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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그림을 잘 모르지만, 한국화의 특징 중에 "여백의 미" 라는 게 있다.
얼핏 보면 허전하고 심심하다. 그러나 뭔가 더 그려 넣어도 충분할 만한 공간을 일부러 비워두는 것이 한국화의 특징이자 매력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한마디로 '속도전'이다. 무한 경쟁의 시대이고, 대부분의 것들이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하루라도 빨리 개발하고, 경쟁자보다 먼저 선점하는 걸 성공한 사례로 꼽는다. 성공을 꿈꾸는 자들이 그토록 이루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그런 지금의 시대에 역행하는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있다.
루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실패한 사람들의 행보일 것 같은 뺄셈의 철학을 지속적으로 설득한다.
뺄셈, 마이너스, 손해보는 삶... 그런 일화와 에피소드들로 책 한 권을 채웠다.
(...)
"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뭐든지 다 안다고 착각했으며, 졸업을 한 후에야 배운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 중년이 되어서는 뭐든 다 안다고 착각을 하다가 만년에 이르러서야 그 어떤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지요."
(...)
손 안에 이미 유리공을 쥐고 있으면서 더 많은 공을 손에 넣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좀 더 크고 예쁜 공이라면 서둘러 바꿔치기 한다. 한 손에 하나씩 가졌으면서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아도 되는데, 탐욕과 욕망의 괴물은 좀 더 가지라고, 좀 더 큰 걸로 바꾸라고 부추긴다. 욕망이라는 괴물은 허락도 없이 언제부턴가 내 몸 어딘가에 찰거머리 처럼 붙어서 떠날 줄을 모른다.
비워야만 다시 채울 수 있는 컵 안의 물처럼... 새로운 뭔가를 얻으려면 손 안에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 그 간단한 규칙을 우린 자꾸 잊어 버린다. 어쩌면 잊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눈 감고 귀 닫은 채 모른척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왜? 남들도 다들 그렇게 사니까. 그렇지 않으면 나만 뒤쳐지는 것 같으니까.
우리는 수시로 욕망한다. 하나라도 더 소유하고 싶고, 남보다 앞서 걷고 싶어한다. 남에게 자랑스레 보여주기 위한 삶에 모든것을 집중시킨다. 충분히 행복할 삶도 남과 비교하며 내 자신을 불행으로 집어 넣는다. 남과의 비교에서 우위에 있으려면 조금 더, 많이 더 가져야 만족이 된다. 만족이 없는 무한의 욕구를 위해 오늘도 우리는 자신을 속이고, 괴물의 손아귀에서 정신줄을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림 라이프, 슬로우 라이프. 빠르게 변해가는 초고속의 시대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었지만, 묘한 울림이 있다. 잠시의 여유조차 그리울 만큼 우리 모두는 속도를 늦출 수 없는 경기장 한 복판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용서하고 양보하고... 한번 더 친절을 베풀고 인내하고...
힘 주어 움켜진 손에서 힘을 빼고 손을 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홀가분함과 평화로움, 편안함이 손에 쥐어지게 될 것이다.
더하기만 하려하지 말고 버릴것은 버리고, 나눌것은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내 것을 자꾸 남에게 퍼주는 후원자나 기부자, 봉사자들의 얼굴에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덧셈의 공식에서는 절대 보기힘든 큰 행복과 열매를 보게 되는 것이 그 증거겠다.
"비움을 실천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삶과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경험은 없지만, 이 말을 머리속에 저장해야겠다.
비웠을 때 뭔가 채워지는 느낌. 가치있고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