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겠지?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중에서 -

 

 

 

읽고 있는 글에서 '하느님'이니 '예수님'이니 하는 단어가 들어 있으면

알레르기처럼 거부반응을 일으키곤 하는데, 이 글은 마음에 들어왔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코너에 몰리고, 벼랑 끝에 다다랐을때,

'이제 끝인가?',  '이게 끝이구나!'  싶을때

어쩌면 그 시점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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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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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환타지였다.  SF나 판타지 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줄 알았으나, 아주 현실적인 얘기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여고생의 이야기다.

자음과 모음 에서 시행한 제 1회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광고문구가 쓰여져 있기도 하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사이버 카페로, 익명의 의뢰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카페의 취지에 맞는 의뢰의 경우 일을 대신해주고 그에 합당한 돈을 받는 온라인 상점이다. 여고생인 '백 온조'는 '크로노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그 상점의 주인이자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이다.

 

단순한 우편물 배달이나 건전하지 못한 일, 카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은 정중히 거절한다. 

크로노스에게 주어진 임무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그 댓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며 정신적으로도 보람이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

 

첫 번째로 받은 의뢰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일이다. 온조가 다니는 학교, 그것도 바로 옆 반에서 도난사건이 있었고,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 없어진 물건이자, 훔친 PMP를 제자리에 다시 되돌려 놓는게 온조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였다. 의뢰인은 범인은 아니고, 범죄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목격자이자 훔친 물건을 다시 훔친 아이였다.

 

상점을 연 이래로 첫 번째 임무이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의뢰여서 온조는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해야되는데... 들키는 날에는 의뢰인과 온조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다. 엉뚱하게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는 일이다. 

 

1년 전에도 같은 도난사건이 있었고, 불행하게도 범인이 밝혀졌다. 한 반에 있던 평소 조용했던 아이로 선생님은 '내일 다시 얘기하자!' 는 말로 하루 유예를 시켰다고 한다. 그 밤, 범인이었던 그 아이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잔인한 밤을 보냈을까! 그 다음 날 범인이었던 아이는 많은 학생이 등교 하는 시간에 보란듯이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 한다.  차라리 선생님으로 부터 즉시 몽둥이 찜질이라도 받았더라면, 자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범인이 밝혀지는 건 시간 문제일 뿐. 똑같은 상황에 처한 지금! 어쩌면 같은 결과가 반복될지도 모른다. 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 될 수 도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의뢰를 했고, 온조도 그 의뢰인의 진실함에 마음이 움직였다. 자신도 겪었던 힘든 시간이었고, 전교생의 트라우마를 다시 반복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위에 사건은 하나의 임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임무들이 여러가지가 기다리고 있다.

마음이 따뜻한 이야기도 있고, 뭉클한 이야기도 있다.  온조가 미션을 수행하면서 느끼고 깨달아 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마음이 훌쩍 성장하는걸 느꼈다. 

 

최근에 청소년문제로 수면위로 떠오른 왕따나 교내폭력 등은 신문기사를 통해 충분히 접했지만, 그런 것들 말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요즘 아이들만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있을테다. 그런 내용을 다룬 소설들이 많은데,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전개되서 조금 신선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들에게도 권해서 읽도록 했고, 아이도 재밌게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었다.  따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소설속에 흐르는 따뜻함이 마음에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다른 많은 청소년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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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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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넘게 함께 동거하던 여자 친구가 떠나던 날. 특별한 이별의 사유도 듣지 못하고 버림받던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발적인 백수가 된다. 한 병원의 방사선과에 다니던 그는 사랑에 실패한 이후로 모든 게 시시하고 무의미해졌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그를 돌봐줄 가족도, 희망도 없어 보인다. 세상에 모든 슬픔을 혼자 끌어 않은 듯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왔다. 그의 집 발코니 주위를 맴돌며 어슬렁거리더니 집 안으로 들어와 그의 삶에 끼어들었다. 그냥 평범한 고양이가 아닌 아주 잘 생긴 고양이였다. 길 잃은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면서 도둑고양이가 아닌 가족이 되었다. 그 시점에 그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그 고양이가 아니었으면 다른 나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사라다 햄버튼] 그 잘 생긴 고양이의 이름이다. 특이한 이름을 짓게 된 사연은 생각보다 싱겁다. 고양이와 처음 만나던 날 샐러드를 맛있게 해치우는 모습에서 '샐러드'를 사용했는데, 발음하기 쉽게 '사라다'로 따오고, 마침 보고 있던 축구경기에서 설기현선수의 소속팀인 '울버햄튼'의 '햄튼'을 따왔다. 역시 발음이 어려워 '햄버튼'으로 바꿔서 ‘사라다 햄버튼’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게 된다. 고양이는 제 이름인 줄은 아는지 ‘사라다 햄버튼!’ 하고 부르면 돌아보고는 한다.

 

이 책은 그가 사라다 햄버튼과 보낸 한 계절에 대한 이야기다. 고양이 얘기와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 나를 길러준 아버지와 친아버지를 만나게 된 이야기. 그리고 나를 떠난 S와 새로 알게 된 R의 이야기가 한데 섞여 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흔하고 평범한 일상을 들려준다.

 

한 계절이 지날 즈음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떠난 S는 여전히 떠나있고, 부모는 하늘나라와 캐나다로 먼 곳에 있다. 새로 만난 R도 자신의 길을 향해 떠나고, 고양이도 예전 주인에게 되돌려 주기로 했다.  그도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 이력서를 준비한다. 주인공이 겪은 한 계절의 이야기만 남긴 채, 그와 관련된 다른 인연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사랑을 잃었다고 징징거리며 아프고 외롭다고, 상처 받았다고 호들갑 떨지 않아 좋았다. 친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 혼란스러움의 표현이 유난스럽지 않고 압축된 듯 보이는 게 좋았다. 위로해 달라고 소리치지 않으면서 덤덤하게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는 게 담백하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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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이경숙 지음 / 청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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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보면 그 뒤에 있는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보지 않아도 보인다고 했다.

언젠가 아이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마음이 '덜컹'했었다.

그런 얘기는 잘 안 하는데, 유독 나에게만 그 얘기를 하신 게 뭘까 의아하면서도 그 당시엔 좋은 뜻으로 받아들였다. (아닌가? 혼자만의 착각?)

 

엄마 아빠의 좋은 점만 닮고 단점은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게 모든 부모의 바램일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고스란히 빼닮는다. 외모도 그렇겠지만, 식성도 성격적으로도 닮다. 장점이고 단점이고 가리지 않고 '그 아버지의 그 아들' 혹은 '그 엄마에 그 딸'이다 싶게 닮는다. 마치 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자식은 부모의 '미니미' 일 수 밖에 없다. 자식의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보면 작은 남편이 보이고, 작은 내가 거울 속에 있다.

 

자식을 키우면서 욕심이 생긴다. 나 보다는 더 나은 사람을 만들려는 욕심, 남들이 우러러 보는 성공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런 삶을 위해서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때로 아이의 행복과 맞바꾸는 삶을 강요한다. 성공하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모 자신도 그런 삶을 살아 보지 않았으면서 자식에게는 강요하는 우스운 일이 생긴다.

 

부모는 그들이 목표로 하는 삶을 위해 아낌없이, 부족함 없이 지원해 준다. 그렇게 면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에도 들어가고, 성공한 사람의 대열에 끼는데 문제없 거라 믿는다. 아이가 따라오면 문제 없지만, 아이가 못 따라오면 삐걱대기 시작한다.

"왜 그걸 못해?"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다른 애들은 잘만 하던데, 넌 왜 그러니?"

"내가 들인 돈이 얼마인데... 왜 이것 밖에 못해?"

그 부담과 압박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이게 된다.

 

 

이 책은 물고기를 잡아 아이에게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부모없이도 아이가 살아가는데 문제 없도록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설득한다. 부모는 언제 아이의 곁을 떠날지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물고기를 잡아다 바칠 수 없다고 한다.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많은 아이들의 사례를 들며, 부모로 인해 상처 받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토닥여 줬던 일화들을 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가 있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부모 밑에서 아이가 자라는 게 문제라고 얘기한다.

 

문제가 있는 부모라면, 이 책에 힘들어 하는 아이가 내 아이와 비슷하다면 부모가 변해야 한다. 아이를 위해 욕심을 조금 접어야 한다. 아이의 행복은 그 무엇과도 거래되는 항목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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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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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구성원 모두가 하나같이 찌질하고 결함이 있는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였던 <고령화 가족>이후 두번째로 읽는 작품이다. '천명관' 하면 이 소설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프고 처절하고 불쌍하지만, 재미있다.

독자를 끌어 당기는 흡인력이 최고였던 책이다.

 

주인공은 늙은 노파와 그의 딸 애꾸, 금복과 딸 춘희 이다.

공통적으로 모두 여인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여인의 일생', '여자의 일생' 이라는 표현은 어딘지 모르게 희생과 인내와 '한' 을 가진 불쌍한 엄마들의 삶이 떠오르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씩씩하고 당찬 여장부들이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노파와 금복이 모두 "모성애"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여성들이어서 그의 딸들은 다른 집의 평범한 딸들과는 다른 생을 살아야 했다. 지독하게 외롭고 고독한 삶이었다. 험난한 세상에 혹독하게 버려진 삶을 살아야 했다.

 

작가는 '인터넷에서 돌고있는 이야기, 전설, 기담, 괴담' 등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 들을 모아서 소설화 한 것으로 정작 작가 자신은 한게 별로 없다고 겸손한 발언을 했다.

 

그랬다.

 

세상에 떠도는 이른바 '설' 들이 재밌으면서도 황당하게 펼쳐진다.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은 내용도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 천정에서 돈벼락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든지,

노파가 자신의 딸의 눈을 시뻘건 부지깽이로 찔러 애꾸를 만들었다든지,

금복이 나중에 남자가 된다는 내용은 쉽게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이런 소설의 허구가 잘 드러나 시시하고 바람이 빠질만도 한데 끝까지 몰입하게 된다.  이야기의 힘이 독자를 끌고 다닌다. 읽는이는 멱살 잡힌채로, 귓볼을 잡힌째로 끌려다닌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굴곡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적이면서도 처절한 내용에 웃다가 고통스럽다가 한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는 흔한 인생에 대한 문구가 딱 들어맞는 금복의 삶은 한편 이해되기도 하지만, 남성편력이 있는 그녀의 바람기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게 한다. 딸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는 "춘희"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극대화 시킨다.

 

 

사람이 어느정도의 생을 살면, 어느 시점이 되면 그동안 살아온 인생에 대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상'을 받을 만한 인생이었는지, '세금 영수증'이나 '벌'을 받을 인생을 살았는지는 지나보면 알게된다.  이런 통과의례가 있다는 걸 젊은 인생은 잘 모르기 때문에, 성적표를 받고서야 땅을 치며 통곡할 뿐이다. 

 

소설속 엄마들이 살아온 인생의 성적표로 인해 죄없는 딸들이 고난을 겪는 것 같아 그게 좀 아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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