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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브 - 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김소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12월
평점 :
주인공인 은희&형호 부부는 여느 커플들처럼 열렬하게 사랑해서 결혼 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때, 오토바이 사고로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그 사건을 시점으로 부부는 한 집에서 살기는 했지만, 평범한 대화가 없어지고, 서로 눈길을 주고 받는 일도 없어졌다.
아들의 죽음이 상대방의 잘못인 양, 서로를 무시하는 것으로 벌 주는 듯이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눈에 안 보이는 투명인간 처럼 여기며 살았다. 말 없이도 일상을 사는데는 지장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들의 사고 이후로 벌써 4년이 흘러 있었다.
그렇게 빈 껍데기처럼, 투명인간처럼 지내던 아내가 사라졌다. 며칠 여행이라도 갔으려나... 친정에 갔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증오와 미움도 느껴지지 않는 아내지만, 아직 남편의 역할이 끝난 게 아니어서 일말의 의무감으로 그녀를 찾아나선다. 막상 찾아나서려니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는게 막막했다. 짚이는 데라도 있어야 하는데,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게 이런 심정일까. 참으로 답답했다. 4년 동안 변변한 대화조차 없던 부부였고, 아내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식은지 오래였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그러다 아내의 일기장이 발견되고,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차근차근 하나씩 단서를 쫓아간다.
그러나 밝혀진 진실은 어이없고, 황당했다.
UFO? 시간의 문이 열린다고? 코카브?
이상한 단체의 꼬임에 넘어갔는지도 모를일이다. 사이비 종교에라도 가입이 된거면 이혼으로 갈라서기 전에 골치 아픈 일에 엮이게 될지도 모른다.
아내를 찾는 길에는 십여년의 결혼생활을 했지만 그가 몰랐던 사실도 드러난다.
아내가 장인, 장모의 친 딸이 아닌 입양아라는 사실이 그랬고, 아들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자살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사실이 그랬다. 믿기 힘든 혼란스러운 얘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혼란스러움과 충격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게 되자, 그 모든 충격을 먼저 겪었을 아내의 마음은 어땠을까에 머물렀다. 그동안 그녀가 방황했을 시간이 아프게 느껴졌다. 아픔과 고통, 혼란스러움이 얼마나 많은 시간 아내를 혼자 울게 했을까 하는 마음에 한없이 가엾게도 느껴졌다.
'코카브' 라는 곳은 UFO를 믿는, 또 다른 세계를 믿는 사람들의 단체 이름이다.
코카브의 회원이면서 시간의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간의 문'이 열리는 D-day 가 언제일지 궁금해 했다. '시간의 문'이 열리는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데, 그 중요한 날짜와 장소는 코카브 회원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현재로서는 코카브의 위치조차 수수께끼다.
아내는 분명 그 코카브를 향해 떠났을텐데 그 코카브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코카브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지는 않은 듯, 생각보다 쉽게 코카브의 위치를 알아내고 코카브에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 안에서 쓰는 용어다. 사람을 지칭하는 계급 정도로 보면 되는데, 델타의 지위(?)인 그는 베타의 아내를 당장은 만날 수 없다고 한다. 교육을 받고 코카브 내부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에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아내를 만나기 위해 코카브의 회원인 척 하면서 교육을 받고, 숙식을 해결하며, 믿음이 있는 양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또 하나같이 아픔을 간직한 공통점이 있었다. 공통적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했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 이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채 5~6명 단위의 여러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엔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이 모두 미쳤거나, 철저히 세뇌 당한게 아닐까 했었다.
그러나 차츰 그 자신도 코카브에 빠져들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시간의 문'은 열릴 수 있을까?
그들 각자가 원하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책 초반에 "UFO" 라는 단어가 나와서 '아! 내 취향이 아닐 수 있겠다!' 성급한 결론을 내렸었다.
그러다 중반 이후로 가면서는 코카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저자와 함께 아내를 찾고 있었고, 코카브의 시스템과 최종 목표가 뭔지 함께 궁금할 정도로 소설에 몰입되어 있었다.
코카브 회원들의 저마다의 사연을 보면서는 훌쩍 거리기도 했다.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형호가 느끼는 회한과 뉘우침을 보면서 어쩌면 과학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불법단체처럼 보이는 코카브가 여러사람의 삶을 구원해 주는 좋은 단체일 수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손상된 생각과 상처를 고쳐주고 치료해주는 훌륭한 병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목적한 바는 따로 있었겠지만 말이다.
역시 이 책도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 자리에서 금방 읽더니,
"엄마! 마지막 부분이 슬펐어? 아까 훌쩍거렸지?" 한다.
"넌 그 부분 안 슬펐어? 뭉클하지 않았어?"
"어. 조금 그런 부분도 있기는 한데, 많이는 아닌데... 아형이 '배신자'라고 하는 부분은 재밌잖아."
실제로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소리내어 킬킬 거리기도 했다.
일정부분 아들에게는 동감이 덜 될 수도 있었겠다. 아직 어린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아들도 나도 재밌게 읽었다.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