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찾한 서재의 글들만 대강 어림잡아도 30개는 되는 것 같다.

어제 미친듯이 바람불고, 비오는 날씨에도 꽤 많은 일을 했는데...

그에 관한 글도 쓰고 싶고 --> 이건 욕망

다른 분들의 글도 읽어야 하고 --> 이건 의무감 + 취미

읽던 거 마저 보고 리뷰 올려야 하고 --> 이건 욕망 + 책임감

'떨리는 가슴' VOD 봐야 하고 --> 이건 욕망 만땅

근데, 지금 상황에선 이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흑~

다른 분들의 페이퍼나 리뷰에 댓글을 달 때 1-2일 지나면 왠지 그런 게 생뚱맞기도 하고,

암튼 그래서 꺼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다른 사람들이 단 글 보면서 혼자 바보처럼 웃고 넘기기도 하고,

그래도 다 달아야지 ^^;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5-04-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제 것은 빠트리지 마시라요.^^
근데 뭐가 그리 바빠요?
그리고 선은 안 봤수?

하루(春) 2005-04-1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 좀 전까지만 해도 밤으로 모든 걸 미뤄야 했는데, 상황이 급반전돼서 지금 저 위의 모든 걸 다 할 수 있게 됐어요.
선은, 무기한 연기예요. 엄마가 "니가 알아서 구해와!!" 하셨어요.

파란여우 2005-04-1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왜 와주시지 않는 겁니까? 흑.......

하루(春) 2005-04-1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열심히 이집 저집 클릭하고 있었어요. 좀만... 하하~

물만두 2005-04-1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ㅠ.ㅠ

플레져 2005-04-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는요.................. ㅠ.~

chika 2005-04-1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들 댓글을 기다리시는군요. 모두가 똑같은 마음~ ^^
근데 전 처음에 쓴 '그에 관한 글도 쓰고 싶고'가 궁금했는데...'그'가 뭡니까요?

하루(春) 2005-04-10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는 바로 윗줄에 있는 걸 얘기하는 겁니다. ^^;;

chika 2005-04-1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전 정말 '그'라고 생각했어요. 나란녀석은 차암~ ^^;;;;

날개 2005-04-1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이 댓글 다시는거보면, 정말 열심히 세심하게 그리고 정성을 다해서 다시는것 같아 항상 감탄스러워요.. 뭐, 가끔씩 댓글 빼먹어도 이해해 드릴께요.. 아주 가끔씩만요..흐흐~

하루(春) 2005-04-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이 저를 과대평가하고 계신 것 같군요. 저 빼먹고 안 다는 것 많아요. 그저, 내 필이다 생각되면 남의 눈치 안 보고 다는 경향은 있지만, 그렇다고 ㅎㅎ~ 날개님이야말로 정성스럽고, 세심한 댓글을 달아주신 것 같은 걸요?
 

 

대학교 2학년 땐가 3학년 때 아주 친하진 않았지만, 간간이 친근한 눈빛을 주고받던 같은 과 친구가 있었다. 좀 마른 몸매에 머리는 약간 길어서 묶고 다녔던 걸로 기억난다. 어느 날 그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갔는데, 내게 마스카라를 발라 주겠다고 했다. 난, 그 때나 지금이나 화장을 잘 못하는데, 그 친구가 내게 처음으로 마스카라를 발라준 것 같다.

한 번 발라 보라며, 자기가 해주겠다면서 친한 목소리로 마스카라를 들이댔는데, 도저히 제대로 바를 용기가 나지 않아 조용히 그녀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녀는 아주 친하지도 않은 내게 자기 얘기를 했다. 변비가 있다구... 난 배변장애로 병원에 간다거나 하는 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변비가 그렇게 심각한 병인 줄 몰랐다. 변비 때문에 별 약을 다 먹어봤는데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면 의사가 직접 손을 항문에 넣어 관장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무리 상대가 의사여도 그런 일을 겪는 건 수치스러울 것 같다. 그녀도 그렇게 말했다. 창피하다고...

그녀의 자취방 싱크대에는 사발면이 있었다. 돈 없는 자취생들의 고충을 아는지라 라면을 사다 끓여 먹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자, 귀찮아서 사발면이 편하다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녀는 베스트 프렌드 - 키가 아주 크고(중학교 때까지 배구를 했던) 비쩍 말랐고, 촌스런 이름의 -와 강의가 끝난 저녁이면 나이트 클럽에 가서 밤까지 신나게 춤을 춰댔다. 그렇게 마른 두 여대생이 살을 빼려고 그리도 열성적으로 나이트 클럽에 다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쨌든 그녀는 내게 이렇게 남아 있다. 지금도 마스카라를 바를 때나, 변비의 '변'자를 들을 때나, 사발면을 볼 때나, 나이트 클럽 앞을 지나갈 때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는 이 세상에 없다. 97년인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그녀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97년... 난 너무 어렸다. 그보다 훨씬 나이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걸 봤는데도 난 죽음이 뭔지 몰랐다. 그 친구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먼 세상 얘기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 외에도 장례식에 따라갔던 친구들이 몇 명 있었는데, 난 빈소에도 가보지 않았다.

운동하면서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부디 편히 잠들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레져 2005-04-0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나게 읽어내려오다가... 날카롭고 예리한 벽에 부딪친 느낌이에요...
특정한 물건을 볼 때 마다 떠오르는 얼굴... 그래서 일부러 그걸 찾게 되곤 하는데...
그녀, 편안하게 잘 지낼거에요...

하루(春) 2005-04-0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밤 이상하게 슬픈 과거가 떠오르네요. 네, 저도 그러길 바란답니다.
 

뜬금없이 맞선을 보라신다.

상대방의 최소한의(내가 알고 있는 전부이기도) 정보만 적어보면,

Y대(미국) 졸업, 현재 미국 거주, 나이가 좀 많음(4살 차이를 적정한 걸로 생각할 때), 종교도 다른 것으로 추정됨.

이게 전부다. 아~ 물론 남자다.

엄마 : 이번주에 만났으면 좋겠다는데 만나보지?

나 : 왜 내가 그 사람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건데?

엄마 : 미국에서 왔고, 다시 가야 한다는데?

나 : (할 말 잃음.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매정하게 내 방으로 걸어감)

엄마 : 너 미국에 가서 사는 거 좋지? 너 미국에 있으면 엄마 여행도 가고... 좋잖아.

나 : 엄마 좋자구? 나 영어도 잘 못하는데? 뭐하고 살라고?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 우리 엄마는 날 빨리 치우고(그야말로) 싶어서 안달이 나셨다. 난,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틸까 고심고심 하고 있구...

난 여지껏 선을 4번 봤는데, 선 볼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어색함도 견딜 수가 없었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필(feel)이 안 꽂히는 걸... 선 봐서 맘에 들면 바로 애프터 신청해서 2-3번의 만남이 더 이어지면 곧바로 혼담이 오가는 그런 판에 박힌 스토리가 싫다.

정말 세상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있고...

이러느니, 평생 혼자 사는 게 훨씬 낫겠다.

엄마 말씀에 화가 나고, 너무 졸려서 그냥 자버렸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줄리 2005-04-0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을 한번두 못본 저로서는 가끔 선을 봤었으면 싶던데요. 그것두 일종의 사람만남의 수단이잖아요. 한번 보시죠^^

하루(春) 2005-04-07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게요... 두번째까지는 그나마 좀 괜찮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엄마 아시는 분의 소개로 나가는 걸 거절하지 못해서 의무감에 나가다 보니까... 흥이 안 나는 거죠. 다 엄마 아는 분 소개였지만... 반복되다 보니까 진짜 별로예요. 선 보고 나서 상대방이 별 웃긴 소리 하는 거 전해듣는 것도 화나구... 암튼 그래요.

날개 2005-04-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도 선을 못봐서요.. 것두 재밌을것 같은데... 그 왜.. 옷한벌 얻어입고 어쩌고 하는걸 드라마에서 본 영향이..헤헤~
하기야 선보고나면 갑자기 결혼에 대한 압박감이 더 들테니 본인은 괴로우시죠?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만나는게 가장 좋은데 말이죠..^^;;

moonnight 2005-04-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는 선본 사람과 불같은 사랑에 빠져서 한달반만에 결혼했답니다. ^^ 애 둘 낳고 사는 지금까지도 남편이 이 세상에서 젤로 멋져보인대요.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이 사람이다. 싶었다는 걸 보면 정말 인연이 따로 있는 것도 같아요.
저 역시 선보는 거라면 질색을 했기에 한 번 보심도 괜찮을 듯.. 이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역시 불편하고 부담스럽지요. -_-;
앗. 근데 하루님 맘을 모르시는 그 분은? +_+;;

chika 2005-04-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선,
그냥 그어봤어요. 하루님이 이제 맞선을 그어주세요. ㅡㅡ;
썰렁하죠? 이런 얘기말고 재밌는 얘기 해 주세요~ ^^;;

로드무비 2005-04-0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보군요.
눈 딱감고 고백하슈.
술 한잔하면서......
좋아하는 사람 두고 선 보러 가는 것 슬픈 일이죠.^^

마태우스 2005-04-0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 보기 싫으시군요. 전 이번주에 보는데^^ 선 볼 때마다 엄마가 10만원씩 주신다고 하셨는데요, 두번을 미리 땡겨 받아서 할 수 없이 봐야 한다는.... 여자들 살기엔 미국이 훨씬 편하다고 하던데, 그 사람 스케줄에 일방적으로 맞추는 건 좀 그렇죠. 아아 선...보기 싫어요 저도.

하루(春) 2005-04-0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글에 큰 관심들을 보여주시다니... 낯 뜨거운 일이군요.
날개님 - 전 날개님처럼 그렇게 결혼한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이왕 할 거라면 말이죠.
moonnight님 - 전 아무래도 그렇게 되기는 그른 것 같아요.
chika님 - 전 맞선이 싫어요. 첫 선을 본 장소는 롯데호텔 커피숍이었는데, 그 땐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웃긴 일이 벌어질 뻔 했죠. ㅎㅎ~
로드무비님 - 음.. 그건 제게 좀 일어나기 힘든 일인데요. ^^;
마태우스님 - 좋은 방법이에요. 10만원씩 일당 받고 나가는 거... 저도 한번 써먹어봐야 겠어요.
참, 저 5번째 선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어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죽어도 안 보겠다고 협박했어요.
 

부모님과 함께 교외에 나갔다. 그곳에 부모님이 아는 사람이 살고 있어서 그 집 마당의 수돗가에서 물을 받느라 신세를 좀 지고 있었다. 부모님은 물을 받으시느라 분주한데, 수돗가 옆쪽으로 개가 보였다.

그 집에는 개가 4마리가 있다. 수돗가를 사이에 두고, 3마리와 1마리.

수돗가 왼쪽으로는 어미로 보이는 검은 개는 줄에 묶여 있었고, 길이가 15cm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누런 강아지 2마리는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지라, 다가가서 세마리를 번갈아가며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어미개를 보니 자꾸 수돗가를 향해 혀를 내밀고 있는 품새가 좀 수상해 보였다.

그래서 물그릇을 보니, 언제 줬는지도 모르게 바싹 말라 흙먼지만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물을 마시고 싶어하는 것 같아 부모님이 물을 다 받으실 때까지 기다리는데, 내 맘을 알아차리고 개한테 물을 먼저 주라고 하셨다. 그릇을 닦고, 물을 주면서 툴툴거렸다. "생명체를 이렇게 하찮게 여기다니... 너무하다."

물을 가득 담아 갖다 주니 정말 1분 이상을 얼굴을 박고 먹어댔다.

그리고, 수돗가 오른쪽의 집도 없이 털 숭숭 빠진 푸석한 모습으로 힘없이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끈에 묶여있는 하얀 개. 이 개는 마치 주인이 죽으라고 고사지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밥그릇도 안 보이고, 이 녀석한테도 물을 줘야 겠는데 물그릇이 안 보이는 것이다. 아빠가 "아~ 저기 있다." 하며 그릇을 주셨다.

이 녀석 물그릇은 더 가관이었다. 바닥엔 오래된 먼지가 들러붙어 잘 닦이지도 않았다.

아~ 왜 개를 그렇게 방치하는 걸까? 주인이란 사람은 저쪽에서 비닐하우스 뼈대를 만드느라 바쁘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우리한테는 맘껏 물 떠가라고 수도를 내주면서 왜 자기집 마당의 개한테는 물 한방울 안 주는 걸까? 그렇게 쓸모없는 개를 방치하느니 차라리 개고기 좋아하는 사람들 혀라도 즐겁게 보신탕집에 갖다주는 게 낫겠다.

물이 맑은 햇살에 증발해 버릴까봐 그릇을 그늘로 옮겨주고 왔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오늘 같이 맑은 봄날에는 우리처럼 제 발로 자유로이 걸어다닐 수 있는 인간에게만 좋은 날인 것 같아 씁쓸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04-05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그런 적 많아요. 밥은 모르겠지만 물만은 떨어지지 않게 줘야지 않나요? 왜 그렇게 방치하는지 정말이지 속상합니다. 묶어놓는다는 것, 그것도 참 나빠요.

하루(春) 2005-04-0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새벽부터 안 그래도 강원도 불 때문에 답답했는데, 밝은 햇살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파란여우 2005-04-0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치할 개를 왜 키운답니까....쩝..-.-

하루(春) 2005-04-0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음.. 그러게 말이에요. 화났어요. 그깟 발바리를 어디다 쓰냐고 투덜거리는 게 정말 화나더라구요.
 
루시드 폴 (Lucid Fall) - 오, 사랑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루시드 폴(Lucid Fall)과 조윤석(30세)은 한몸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다. 루시드 폴은 수줍은 듯 나긋하게 노래하는 가수고, 조윤석은 현재 스위스 연방공대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밟고 있는 과학도다. - 경향신문(05년 3월 28일자 인터넷)

난 그저 음악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간단한 정보를 찾는다는 게 이런 생뚱맞은 걸 봐 버리고 말았다.

루시드 폴이 '버스, 정류장'의 음악을 맡은 후 몇 달이나 지나서 그 영화를 보게 됐고, 또 사운드 트랙을 샀고, 그게 2003년인가 그러니까 내가 이 사람의 음악을 기다린 게 2년쯤 된 것 같다.

어제 피곤한데도 굳이 나가고 싶었다. 밖에 나가 그냥 세상 구경을 하고 싶었다. 감옥에 갇혀 지낸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우리 가족 구성원이 원래 넷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그렇게 조촐하게 외식을 하고, 집에 오다가 나만 내렸다. 그리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타면 늘 앉는 앞자리가 없어 중간쯤 자리에 앉았다. 가방에 넣어둔 만화책을 볼까 잠깐 고민하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창문에 머리를 박고 잔 것 같다.

내려야 할 곳에 도착하자 놀란 눈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 곳에 갔다. 이 앨범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알라딘 음반 코너에서도 지난 주 가장 눈에 띄던 건 이 앨범이었다. 관심가는 앨범들을 들어보다가 결국 이걸 집어 들었다. 빨리 듣고 싶었고, 그림이 탐나서였다.

Lucid Fall 밑에 조윤석이라고 씌여진 싸인CD를 받고 돌아서려는데, "포스터 필요하세요? 드릴까요?" 한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거 안 필요할 것 같은가? 난 가끔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포스터를 길에서 떼어오기도 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네. 주세요. 크기가...?" 했더니, 손으로 크기를 대중하면서 "이 정도요."한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포스터를 들고 왔다. 예전에는 둘둘 말아 바로 테이프를 붙여 떼어내면 흠이 남아 아쉬웠는데, 그런 걸 배려한 마음에 기뻤다.(옆 사진은 창문에 붙여놓은 포스터를 찍은 것임)

집에 와서 퍼즐을 맞추며 들었다.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를 많이 써서 그런가? 참 잔잔하고, 단정하다.  루시드 폴은 노래를 힘주어 부르지 않는다. 그저 말하는 것처럼, 속삭이듯이 노래하는 그의 스타일이 참 좋다.

제일 마음에 드는 노래 - 보이나요?

내 맘이 보이나요? 이렇게 숨기고 있는데. 내 맘이 보인다면 그대도 숨기고 있나요?

내 맘이 보이나요? 언제쯤 알게 됐나요? 그대도 그렇다면 나에게 말해요.

조심스럽지만, 심각하게 얘기하면 어떨까? 다른 얘기하다 슬그머니 말한다면 어떨런지.

이제는 보이나요? 이미 다 얘기했는데. 그래도 모른다면 나도 잊을까요?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레져 2005-04-05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크박스에서 루시드 폴의 새 음반을 들었어요. 보이나요, 를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버스와 하루님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 추천.

날개 2005-04-0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는 예전처럼 음악을 올릴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을 읽다보면 음악을 같이 들어야 할것 같은 생각이.... 아쉽다~

하루(春) 2005-04-0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 자우림이나 레니 크래비츠도 좋은데, 가끔은 이런 음악도 좋아하니까 취향이 좀 종잡을 수 없죠. 저는 이번 앨범의 모든 노래가 다 좋아요. ^^;
날개님 - 그쵸? 날개님이 가르쳐주신 방법 써먹었어요. 귀엽고 좋군요. ^^

마냐 2005-04-1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하루님....저 요즘 루시드폴에 꽂혀서, 안그래도 지금 듣고 있었걸랑요. 갑자기 얼마나 반가웠던지...게다가 저 '보이나요' 넘넘넘 좋아해요...^^

하루(春) 2005-04-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무지하게 듣고 있어요. 감성이 굉장히 풍요로운 사람 같아서 들을 때마다 감탄하고 있는데... 루시드 폴 의외로 인기 많은 것 같아 좋군요.

진진 2005-04-2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에 익은 노래. 무언가 했는데... 루시드 폴이라... 매혹적이네요..

하루(春) 2005-04-2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에서 '보이나요?'가 가장 많이 나오더군요. 제 취향이 대중의 것과 비슷한가 봅니다. ^^ 질리지 않고 오래 들을 수 있는 음반 중 하나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