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성선설을 믿는 사람, 성악설을 믿는 사람. 세상은 아름답고 명확하다고 여기는 사람, 혹은 세상은 음모에 가득 찼다고 여기는 사람. 착한 것에 끌리는 사람, 그리고 나쁜 것에 끌리는 사람.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하면 분명 후자다.


나는 '나쁜' 것이라 쓰여도 '매력적인' 혹은 '재미있는'이라고 해석해버리는 사람이다. 실은 '나쁜 남자'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매력적인 남자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인기가 많은 줄 아는 똑똑한 남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알고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페러디 한 것 같은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강한 욕망을 대표한다. 이런 기본적인 욕망을 더 잘 누리기(?) 위해 기술은 발전한다. 어디서나 잘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계층의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싸게 먹기 위해 농업 기술은 발전했다. 아니면 전쟁에 나가 있는 군인들을 먹이기 위해. 그리고 아군들을 덜 죽이기 위해 카메라, 컴퓨터, 무기, 통신 기술은 발전했다. 또한 포르노를 제때 제때 즐기기 위해서 군의 기술을 가져왔고, 포르노 사업은 제한이 많은 사업인 만큼 더욱 빠르고 최적화된 기술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문명은 이 3가지 분야에서 나왔다. 우리가 더 싸고 많이 음식을 소비하고, 제때에 포르노를 즐길 수 있다고 해도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문명이 발전하는 것에는 가치판단이 없다. 항상 발전이 순기능만 낳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과거로만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도 무척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간혹 농담처럼 얼굴이 예쁘다라는 말 대신 얼굴이 착하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응용 버전 : 몸매가 착해, 다리가 착해...) 착하다는 건 결국 잘나고 좋다는 것이다. 결국 폭탄, 섹스, 햄버거 같은 '나쁜 것'들이 능력있게도 세상을 바꿔놓고 말았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전쟁도 포르노도 햄버거도 착한 것들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읽으면서 어머!어머!어머! 했던 사실들>

* 한중일 3국이 세상에서 포르노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라니.

* 독일의 전쟁 작전명 중 하나가 '월광 소나타' 라고 한다. 이렇게 낭만적인 이름을 그런 야만적인 것에게 붙이다니!

* 바비인형의 시초는 성인남성을 위한 장난스런 선물이었다. (먼가 으웩! 동심 파괴당하는 중.)

* 이제 우주에서 김치를 먹을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단다. (과연 내가 우주에서 김치를 먹을 기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국인으로서는 기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