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뚝 1만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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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2의 성> 6장 '어머니' 를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읽고 싶지 않다고 썼다. 


잠시 도망치고 싶어서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를 읽었다. 











노루 꼬리만큼 짧다는 겨울해 

짐들 틈바구니에 서캐처럼 박혀 있던 우리


이런 생생한 비유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피해왔지만 여기에도 여성, 모성, 그리고 여성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인천의 차이나 타운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한국전쟁 이후 언젠가 시작되어 아홉 살의 여자아이가 6학년이 되기까지 계속된다. 인천으로 막 이사온 여자아이는 한국인들이 사는 적산가옥과 언덕 위 조금 더 큰 집들이 있는 중국인 거리의 경계에 산다. 이사온 지 얼마 안되어 중국인들의 집 중 하나에서 창문이 열리고 밖을 내다보는 남자를 본다. 



이웃집에 세들어 사는 양공주 매기와 그녀의 딸인 백인 혼혈아 제니. 

제니는 다섯 살이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음식도 혼자 먹지 못한다. 

매기는 어딘가 우울해 보이는 흑인 군인과 같이 살다가 국제 결혼을 한다고 했지만 

어느날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군인은 술에 취해 있었다. 제니는 고아원에 갔다.  


그 이웃집 주인집 딸, 계모에게 맞고 사는 치옥이, 치옥이는 매기 언니처럼 양공주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난 커서 양갈보가 될테야. 



할머니. 남편이 3개월만에 처제랑 바람이 나서 친척 조카딸 가족과 사는 할머니. 

제니에게 '짐승의 새끼' 라고 말하는 할머니. 



새끼 일곱 마리를 모조리 잡아먹고 대가리만 남겨둔 어미 고양이. 

일곱번째 아이를 밴 어머니. 

차라리 어머니가 의붓어머니여서 맘대로 나가버리고 싶은 나. 



이제 제발 동생을 그만 낳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처음으로 여자의 동물적인 삶에 대해 동정했다.

어머니의 구역질은 비통하고 처절했다. 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어머니는 죽게 될 것이다. 



몇 개월 전에 예순다섯 걸음으로 걸어갔던 거리가 예순 걸음이 된 것을 보고 놀라는 나. 

성장한 나는 창문으로 늘 내다보던 중국인이 손짓해 부르자 언덕 위로 올라가고

그 중국인은 대문으로 나와 나에게 빵이 든 종이 꾸러미를 건넨다. 


(뒤라스의 <연인>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머니는 난산 끝에 출산하고, 나는 초조(초경)를 시작한다. 



보부아르의, 나름 담담한 이야기를 피해왔더니, 더 생생한 여성의 삶을 보게 되었다. 

보부아르가 <제2의 성>을 출판한 것이 1949년. 당시 한국 여성들의 삶은 이러했구나. 












<제2의 성> 6장 '어머니'는 낙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두말하면 입아픈 문장들이 많다. 밑줄을 그었지만 많이 옮기고 싶진 않다.

태아가 세례를 받지 않아서 천국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낙태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반박은 통쾌했다.



태아에게도 영혼이 있는데 세례도 받지 않고 죽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때에 따라서 성인 남자의 살해를 허용한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전쟁이나 사형수의 경우가 그러한데, 태아에게는 대단히 인도주의적이다. 태아는 세례를 통해 정화되지 않았다. 이교도에 대항한 성전 시대에 이교도들 역시 정화되지 않았는데, 그들을 학살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장려되었다. 종교재판의 희생자들은 아마도 모두 죄가 없지 않았고, 오늘날 사형당하는 범죄자들과 전장에서 죽은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경우를 교회는 신의 은총에 맡긴다. 교회는 인간을 자기 수중에 있는 도구로, 한 영혼의 구제를 신과 교회 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신이 태아를 하늘로 맞아들이는 것을 막는 것일까? 



(보부아르의 이런 유머? 좋아한다)



<제2의 성> 1권을 읽을 때도 좀 그렇게 생각하긴 했는데, 2권을 읽으면서는 <제2의 성>의 대상 독자는 여성이 아니라 지식인 남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프랑스의 문맹율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지식인 여성에게는 1권이면 충분했을테고, 지식인 남성에게도 그렇겠지만 2권은 특히 남성들을 위해(?) 썼다는 생각이다. 여성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아는 이야기들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낙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산아제한과 합법적 낙태는 여자에게 임신과 출산을 자유로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할 것이다. 


라고 하며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피임과 낙태가 불법이라 여자들이 임신과 출산에 있어 억압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이 출판된 게 1949년. 


보부아르를 비롯한 '343인의 선언'이 1971년.

미국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 이 1973년.

프랑스에서 '베유법'이 의회에서 가결된 것이 1975년.

 

한참 걸렸다. 

그리고 보부아르가 책에서도 계속 말하고 있듯 미국은, 미국의 여성들은 '조금' 앞서가고 있었다. 



어제 도서관에 책을 찾으러 갔다. 상호대차한 책들을 빌리고 신간 코너를 기웃거렸다. 얇은 책이 눈에 띈다. 

아니 에르노의 <사건>이었다. 며칠전 잠자냥님의 글에서 보았기에 (그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더욱 반가웠다. 












아니 에르노의 임신과 낙태 경험을 적은 이 책은 1963년 10월부터 1964년 1월 동안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있다. 

(여전히 낙태가 불법일 때다)


아니 에르노의 다른 책들처럼 짧지만 강렬했다. 중간중간 책을 덮고 싶었지만.. 아래에 옮긴 문장을 상기하며 직접 마주하겠다고 결심하고 계속 읽었다. 어떤 장면에선 덮을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기도 했다. (읽은 사람들은 어떤 장면인지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 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38쪽) 



이제 다시 <제2의 성> 6장으로 돌아갈 차례이지만,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사두었던 마거릿 생어의 이야기도 읽어야겠고, 시몬 베유도 궁금해졌다. 보부아르의 이야기도 더 알고 싶고.
































  







어떤 책은 갖고 있고, 어떤 책은 안 갖고 있다.

적립금이 5300원 남았다. 뭔가를 사게 되겠지. 


<좌파의 길> 이여. 그저께까지는 정말 잘 읽고 있었는데. 미안하다. 

나는 좌파보단 여성에게 기우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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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3-23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을 몰고 오는 책을 읽으면 거기에 또 연관되는 책들이 생기기 마련이더군요.
마지막 결론~!ㅎㅎㅎ 더 중요한 것에 꽂히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도 덕분에 한국 근현대사 여성들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건하네 드네요.

건수하 2023-03-23 17:08   좋아요 1 | URL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더란.. 찾아보니 오정희 작가가 대표적인 여성주의 작가라네요 ^^;

거리의화가 2023-03-23 17:14   좋아요 1 | URL
오... 오정희 작가 책 담아놓아야겠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3-2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반이 여성인데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지도 못할 정도로 숨겨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와 현실을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의 일들을 읽으시다보면 언젠가 좌파의 길로 들어서실 거에요. ^^
노루 꼬리, 서캐.. 오랫만에 듣는 단어라 더 와닿네요..

건수하 2023-03-23 17:11   좋아요 3 | URL
요즘 읽다보면 사실 예전에 쓰여진 책도 의외로 많은데… 널리 퍼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책이라는 것을 읽는 사람의 다수가 남성이었어서 그랬겠지요.. 그래서 계속 이야기 나누고 알리고 그러고 싶습니다 ^^

잠자냥 2023-03-23 15: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하=여성>좌파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3 17:11   좋아요 1 | URL
등식 부등식으로 보니 당연한 진리로 보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03-23 15: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호 정희진 매거진에서 쌤이 그런 말씀을 하시거든요. ‘맑시스트나 파시스트나 설거지 안하는 건 똑같다‘ 라고요. 수하 님과 제가 좌파 보다 여성으로 기우는 건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게 아닐까 싶네요. ㅎㅎ

아, 그리고 <유년의 뜰> 담아갑니다. (그만 담앗!!)

건수하 2023-03-23 15:25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유년의 뜰> 저 표지는 절판되었고 예쁜 개정판이 있습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역사 속에서 행동은 안 그런 사례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여튼 전 그런가봅니다 ^^

(이번호 매거진 다 들었는데 왜 기억이 안날까요 🥺… )

잠자냥 2023-03-23 16:32   좋아요 2 | URL
부장님, 담는 건 죄가 아니에요. 계속 담아요. 차곡차곡 담아요.
지르지만 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23 16:40   좋아요 3 | URL
네, 명심 명심. 담긴하되 지르지는 말자!!

독서괭 2023-03-23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오늘 낙태 부분 읽었어요^^

건수하 2023-03-23 21:1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반가워요!! ^^
 

어제 책을 샀다. 정확히 말하면 발매트를 샀다.


잠자냥님이 올리신 매트 사진을 보며 퉁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집사3은 설득되었으나 의외로 집사2가 완고했다.

본인의 인생책 <데미안> 발매트를 원했다...

(나는 중학교 때의 안좋은 기억으로 <데미안> 싫어함)


소설/시/희곡 2만원 이상 사야한다고 했더니 굳이 본인 책까지 하나 보태면서 

얼른 발매트를 주문할 것을 종용하였다. -_-


나와 집사3은 <오만과 편견>, 아니면 <프랑켄슈타인> 발매트가 더 예쁘다고 주장하였으나 

(책 취향이 발매트 선택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발매트를 가장 원한 것은 집사2였기에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적립금도 좀 쌓였고 토요일에 필요한 책이 있어서 어제쯤은 주문을 넣어야겠다 하며 주문을 했는데.

나중에 서재에서 놀다가 한 번 봤더니 적립금이 4300원 남아있다...?!?!



4300원???

@_@!!


발매트에 필요한 마일리지는 알아서 차감되었고, 나는 쿠폰을 적용한 뒤 신나서 결제 버튼을 눌러버렸던 모양이다.

어쩐지 카드할인 금액이 크더라.... 


알라딘은 오늘도 적립금을 주며 나에게 손짓할 것이 뻔하고

... 곧 다시 책을 사게 될 것 같다. 











어제 주문한 책들. 

무엇이 누구의 책인지는 안알랴줌. 


+ 글을 올리고나니 알라딘이 적립금을 1000원 추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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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3-23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적립금 패스! 또 책을 사려는 수하님의 뇌가 한 일 ㅋㅋㅋ
발매트 오면 구경시켜 주세요^^

건수하 2023-03-23 14:49   좋아요 0 | URL
제 뇌가... 그런걸까요...
그냥 사기에는 죄책감을 느꼈던 걸까요 ㅋㅋㅋ

다락방 2023-03-23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다른분들 책 샀다는 페이퍼가 제일 재미있어요. 다들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23 14:19   좋아요 3 | URL
들어보면 이유가 다 납득이 돼서 더 웃겨요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3 14:50   좋아요 3 | URL
그냥 책을 산다. 라는 거 말고 저마다의 이유를 다들 붙이는 건가요 ㅋㅋㅋ
왜 그럴까요 왜...? :)

건수하 2023-03-23 14:51   좋아요 1 | URL
책먼지님/ 어떻게든 납득시키고자 하는가, 아니면 다들 공감해서 납득되는 것인가...

책먼지 2023-03-23 19:22   좋아요 1 | URL
수하님 둘 다인 것 같아요ㅋㅋㅋㅋ 하지만 책탑 사진 옆에 점만 하나 찍어주셔도 뚝딱 서사 하나 만들 준비되어 있습니다ㅋㅋㅋ

잠자냥 2023-03-23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데미안에 앉아 식빵 굽는 집사2의 사진을 기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호, 2호 사진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3 17:06   좋아요 2 | URL
데미안 매트를 다 가려서 안 보일 겁니다만….
근데 유연하지 않아서 식빵 자세부터 안될듯 합니다 ㅋㅋㅋ
 
















보부아르가 이 책을 쓸 때와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많이 다르지는 않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 - 특히 여성의 입장 - 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으나 나는 결혼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르지는 않았겠지. 나는 얼떨결에 질렀(...)는데, 다른 사람들은 '알면서도 왜 결혼하는가', 아니 왜 결혼'했는가' 궁금하다. 

그리고 남성들이 결혼에 대해 가지는 부담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왜 결혼하고 싶어하는가 역시 궁금하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물어볼 생각은 없다. 결혼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혹시 누가 진지하게 생각하고도 결혼했다면, 정말 물어보고 싶긴 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 특히 결혼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결혼까지는 괜찮다, 아이는 신중하게 생각해라- 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결혼은 돌이킬(?) 수 있지만, 아이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때 조금 미안함을 느끼지만, 결혼을 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내가 결혼 생활 혹은 가족 내에서 느끼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을 겪지 않았어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 나의 배우자가 '결혼'이란 것에 대해 선입관 혹은 기대를 별로 갖고 있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사실 배우자의 선입관 혹은 기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와 잘 지낼 수 있었으므로 비슷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아이가 나에게 가끔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꽤 자란 지금까지도 아이는 나에게 책임과 부담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6장의 제목은 '어머니' 이다. 


5장 마지막에서 보부아르는 


여자는 아내로서는 완전한 개인이 아니더라도 어머니로서는 완전한 개인이 된다. 아이는 여자의 기쁨이자 존재의 정당화다. 여자는 아이를 통해서 성적으로, 사회적으로 자기실현을 완성한다. 그러므로 여성 발전의 이 최고 단계를 검토해보기로 하자. 


라고 말한다. 



나는 어머니가 되면서 더 종속되었다고 느끼는데 완전한 개인이라니, 나의 자기 실현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는데 자기 실현의 완성이라니... 발전의 최고단계라니..  



6장을 읽어봐야겠지만, 한편으로 읽고 싶지 않기도 하다. 



결혼의 비극은 약속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 행복에 관해서는 보장이란 것이 없다 - 여자를 불구로 만든다는 것이다. 결혼은 여자를 반복과 매너리즘에 빠뜨려 버린다.

자기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대단히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가장 고약한 것은 여자의 헌신이 성가신 것처럼 생각된다는 것이다. 남편의 눈에는 아내의 헌신이 압제로 바뀌어 남편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헌신의 태도를 최고의 유일한 정당성으로서 아내에게 강요한 것은 남편이다.

결혼은 자율적인 두 존재의 공유여야지, 은둔이나 병합이나 도피나 구제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녀 모두의 이익을 위해, 결혼이 여자에게 하나의 ‘직업‘ 이 되는 것을 지양하면서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이 여자의 자립을 금하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에게 그토록 무거운 짐이 된다. 여자를 해방함으로써, 다시 말해 여자에게 이 세계에서 할 일을 부여함으로써 남자는 해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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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3-22 1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생각하시고도 결혼한 분이 주위에 계셔서 몇 년 전에 제가 여쭤봤거든요. 언니는 그걸 아시고도 왜 결혼하셨어요? 안 하려고 했지. 근데요? 여자는 결혼하고 사는 삶도 어렵지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쉽지 않겠더라구. 아....

수하님, 리뷰를 읽으니 참 좋네요. 저도 이 책 참 좋아했던 게 기억나고요. 언젠가 한 번 더 읽어야지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심도 하게 되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2 12:37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은 여쭤보셨군요!
맞아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지금보다도 전에는 더 그랬을거고..
제가 가지 않은 길이라 어려움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네요.


이 책이 참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또 읽지 뭐! 하며 설렁설렁 읽고 있는데요
사실 다시 안 읽을 것 같아요... ㅎㅎ 특히 2권 너무 예시가 많아요 ㅠㅠ


잠자냥 2023-03-22 1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떨결에 질렀˝다는 말에서 빵터졌습니다.
다행입니다. 점심 시간이라서 ㅋㅋㅋㅋㅋ

그런데 보부아르의 저 말은 동의하기 어렵네요. ˝아이는 여자의 기쁨이자 존재의 정당화다. 여자는 아이를 통해서 성적으로, 사회적으로 자기실현을 완성한다.˝라니............ 음..... 과연????

건수하 2023-03-22 13:12   좋아요 2 | URL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고요... 사람이랑은 맞아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보부아르가 5장 끝에서 ‘통념‘을 말하고 6장에서 보자- 한 것 같긴 한데요. 여튼 6장 읽기가 싫습니다...

난티나무 2023-03-22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는 부정적 의미에서 어머니를 저렇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아이를 낳으면 뭔가 ‘할 일’을 했다는 사회의 인정?을 받는 셈이 되니까요. 많은 여성이 아이를 통해 자아실현을 꿈(?)꾸기도 하니 그걸 비꼰다고 할까, 그런 의미로 보여집니다.^^

건수하 2023-03-22 13:13   좋아요 0 | URL
부정적인 의미라기보단 당시 통념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6장에서 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진 않지만, 또 뭔가 벼랑 끝에 몰리는 느낌이랄까..
읽기가 싫어 덮어뒀습니다 ^^

책먼지 2023-03-22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떨결에에서 빵 터졌어요ㅋㅋㅋ 얼떨결에 결혼을 질렀는데 결과적으로 비슷한 사람이었다니!!!
저는 비혼과 결혼을 이익형량했을 때 압도적으로 비혼이 메리트있었는데(비혼의 삶이 반드시 혼자인 삶도 아니고요).. 정신 똑띠 차리고 결혼한 친구들 중에서는 나이에 맞게 반드시 해치워야하는 과제를 빨리빨리 다 클리어하고(대학-취업-결혼-출산) 의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결혼을 택한 친구도 있어요!! 물론 현실은 그게 아니었죠..

건수하 2023-03-22 13:20   좋아요 2 | URL
상대랑 잘 맞고, 그 상대가 결혼을 하고 싶어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질렀는데요.
좀더 깊이 생각해봤어야 했다.. 가 결론입니다. ㅠㅠ

책먼지님처럼 이익형량 해봤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결혼까지는 괜찮았는데 출산은 진짜.
그 친구들 정신 똑띠 차린게 맞냐며..
왜 고양이는 세 달만 있으면 알아서 다 하는데 사람은.. (애 낳은 뒤 제 아이 아빠의 말)

책먼지 2023-03-22 13:37   좋아요 2 | URL
그냥 애가 다 커서 현관문 열고 걸어들어왔음 좋겠다고들 하더라고요ㅋㅋㅋㅋ 어머니 아버지 저 서울대 합격했습니다 하면서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2 13:59   좋아요 1 | URL
우와 신박한데요 다 커서 ㅋㅋㅋㅋ 서울대는 아니어도 되는데 ㅋㅋㅋ

건수하 2023-03-22 19:37   좋아요 1 | URL
아, 그러고 보니 비혼의 삶이 혼자인 게 아니라는 포인트를 제가 깜박했네요. 맞아요. 근데 그때 저는 그런 생각을 못했었네요… 역시 깊이 생각해보질 않았.. 요즘 젊은 여성들은 더 똑똑하고 선택지도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

잠자냥 2023-03-22 19:56   좋아요 2 | URL
비혼이지만 고영이랑 파트너랑 사는 제가 승자?!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2 20:14   좋아요 2 | URL
저도 고양이까진 있는데….

잠자냥님이 요즘 젊은 여성들처럼 현명한 건 인정! ㅋㅋ

잠자냥 2023-03-22 23:27   좋아요 1 | URL
나 젊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3 06:04   좋아요 0 | URL
…. 요즘 젊은 여성으로 인정…!! 🙄

햇살과함께 2023-03-22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5장 끝내셨군요!!
저도 5장의 마지막 저 문장들에 설마? 했는데,
6장 어머니가 모성에서 시작하지 않고 낙태에서 출발하는 것을 보고
역시 보부아르는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ㅎㅎ

저는 철없던 20대 때에 결혼은 안하고 아이는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미친 생각이었습니다 ㅋㅋㅋ

건수하 2023-03-22 14:00   좋아요 1 | URL
오 6장 낙태부터 시작하나요? 역시!!

부담없이(?) 읽어도 되겠습니다 :)

결혼은 안하고 아이는.. 그런 분들 꽤 있더라고요? 저는 원래 아이에 관심이 없었.. ^^

거리의화가 2023-03-22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해보니 진지하게 결혼을 고려한 것은 아닌 것 같네요-_-; 보통 어른들이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결혼->출산 일텐데 애시당초 출산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쉽게 생각한거죠. 결혼이 장난도 아닌데 휴... 지금 생각해보니 어렸습니다 많이. 이런데도 제대로 된 갈등 없이 넘어온 것이 다행이랄까요. 그나마 상대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르지만요!ㅎㅎㅎ

건수하 2023-03-22 19:28   좋아요 1 | URL
화가님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질렀는데 큰 문제가 없었어서 운이 좋았다 생각한답니다. 상대가 결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유일한 사람이긴 했는데 그건 얘기가 잘 통해서였고 결혼의 현실은 잘 몰랐거든요. 기대가 크지 않아서 실망도 크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

책읽는나무 2023-03-22 1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결혼을 책 지르듯 지르신 건 아니죠?
아, 아니구나!
우린 책 살 때 막 사는 것 같아도 이걸 사도 되나? 장바구니 넣었다 뺐다 고민하며 지르는 거니까, 일맥상통일 수도~^^
저는 오래 사귀었기에 이제 와서 다른 사람 만나 다시 사귀고 시작하는 건 시간 낭비, 돈 낭비, 체력 낭비 아니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울 부모님이 둘 다 서른 넘기기 전에 얼른 결혼해서 애기도 서른 넘기기 전에 얼른 낳아야 한다고 닥달을 해서 정말 얼떨결에 한 것도 있구요. 그래서 제 큰 애가 나이가 많네요? 지난 번에 40 대인데도 20대 자녀가 있어서 놀라셨잖아요? 그래서 이리된 겁니다ㅋㅋㅋ
아....자식은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수하님 말씀에 동의하는 편이긴 합니다ㅋㅋㅋ

잠자냥 2023-03-22 17:17   좋아요 3 | URL
책 지르듯 하면 한 달에 서너 번 결혼해야 해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3-22 17:27   좋아요 2 | URL
앗!! 그게 그리 되나요?ㅋㅋㅋ
남편도 소모품이라면????
중고품이 되면 교체해야?...ㅋㅋㅋ

그래도 결혼은 한 번만 하면 될 것 같아요. 한 번 해도 힘든 결혼!! 어휴~ 세 번, 네 번씩이나??ㅋㅋㅋ

건수하 2023-03-22 17:46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저기요…… 폴리가미….?;;;

건수하 2023-03-22 19:29   좋아요 2 | URL
결혼하는 과정도 엄청 귀찮잖아요. 못해요 못해….

페넬로페 2023-03-22 19:37   좋아요 3 | URL
책은 신중히 생각하고 지릅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3-03-22 1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떨결에~^
급공감입니다.
아이에 대해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이건 우리가 아이가 있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요.
결혼했는데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도 쉽지는 않을 듯 해요~~
수하님, 열심히 달리시는 중이군요**

건수하 2023-03-22 20:20   좋아요 2 | URL
아이가 있어도 생각이 다른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워낙 예시를 많이 들어주니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도 되네요. 열심히는 아니고 외도 많이 했는데, 3월안엔 끝내야겠어서 앞으로 열심히 읽으려고요 ^^
 
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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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 이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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