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후텁지근할 수 없는 뿌연 늦은 오후 연극 <이>를 보러 갔어요.

차가 그렇게 많이 막힐 줄은 몰랐어요.
딴에는 여유를 넉넉히 두고 나갔는데 강남역 방향으로 좌회전을 한 후부터는 거의 거북이 걸음.
차가 너무 막혀서 이 길이 맞나 아리송하더군요. 그래서 옆차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당연히 맞다고... ^^;
결국 늦었어요. 그것도 20분이나...
그렇게 가는 사이 비가 쏟아지더군요. 후두둑 후두둑~

바로 안 들여보내 주고 10분 가량 기다리래요. 그 사이에 찍은 내 자리쪽 출입문.
그러니까 30분 정도를 보지 못한 겁니다. 윽~ 아까워.
게다가 자기 자리로 가지 못하게 해서 제 자리는 10번째 줄이었는데 쉬는 시간 전까지 뒤에서 봐야 했어요.
쉬는 시간에 잠시 프로그램을 뒤적여 보고 대강 못 본 줄거리를 파악했어요.

장생 : 이승훈 / 공길 : 박정환
연극의 내용은 영화 <왕의 남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뼈대와 재미있는 대사는 연극과 똑같구요.
다만,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공길이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여성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인공들의 운명이... 흑흑~
참, 공길이 성이 '김'씨인 거 아셨나요? 저는 오늘 처음 알았어요.
광대들의 놀이판은 영화에서보다 더 재미있고, 쉬는 시간에 제 뒤의 어떤 여자분은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영화가 원작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더군요. 저도 약간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원작에서 느껴야 하는 커다란 무언가를 잡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다음부터는 웬만하면 원작을 먼저... ^^

집에 오는 길에 계속 국지성 호우가 내리더군요.
여전히 후텁지근해서 창문을 한껏 내리고 달리다가 갑자기 1~2초만에 비가 마구 내려서 창문 올리느라 진땀 뺐어요. 비 좀 시원하게 더 내렸으면 좋겠네요. 저희 동네는 다시 소강상태인데...
정말 오랜만에 한 2년만에 연극 좋은 거 잘 봐서 기분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