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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 (Lucid Fall) - 오, 사랑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루시드 폴(Lucid Fall)과 조윤석(30세)은 한몸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다. 루시드 폴은 수줍은 듯 나긋하게 노래하는 가수고, 조윤석은 현재 스위스 연방공대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밟고 있는 과학도다. - 경향신문(05년 3월 28일자 인터넷)
난 그저 음악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간단한 정보를 찾는다는 게 이런 생뚱맞은 걸 봐 버리고 말았다.
루시드 폴이 '버스, 정류장'의 음악을 맡은 후 몇 달이나 지나서 그 영화를 보게 됐고, 또 사운드 트랙을 샀고, 그게 2003년인가 그러니까 내가 이 사람의 음악을 기다린 게 2년쯤 된 것 같다.
어제 피곤한데도 굳이 나가고 싶었다. 밖에 나가 그냥 세상 구경을 하고 싶었다. 감옥에 갇혀 지낸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우리 가족 구성원이 원래 넷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그렇게 조촐하게 외식을 하고, 집에 오다가 나만 내렸다. 그리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타면 늘 앉는 앞자리가 없어 중간쯤 자리에 앉았다. 가방에 넣어둔 만화책을 볼까 잠깐 고민하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창문에 머리를 박고 잔 것 같다.
내려야 할 곳에 도착하자 놀란 눈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 곳에 갔다. 이 앨범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알라딘 음반 코너에서도 지난 주 가장 눈에 띄던 건 이 앨범이었다. 관심가는 앨범들을 들어보다가 결국 이걸 집어 들었다. 빨리 듣고 싶었고, 그림이 탐나서였다.

Lucid Fall 밑에 조윤석이라고 씌여진 싸인CD를 받고 돌아서려는데, "포스터 필요하세요? 드릴까요?" 한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거 안 필요할 것 같은가? 난 가끔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포스터를 길에서 떼어오기도 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네. 주세요. 크기가...?" 했더니, 손으로 크기를 대중하면서 "이 정도요."한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포스터를 들고 왔다. 예전에는 둘둘 말아 바로 테이프를 붙여 떼어내면 흠이 남아 아쉬웠는데, 그런 걸 배려한 마음에 기뻤다.(옆 사진은 창문에 붙여놓은 포스터를 찍은 것임)
집에 와서 퍼즐을 맞추며 들었다.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를 많이 써서 그런가? 참 잔잔하고, 단정하다. 루시드 폴은 노래를 힘주어 부르지 않는다. 그저 말하는 것처럼, 속삭이듯이 노래하는 그의 스타일이 참 좋다.
제일 마음에 드는 노래 - 보이나요?
내 맘이 보이나요? 이렇게 숨기고 있는데. 내 맘이 보인다면 그대도 숨기고 있나요?
내 맘이 보이나요? 언제쯤 알게 됐나요? 그대도 그렇다면 나에게 말해요.
조심스럽지만, 심각하게 얘기하면 어떨까? 다른 얘기하다 슬그머니 말한다면 어떨런지.
이제는 보이나요? 이미 다 얘기했는데. 그래도 모른다면 나도 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