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좀 피곤하기도 했고, 동거인도 휴가를 쓴다기에 오늘 휴가를 썼다.
쉬니까 물론 좋지만, 안 썼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아으 나의 피같은 휴가...
아이는 자기도 휴가 쓰고 싶다며 징징거리며 학교에 갔고, 동거인과 나는 각자 다른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까.. 내가 로맨스를 읽어도 감정 이입이 잘 안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아이가 없고, 시간이 많은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런 생활. 응?
9일부터 오늘까지 이런 책들을 읽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자꾸 마음에 남아서, 당분간 참고도서들을 빠르게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제인 오스틴의 <사랑과 우정>.
읽기 힘들었지만 인내하며 읽었다. 이건 어떤 '작품' 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고.
작품을 쓰기 위한 설정 노트? 정도라고 하면 납득이 될 것 같다.
읽으면서 아니면 읽고나서. 마음이 힘들다면.
출판이 안 된 이유가 다 있다..
아니면. 제인 오스틴도 10대에는 이런 걸 썼구나. 그 뒤에 정말 열심히 썼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지금 책을 안 갖고 있어서 확인해볼 수 없지만)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꽤 여러 페이지 할애하여 이 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게 마음에 걸린다. 이 전자책이 전체 완역본이 맞는지 약간 의심된다.
그 뒤 지친 마음으로 <엄마 실격> 중 <누런 벽지>를 읽었다. 어우.
좋다고 말하기는 참 내용이.. <여성과 광기> 생각이 났고.
그렇지만. 참 잘 썼다.
마음이 좀 힘들어 다른 단편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그 뒤 지친 마음으로 다락방님이 추천해주신 <헤이팅 게임>을 읽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렇게 잘 읽혀요? 추석 전날 밤에 잠 안 자고 정희진님 책 읽다가 새벽 세시쯤 시작한 것이 화근.
그날 두 시간? 두 시간 반? 잤다...
다음 날 기차에서 다 읽었고. 옆자리에 모르는 아가씨가 앉았지만 내 전화기에는 사생활보호방지필름이 붙어있으므로
의연하게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소감은.. 음. 재미있고. 남주 조슈아랑 누구야.. 누구지 (그새 이름 까먹) 아 루시. 여주랑 티격태격 하는게 넘 귀엽고..
그런데.. 그냥 이것도 남의 얘기.. 남의 얘기고 ㅋㅋㅋ
사실 둘이서 맨날 싸우고 A게임 B게임 하면서 긴장 타는게 (새벽에 잠 안자고 읽어서 그런가) 좀 피곤한 거다.
나같은 귀차니즘 쟁이한테는 이런 연애 너무 피곤.
그리고... 완전 깔끔하고 점심도 안 먹고 파우더 마시며 운동하고 집도 깔끔하고 요일컬러셔츠 입는 조슈아가
집은 막 지저분하고 자기관리 잘 안되고 (그런 것 같고) 모두에게 다 잘해주는데 자기한테는 엄청 거만하게 구는 루시를 오랫동안 좋아한다는 설정이 잘 공감이 안 되었다. 반한 이유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고.. 그리고 둘이 계속 잘 지낼 수 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고.
사실 나는 저렇게 피곤한 조슈아보다는 대니랑 잘해볼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내가 남자 외모+몸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대화할 때 피곤한 것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V자 복횡근... 그건 좀 궁금하긴 한데... 음... 그냥 옷 입고 있는데 살짝 보이는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 써야 할 것 같은데 계속 쓰고 있네)
어쨌든. 그래서 그냥. 꼭 둘이 결혼 안하고 마음만 확인하는 로맨스는 없나요? (추천해주세요 ㅋㅋㅋ).
그냥 마음 잘 확인하고 잘 사귀다가 그 다음은 너네 알아서 해~ 이런 로맨스 있으면 꼭 추천바랍니다...
(그래도 헤이팅 게임 재밌었어요 ㅋㅋ)

4권은 영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최근 몇 년간 영화를 별로 보지 못했고 5권이 더 좋다고 하기도 해서, 5권을 먼저 읽었다. 5권에서는 여러 주제를 다루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융합' 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만 번지르르한 다학제 interdisciplinary 이런 것에 익숙한 지라 의외로 정희진님이 이야기한 '융합'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일치했는데.. 뭐 그렇다고 잘 할 수 있다는 건 아니고 뜻을 안다는 거다. 그게 하려고 한다고 되는 건 아니고, 되면 좋은 거고 뭐 그런 거니까..
생각해 볼 거리가 (좀 심하게) 많았고 읽어보고 싶은 책의 제목도 여러 개 건졌다. 정희진은 참 표현을 정확히 하는 사람이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만 할 뿐 말이나 글로 정리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내 머릿속에서 미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참 정확하게 써서. 그리고 오해의 여지가 없게 자세히 써서 보여주는 사람. 그래서 좋아한다.
2016년 처음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었는데 그 때 읽었던 느낌과 비교하면 요즘 읽는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친절하고 쉽게 써 주었다는 느낌이다. 정선생님도 나이가 드시니 그런가 아니면 이해 못하는 문해력 떨어지는 애들한테 지쳐서 그런가 더 유해지고 친절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그 와중 은근한 유머마저 구사한다. 그동안 내가 그의 글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러고보니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이라는 점이 다르기도 하다. 쓰기가 가장 어렵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 정희진이라는 사람도 그동안 더 읽고 쓰며 쓰기의 완성도를 높였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잘 이해시키는 것도 글의 완성도 중 한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기 위해 전에 읽던 <설득>을 마저 다 읽었다. 음 방금 다 읽어서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되는데.. 역시 제인 오스틴 소설이 되게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여러 인간 군상이 나오긴 하니까), 사랑의 실현에 있어서는 또 무지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득>이 마지막에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 좋은지는 모르겠고 전에 읽었던 책보다 심리 묘사에 더 공을 들인 것 같다.
웬트워스가 '못 알아봤다' 라고 했을 때 잠시 분개할 뻔 했으며 ㅋㅋㅋ (그냥 한 말인가? 자존심에?) 앤이 나중에 8년 반 전 그렇게 설득된 것이 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는 말에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완전 공감하진 못했다. 그냥 사람에겐 다 만나기 좋은 때가 있다- 정도로 이해하려고 한다. 10대에 만나서 좋은 사람, 20대에 만나서 좋은 사람, 30대에 만나서 좋은 사람... 다 다르고 그게 또 사람마다 다르다. 그게 잘 맞으면 서로 잘 맞는 거고.
그런데... 다들 이렇게 힘들게 머리를 쥐어짜내며 연애하는 건가? 다 그렇진 않겠지... 제인 오스틴 소설처럼 연애를 하려면. 연애만 생각하느라 머리 터져나갈 것 같다. 아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다들 수입이 있고 직업이 없어서 가능한걸까?
라임 리지스를 느껴보고 싶었으나 왠지 마음도 급하고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 배경도 중요할텐데..
여기까지는 다 읽었고.
여성주의책 같이읽기 9월 책은 시작했으나 잘 읽히지 않아 더디다.
애매모호한 제목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모여있겠지..
그리고 필리스 체슬러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영어와 전자책의 벽에 부딪혀 아직 7%..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