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더 지난 어느 여름날에 우리집 어린이의 사건(!) 소식이다.
그 때의 한 일화가 생각나 오랜만에 육아일기에 남겨 본다.
적자생존!(적어야 살아 남는다. 기억에서. ㅋㅋㅋ)
여름방학 과제물 중 하나로 '종이컵 전화기' 실험 하는 게 있었다.
종이컵과 종이컵 사이의 연결을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귀에 들리는 체감 소음(?)이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준비물 : 철사, 고무줄, 실(명주실, 가는실, 털실), 종이컵
결과는 명주실이 "최고"의 실력을 뽐냈던 것 같다.
암튼, 명주실이 필요해서 문방구에서 쉽게 구입 했었고, 적당한 날을 잡아 함께 실험 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 날 저녁에 실험 할 수 있도록 종류별로 동일한 길이로 잘라 놓는 것과
가능하면 종이컵에 연결시키는 작업까지 숙제로 내 주고 출근을 했었더랬다.
그 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가니 숙제는 해 놨으나, 뒷 마무리는 엉망인 상태를 목격했다.
고무줄 조각과 철사조각, 종이컵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실도 한 뭉치가 통째로 엉켜져 있었다. 오~ 마이~ 갓!!
처음 명주실의 모습은 꽈배기처럼 얌전했던 아이였는데... 완전 난리가 났다. OTL
* 왼쪽은 사진에 써있는 주소에서 퍼옴. 오른쪽은 그림판으로 뚝딱 만든 것임. ^^
그 엉켜진 실뭉치가 내 눈에 들어왔다. 흐유~~
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지 한 장을 길다랗게 스틱 모양으로 접어서 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미친X 머리처럼 엉킨 실을 조금 풀고, 감고, 다시 조금 풀고, 또 감고...
반복을 거듭한다. 수확(?)이 있어서인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스틱에 감겨진 실 뭉치는 제법 사과 뼈다귀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엉켜진 실 뭉치는 양이 줄어들수록 최고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며칠을 끙끙대며 고개가 아플 때까지 씨름했다. 어떤 날은 주연이와 함께 풀기도 했다.
주연이와 함께 풀던 어느 날, 한참을 엉켜진 실뭉치를 풀면서 씨름하다가 주연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 이거 중독성 있네? ㅋㅋㅋㅋ"
"그치.. 자꾸 하게 되지? 손을 놓을 수가 없지? ㅋㅋㅋㅋㅋ"
주연이와 <아랑 사또>를 보면서도 계속 실 뭉치는 손에 들려 있다.
이런걸 보면 나도 "끈기"라는 게 있나 보다. "집착력"도 좀 있는 것 같고...
역시 마음 먹으면 안 되는 게 없는 걸까? 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서로 엉키고 엉켜진 실뭉치와 싸운다.
내가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주연이가 사고를 쳤다.
손톱으로도 풀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싹둑! 하고 실을 잘라 버린 것이다. 헉~~~~~~!
으악~! 처음엔 경악 비슷하게 소리를 질렀는데, 시간이 지나 곰곰 생각해 보니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충분히 타협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끊어 낼 수 있는 것도 용기일 테고... 내 성격으로 봐서는 끝내 못 끊어 냈을 것 같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까. 그러다 정 안 풀리면 그냥 한쪽에 미완성인채로 버려졌을 거였다.
살아가는 일에도 이렇듯 끊어 내야 할 순간이 있으리라!
미련과 고집만으로 지금껏 하던 대로, 마냥 질질 끄는 게 수가 아닌 경우가 있으리라!
아이를 키우면서 또 한가지를 깨닫고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