo 2018-04-30 09:17   좋아요 0 | URL
멋진 취향이시다^-^ 저는 어찌된 일인지 하루 한 번은 4시 44분을 확인하게 되더라구요....

2018-04-30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30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4-3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syo님 공부 안 하고 책 읽고 계셨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게, 그걸 아직도 몰랐어요?
1년에 책 한 권도 못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달 평균 20권은 읽어야 되는 syo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웰컴 투 더 독서월드^^

syo 2018-04-30 10:04   좋아요 0 | URL
거의 동시에 서로의 글에다 ㅋㅋㅋㅋㅋ 열라 남기고 있었네요. 크로스로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4-30 10: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근데.... 좀 미안하네요.
syo님 글에도 좋아요 하나, 내 글에도 좋아요 하나 하니까요.
저한테 주신 좋아요 7분의 1만 주시고요.
나머지 7분의 6은 다시 가져가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18-04-30 10:26   좋아요 0 | URL
그냥 다 드세요. 그 정돈 드릴 수 있지 제가 또ㅎ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18-04-3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많이 읽으시고, 더 많이 공부하시면 되지요^^:) 즐겁게 하는 사람 못 이긴다잖아요.

syo 2018-04-30 12:5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읽는 건 즐거운데 공부만 시작하면 그 즐거움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외관상으로는 이거나 저거나 책 읽는 건데.....

psyche 2018-05-0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 요요라니... 그래도 책 44권 읽으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믿쑵니다

라로 2018-05-01 02:44   좋아요 0 | URL
믿쑵니다 2!!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5-01 09:04   좋아요 0 | URL
저도 믿는다고 쓸게요. ㅎㅎ

syo 2018-05-01 09:08   좋아요 0 | URL
여러분,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씀이 있었드랬지요. 금쪽같이 소중한 진리입니다......

clavis 2018-05-01 11:26   좋아요 0 | URL
믿쑵니다 3!!!

유부만두 2018-05-0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요요?!!!! 정말 멋진 분이군요, 분노의 syo(쇼?)님. 이런게 망하는 거라면 별로 무섭지않은데요?

syo 2018-05-01 09:10   좋아요 0 | URL
에라이 모르겠다 싶습니다만.....ㅠ

프리즘메이커 2018-05-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이렇게 책읽고 소일만 하다간 굶어 죽겠구나 위기감이..자꾸 발동하곤합니다..ㅠ

syo 2018-05-01 17:37   좋아요 0 | URL
프메님은 어디서 뭘 하시든 잘 먹고 잘 사실 겁니다

stella.K 2018-05-0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공부는 언제하십니까?
책은 사 보시는 편이신가요? 아님 빌려 읽나요?
책 사면 고시원 방 어디 둘 때는 있나요?

요즘 시이소오님 계속 안 보이시던데
오늘 페이퍼는 그 양반 생각나게 합니다.
잘 계시나 모르겠어요....ㅉ

syo 2018-05-01 17:38   좋아요 0 | URL
대부분 빌려 읽습니다 ㅎㅎ 말씀대로 책 사도 둘 곳이 없을 뿐더러, 사고 싶다고 뻥뻥 살만큼의 돈이 없습니다. 수입이 없으니까요.....

시이소오님의 컴백은 저도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서괭 2018-05-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요요 ㅋㅋ 똥개한테 똥을.. ㅋㅋㅋㅋㅋ 아이고 ㅋㅋ 무리하게 다이어트 하다가 결국 폭식하는 패턴이군요. 차라리 꾸준히 조금씩 읽으시는 게 낫겠어요^^;

syo 2018-05-03 15:04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역시 먹든 끊든 갑자기 하면 안 되는 거라...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네요 정말...

AgalmA 2018-05-0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고선 저 보고 무섭다고 할 자격 &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꽈! ㅋㅋㅋ
보르헤스 논픽션은 1권보다 2, 3권이 더 좋은 듯. 뭐랄까. 아르헨티나적인 것에 엄청난 호감이 있지 않으면 그냥 먼 나라 얘기 같아서ㅎ;;
보르헤스 픽션 전집에서도 가우초들 나오는 소설은 별 재미를 못 느끼겠던 거 같은? ㅎㅎ;;

syo 2018-05-04 19: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가우초 이야기는 읽다가 보르헤스 싫어질 뻔.....

보 선생님 아직도 흠모하긴 하지만 제겐 어쩐지 점점 약발이 떨어지고 있긴 해요. 지난 세대 지식인들 사이에 대유행했던 철 지난 놀이감 같은 느낌....

카알벨루치 2018-12-1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엔 죽도록 읽으셨네 44!!! 44권 읽은 분에게 44받아야 할텐데 이런 종횡무진의 스피릿! 여긴 눈이 옵니다~~~

syo 2018-12-11 15:43   좋아요 1 | URL
444 44개그에 무릎을 탁 칩니다!!
눈은 여기도 오고 있지요. 사실 여기랑 거기랑 거기가 거기 아닌지요?? ㅎ

카알벨루치 2018-12-11 15:52   좋아요 0 | URL
여긴 내 마음, 거긴 그대 마음...이라믄서~한 시대 지나간 아재 개그...널리 아량을 베푸소서! 쇼군 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