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2  포항에서 아빠 복귀 전, 아들과 둘이서만 농구

 

요즘 주연이가 '게임'에 중독인가 싶을 정도로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다.

다행하게도 PC로는 게임을 하지 않고, 아들의 핸드폰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게임을 하고 싶으면 엄마의 휴대폰이 필요하다.  

 

요사이 엄마의 퇴근을 은근히 기다린다.  내심 흐뭇해 하고 있었는데...  실상은 엄마가 아닌 엄마와 함께 퇴근하는 스마트폰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OTL.

 

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 월요일엔 폰을 아예 숨겼었고, 어제는 함께 운동을 나갔었다. 몸을 피곤하게 하면 '게임'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배드민턴을 할까 하다가 농구를 하기로 다.

 

조금만 뛰어도 흠뻑 땀에 젖는 주연이와 아무리 움직여도 땀 한 방울 안나는 나이지만

우리 둘의 공통점은 역시나 "저질체력" 이라는 거다.

 

서로 번갈아 가며 공을 가지고 논다.

공을 뺏고 뺏기는 방식 보다는 혼자서 몇 번 '탕 탕' 튀기다가 골대에 넣는 형식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골대 바구니가 골-인을 자꾸 거부한다. 슬슬 오기가 발동한다. 

그러다 들어가면 "옛~쓰~!" 잠깐의 성공은 반복된 "no~goal~!"의 노고를 잊게 해준다.

조금 뛰어 놓고 헥헥~ 숨이 가빠 오면 공을 넘겨준다. 넘겨주고 넘겨받고.

 

지금까지 보아온 주연이 성격상...

간간이 골대가 골-인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영원히 농구와는 절교를 했을 수도 있었다.

본인이 잘하지 못하는 것에는 미련없이 관심을 끊는 경향이 있다.  

 

나도 주연이도 짜증이 스멀~ 올라올 쯤 한 번씩 골을 받아 준다.

처음보다 운동 끝내고 집에 들어갈 즈음엔 골 정확도가 높아져 있어서 한껏 기분이 나아졌다.

역시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 보다.

 

 

2013. 6월초  아빠 복귀완료. 셋이서 농구. 

 

농구에 조금 익숙해진 주연. 

몇 번의 골맛과 엄마의 넘치는(?) 칭찬으로 약간의 자신감이 붙어 있다.

아빠의 칭찬에 목말라 하는 주연군이 먼저 농구를 제안한다.

움직이는 걸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아들의 부탁이니 마지못해 참여하는 울 부부.

 

지난번에는 여자인 엄마와 아들의 그저 아이들 장난같은 워밍업의 농구였다면, 아빠와의 운동에는 더 학습(!)적이고 뭔가 운동같은 운동의 농구였다. 아빠와 함께 하는 운동에는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달랐다.  

아빠는 공을 튀기는 방법이라든지, 공을 대하는 자세, 슛 하는 행동까지 주의사항과 요령을 꼼꼼하게 지하고 코치한다.  

받아들이는 아이의 자세도 많이 달랐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몰입해서 듣는다. 실습도 하면서.

 

흠. 역시 아빠가 놀아주는 방식과 엄마가 놀아주는 방식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군!

뒷짐 지고 지켜보며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남편이 있어서 나는 그저 지켜만 봐도 좋은 위치가 되었다.

 

엄마와의 운동에서는 저런 눈빛이 아니었다! ㅠㅠ

나에게도 그런 눈빛을 보여 달란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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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계절을 추억하며, 또 한 편의 에피소드를 남긴다.

망각이라는 블랙홀의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가까스로 잡아챈 기억이다. 

 

더운 여름날 저녁. 그것도 금요일 저녁이면, 시원한 맥주 한잔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다.

거기에 주말마다 올라오는 남편과 조우하는 우리 가족은 금요일 저녁은 '작은 파티'를 여는 날이다.

 

금요일엔 언제부턴가 [컵라면+맥주+육포] 등으로 간식과 안주거리를 준비해 둔다.

메뉴는 조금씩 달라진다. 순대볶음, 쏘야볶음 이 올라오기도 하고, 주연이와 시간이 되는 날은 한입에 넣을 수 있게 쌈을 준비하는 날도 있다. 메뉴는 그날의 시간적인 여유에 따라, 끌리는 음식에 따라 다양하다.

 

 

 

더위가 가신 지금은 그 작은 파티가 문을 닫았지만, 한 여름엔 몇 주 동안 계속됐던 이벤트 였다. ^^

 

맥주는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캔으로 또는 패트병으로 어떨 때는 병맥주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주 동안 쌓였던 빈 병이 눈에 들어왔다. 

1~2병일때는 재활용 수거함에 그냥 넣었는데, 8병이 모이니 수퍼에 가져다 주는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생각난 김에 바로 남편과 둘이서 나눠들고 수퍼에 갔다.

 

남편 : 요즘 누가 이런걸 바꾸러 다닌대? 몇 푼이나 된다고 이런 수고를 해?
: 돈 때문에 그러는 거면 창피할 수도 있지. 근데 우린 돈 때문이 아니라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고, 빈 병 재활용 차원으로 반납하는 거니까 숭고한 일을 하는거야. 대단한 일을 하는 거지. ㅎㅎㅎ

 

빈 병 8개와 맞바꾼 350원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 이 동전에 표시를 해 놓으면 좋겠어. 다른 동전과 구별되게 말이야.

      어째 빈병 무게만큼 무겁게 느껴지는데...  ^^
남편 : ㅋㅋㅋㅋㅋㅋ

: 주연아!  이거 너무 무거워. 이것 좀 받아죠!
    (땡그랑 동전 4개 350원을 손에 쥐어준다. 무거운 걸 들듯이 연기를 해가며...)


주연 : 어~?  이게 뭔데 엄마?
: 빈병하고 바꾼 돈인데, 병 무게 만큼이나 무겁다.
주연 : 엇! 진짜네!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아~~악!  한 손으로는 무리야!! 악~ 팔이 부러질꺼 같애.

나, 남편 : 아하하하.  크크크킄

 

언제 이렇게 능구렁이가 되었는지...!
오버하는게 너무 재밌었다. 나보다 한술 더 뜨는게 점점 어른의 모습을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벌써 이 만큼 커버린게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가만히 그 날을 생각해 보니 또 웃음난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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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더 지난 어느 여름날에 우리집 어린이의 사건(!) 소식이다. 

그 때의 한 일화가 생각나 오랜만에 육아일기에 남겨 본다.

적자생존!(적어야 살아 남는다. 기억에서. ㅋㅋㅋ)

 

여름방학 과제물 중 하나로 '종이컵 전화기' 실험 하는 게 있었다.

종이컵과 종이컵 사이의 연결을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귀에 들리는 체감 소음(?)이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준비물 : 철사, 고무줄, 실(명주실, 가는실, 털실), 종이컵

 

결과는 명주실이 "최고"의 실력을 뽐냈던 것 같다.

암튼, 명주실이 필요해서 문방구에서 쉽게 구입 했었고, 적당한 날을 잡아 함께 실험 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날 저녁에 실험 할 수 있도록 종류별로 동일한 길이로 잘라 놓는 것과

가능하면 종이컵에 연결시키는 작업까지 숙제로 내 주고 출근을 했었더랬다.

 

그 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가니 숙제는 해 놨으나, 뒷 마무리는 엉망인 상태를 목격했다.

고무줄 조각과 철사조각, 종이컵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실도 한 뭉치가 통째로 엉켜져 있었다.  오~ 마이~ 갓!!

 

처음 명주실의 모습은 꽈배기처럼 얌전했던 아이였는데... 완전 난리가 났다. OTL

 

 
          

 

* 왼쪽은 사진에 써있는 주소에서 퍼옴. 오른쪽은 그림판으로 뚝딱 만든 것임. ^^

 

 

그 엉켜진 실뭉치가 내 눈에 들어왔다. 흐유~~

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지 한 장을 길다랗게 스틱 모양으로 접어서 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미친X 머리처럼 엉킨 실을 조금 풀고, 감고, 다시 조금 풀고, 또 감고...

반복을 거듭한다. 수확(?)이 있어서인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스틱에 감겨진 실 뭉치 제법 사과 뼈다귀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엉켜진 실 뭉치는 양이 줄어들수록 최고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며칠을 끙끙대며 고개가 아플 때까지 씨름다. 어떤 날은 주연이와 함께 풀기도 했다.

주연이와 함께 풀던 어느 날, 한참을 엉켜진 실뭉치를 풀면서 씨름하다가 주연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 이거 중독성 있네? ㅋㅋㅋㅋ"

"그치.. 자꾸 하게 되지? 손을 놓을 수가 없지? ㅋㅋㅋㅋㅋ"

 

주연이와 <아랑 사또>를 보면서도 계속 실 뭉치는 손에 들려 있다.

이런걸 보면 나도 "끈기"라는 게 있나 보다. "집착력"도 좀 있는 것 같고...

역시 마음 먹으면 안 되는 없는 걸까?  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서로 엉키고 엉켜진 실뭉치와 싸운다.

 

내가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주연이가 사고를 쳤다.

손톱으로도 풀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싹둑! 하고 실을 잘라 버린 것이다. 헉~~~~~~!

 

으악~! 처음엔 경악 비슷하게 소리를 질렀는데, 시간이 지나 곰곰 생각해 보니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충분히 타협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끊어 낼 수 있는 것도 용기일 테고... 내 성격으로 봐서는 끝내 못 끊어 냈을 것 같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까. 그러다 정 안 풀리면 그냥 한쪽에 미완성인채로 버려졌을 거였다.

 

살아가는 일에도 이렇듯 끊어 내야 할 순간이 있으리라!

미련과 고집만으로 지금껏 하던 대로, 마냥 질질 끄는 게 수가 아닌 경우가 있으리라!

 

아이를 키우면서 또 한가지를 깨닫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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