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SBS 스페셜을 봤다. 제목은 "얼굴"
첫번째 이야기
선을 300번 본 39살의 남자가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얼굴의 여성을 찾고 있다. 외국 지사에서 근무하면서 1달 휴가를 받아 그 1달 동안 마흔 번의 선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맞선 자리에 나온 여성에게 외모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얼'은 영혼을 뜻하고, '굴'은 길을 뜻한다면서 따라서 얼굴은 영혼의 길이라는 말을 했다.
모든 남자들은 '얼굴이 예쁜 여자가 마음도 예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할 거라면서 아직도 자신이 꿈꾸는 아름다운 얼굴의 여성을 찾아 선을 보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
이미 눈과 코를 성형수술한 26살의 여성.
외모지상주의의 희생양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대담하게도 자신의 얼굴을 당당히 공개했는데, 다시 성형외과를 찾은 이유는 바로 코를 좀 낮추면 얼굴이 부드러워 보일 거라고 했는데 아닌 것 같아서 이번에는 턱을 깎고 싶다고 했다. 얼굴이 예쁘면 그만큼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냐고 하면서.
의사와의 상담 끝에 자르기로 결정한 길이는 12mm(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길이를 잘라냈다). 수술받고 2주 후 붕대를 푼 얼굴을 보면서 엄마와 나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얼굴이 정말 너무 달라 알아볼 수도 없고, 딱 보는 순간 나온 말은 "예전 얼굴이 훨씬 낫다."는 거였다.
어떤 성형외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애가 부족한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세번째 이야기
다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체에 3도이상의 화상을 입은 이지선.
현재 보스턴에서 재활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자기가 이 얼굴로 산지 벌써 6년이 됐기에 사고 전 얼굴보다 현재의 얼굴이 더 좋다고.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얼굴은 현재의 모습이라는 거지.
솔직히 이지선의 이런 당당하면서도 편안한 말을 듣는데 가슴 한 켠에선 싸하게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예쁜(얼굴+마음) 그녀가 너무나 큰 시련을 겪은 것 같아서 말이다.
네번째 이야기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미디어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그 남자는 때로는 타인의 얼굴을 단번에 기억하지만, 대부분은 볼 때마다 누군지 기억을 못한다고 한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남자에게 얼굴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꾸준히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친한 이들과 어떻게 그러는지 자신도 정확히 패턴을 알지 못하지만, 굳이 얼굴이 아니더라도 그만의 표정, 몸짓, 향기가 있다고... 또, 만남은 얼굴에서 시작되지만 관계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했다.
다섯번째 이야기
무료로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하는 사진가.
영정사진을 찍는 노부부는 아주 기분 좋게 단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마당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연방 이를 드러내고 싱글벙글 웃으시는 표정이 참 좋았는데 영정사진 찍는 건데 기분이 나쁘지 않냐고 하자 어차피 사람이 한번 나면 가는 건 정해진 이치이므로 준비를 해놓는 거라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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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하나 갖고도 이렇게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성형수술을 3번이나 한 그 여성의 기준에 맞추려면 나는 성형수술 몇 번이나 해야 할까? 내 얼굴이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고, 또 타인의 기준에서 볼 때 美人은 아니지만 성형수술을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