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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보급판)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평점 :
다락방님은 할런 코벤이 완전 사랑주의자 https://blog.aladin.co.kr/fallen77/13905533 라고 하셨다.
할런 코벤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끔찍한 사건들이 있지만, 언제나 누군가 기억하고 있고 복수하려 하고 그 아래에는 사랑이 깔려 있다. 시작도 항상 사건의 몇 년 후, 이런 식으로 기념일을 챙긴다.
그에 비하면 스티그 라르손이나 요 네스뵈 같은 북유럽 계열의 스릴러는.. 그냥. 끔찍하다. 알고보면 사회가 밑바닥부터 다 썩었고.. 사람이든 사회든 바닥을 보여준다. 한때 스릴러 많이 읽을 때 요 네스뵈까지는 손 안대야지 하면서 스릴러에서 손을 뗐는데... 결국 이 호가스 시리즈 때문에 손을 대게 되었다.
맥베스 스토리가 원래 좀 그렇기도 하지만 요 네스뵈가 (너무 잘 써서) 더욱 그렇게 만든 듯. 초반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중반 넘어가니 내가 왜 스릴러를 그만 읽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현실은 할런 코벤보다 요 네스뵈에 가깝겠지만. 그렇게까지 현실을 또 한 번 봐야할까.
<오셀로>의 딸기 무늬 손수건이 <뉴 보이>에서 조금 아쉽게 어색하게 재현되었다면
<맥베스>의 버넘 숲은 <맥베스>에서 아주 멋지게 다시 태어났다.
+ <임신중지>를 읽고 있을 때 이 책을 함께 읽고 있었다.
레이디의 사연에 처음에는 좀 거부감을 느꼈지만, 전모를 다 알고서는 거부감은 덜해졌다.
그 부분도 별점을 깎지 않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 인간은 현실적이잖아요. 예전에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 없으면 실수한 게 자꾸 떠올라서 너무 괴로워지는 일이 없도록 어떻게든 변호를 하니까요. 내가 보기에는 그게 행복한 인생의 비결이에요.
도시와 나라를 지탱하는 힘은 믿음이잖아. 화폐는 금과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 지도자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믿음, 범죄는 처단될 거라는 믿음. 이런 믿음이 없으면 문명사회는 섬뜩하리만치 짧은 시간 안에 붕괴되겠지.
감성을 이해하고 그걸 건드리는 방법을 아는 쪽은 여자들이야. 우리 안의 여성적인 측면이 감성이니까. 이성이 더 힘이 세고 말도 더 많이 하고 남편이 가정을 좌우한다고 믿지만 조용히 결단을 내리는 쪽은 감성이지. 연설이 감성을 건드리니까 이성은 즐겁게 꽁무니를 쫓은 거야.
권력을 잡으면 자기 마음대로 해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자유가 생기지.
목표를 이루려면 사랑하는 걸 포기할 수 있어야 해요. 함께 정상에 오르는 동반자의 체력이 떨어지면 격려하든지 아니면 밧줄을 잘라야 해요.
원래 그런 데서, 그런 논리로 혁명이 시작되는 법이니까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인 양 흥분하는 일은 없어야겠지. 그냥 우리에게는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하세.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사랑을 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하는 동시에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네.
왜냐하면 우리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달라질 수 있거든요. ....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좀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그나저나 우리가 인간이면서 착하고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한테 인간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지금까지 서로에게 했던 모든 일을 감안하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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