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는 드디어 책을 샀다 (!). 









친구 선물로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오렌지 선셋 원두를 샀고 (나는 아직 먹어보지 못함)

3월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을 샀는데 아직 안 왔다. 



2월에는 개인 시간이 많아 책을 꽤 읽었다. 





















읽기만 하고 써두지 않은데다 (일기장에만 조금 끄적임) 인터넷이 연결되고 한꺼번에 많은 것들이 머리에 들어오니 

저 책들을 읽었던 때가 까마득하다. 인터넷 그리고 가족 (고양이들 포함)의 존재는 차분하게 혼자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

죄책감과 가끔 느꼈던 외로움은 느끼지 않아도 되지만.



<수치>는 70년대 책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좀더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것 같아서 읽기가 편했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와 <수치> 중 뭘 먼저 읽을까 좀 고민했었고, 뭘 먼저 읽든 나머지도 마저 읽어보려고 했는데 굳이 읽어야 할까.. 굳이 안 읽어도 되지 않을까 (사실은 안 읽고 싶은 것 같다). 두껍지만 잘 읽혔는데 일단 완독한 건 뿌듯. 



전시 성폭력 부분을 읽고 이어서  <피에 젖은 땅> 을 읽었는데, 이 책에는 전시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으나 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된 민간인의 이야기라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에서 사망한 유대인의 사례만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미 그 전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벨라루스 등지에서 학살된 민간인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 히틀러도 그렇지만 스탈린에 의한 - 체제의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내는 논리의 연쇄에 따른 - 민간인의 희생은 사회주의라는 '이념' 이 얼마나 이념적인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좌파의 이념은 현실적인 정책으로 뒷받침 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인류가 한 번 겪었기에 불신하는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극우들이 판치는 상황 그리고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간간히 들려오던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돌아오니 더욱 가관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더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2차대전에 대해서는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종전 80년이 다 되어가도 그 시기의 사건들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의 상황 등) 인류에게 이 전쟁은 참 중대한 사건이었구나 싶다.



<피에 젖은 땅>을 읽고 나니 전에 읽었던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1930-40년대 상황이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읽었다. 간략하게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고 확실히 전에 읽었던 때와는 이해도가 다름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며 좀 지쳐있을 때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을 읽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었었는데 전에는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내면을 날카롭게 잡아낸다는 점만 느꼈었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는 그 표현이 좀더 간결하다고 느꼈다. 대개는 접속사도 없는 두세 개의 문장으로 직접적으로 기술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더라.. <올리브 키터리지>는 화자가 3인칭이었다면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1인칭 화자라서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 방식도 인상적이었고 루시의 남편 윌리엄 이야기도 좀 궁금해서 이 시리즈를 더 읽어보려고 한다. 루시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머니와 했던 대화와 어머니의 행동, 루시가 윌리엄을 위해 통마늘을 요리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통마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는 했는데, 요즘엔 오븐에 통째로 굽기도 하지 않나? -.- 



<모리스>는 3년 전에 출장갔을 때 <전망좋은 방>을 읽고 나서 읽고 싶다고 쓴 적이 있었는데 전자책으로 사 두고 이번에야 읽었다. 젠더를 구분하는 타입이 10개도 훨씬 넘는 현재 읽는 나에게야 이 책에 나오는 고대 그리스식의 동성애 추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처벌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이 쓰여진 후 약 100년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성소수자든 다른 소수자든, 소수자는 자신의 상황 때문에 기존의 질서에 쉽게 의문을 가지게 되고 비판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부터 받았던 느낌 - 지식인 중 소수자가 많다는 - 은 눈에 잘 띄어서 혹은 우연이 아닌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이런 내용에 대한 통계는 없을 것 같지만.



펭귄 클래식 시리즈가 절판되는 것 같아서 뭘 사두면 좋을까요 했다가 잠자냥님과 폴스타프님께 추천받았던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시리즈를 이번에 읽었다. 첫 권 <저스틴>은 사랑에 빠져 황홀함과 죄책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화자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독백 문체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는데, 두 번째 권 <발타자르>부터는 화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는 사건을 읽는 재미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마운트올리브>가 가장 평범한 소설 (이라서 독자는 사건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이고 <클레어>는 마무리하면서 작가가 하고싶은 말을 마저 하는 느낌. 아고타 크리스타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연작 소설이라는 형식을 왜 택했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묻어났고, 퍼스워든과 달리를 통해 '문학'이라는 예술에 대한 생각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이 부분은 내가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주제라 처음에는 열심히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그냥 놓아버리고 말았다. 멀미를 하는 시기에는 그런 심오한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핑계로 합리화해본다.. :) 


전에는 펭귄 클래식 시리즈 전체가 절판될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보니 일부만 절판이고 일부는 품절,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고독의 우물> 등 많은 책이 다시 판매중이다. 책값도 예전과 같이 만원 미만이라- 이 시리즈에만 있는 책들을 구하지 못해 아쉬웠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읽었다고 말하기에는 좀 뭣하지만 <300 Words >을 마치고 왔다. 20일치를 마치고 확인해보니 확실히 아는 것은 200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헷갈려서... 한 번 정도 복습이 필요하겠다. 예문에서 저절로 단어를 습득하게 하는 방식이 공부하면서 기분도 좋고 재미있는데, 한글로 번역된 예문으로 자꾸 눈이 가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렇다고 번역이 안 되어 있으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것 같기는 한데), 오역도 꽤 있어서 개정이 필요하기는 한 것 같다. 품절 상태로 전자책만 판매하고 있고 종이책 중고가는 정가보다 훨씬 높게 정책되어 있길래 원서를 사볼까 찾아보니 원서도 품절이라.. 출판사에서 다시 내주지 않는다면 504 words나 601 words를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300이라도 다 익혀보는 걸로.



큰 고양이는 내가 없는 동안 스무 살 생일을 맞았고 전후하여 췌장염 등으로 병원 신세를 졌고... 마침내 아침 저녁으로 피하수액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최대한 늦게 이 상황이 오길 바랬는데 (평균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늦게 시작된 것이기는 하다) 눈에 띄게 활동범위도 줄고 기운이 없어보여서 미안했다. 나를 가장 많이 따르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서.. ㅠㅠ 열심히 잘 모시려고 노력중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니 이미 마음이 바쁘고 그동안 미뤄뒀던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매일 썼던 일기도 인터넷이 연결된 날부터 쓰지 못함) 내일부터는 출근이고 3월부터는 많이 읽지 못하겠지만 1-2월에 많이 읽었으니 아쉽지 않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생활을 돌보고 열심히 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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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3-0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웰컴! 이제 좀 더 자주 봅시다!

건수하 2025-03-04 13:08   좋아요 0 | URL
네 이제 매일매일 도장 찍습니다! ㅋㅋ

잠자냥 2025-03-04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과 고양이와 가족이 없으면 책이 참 잘 읽히죠?! ㅋㅋㅋㅋㅋ
아무튼 첫째냥이 회복 기원합니다... 엄마도 없는데 췌장염이라니 무지 아팠겠습니다;;;

건수하 2025-03-04 13:1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맞아요 사실 더 많이 읽을 수도 있었는데...? ㅎㅎ

많이 아팠는지 어리광이 (더) 늘었어요... 곧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