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우산 비룡소의 그림동화 30
사노 요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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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할 때, 주로 불필요한 소비를 할 때, 내 머리 속에는 이런 계산이 오고 간다.  

"음... 살짝 비싼감이 있군. 그치만 너무 예뻐. 저 청바지가 내 하반신을 착 감싸고 있으면 나는 패셔니스타가 되겠지..? 그래도 너무 비싸. 그치만 너무 예뻐..... 청바지는 어차피 자주 입으니까 이걸 일년에 반정도를 입는다고 생각하고, 그럼 한 번 입을 때 천원도 안 되잖아! 유레카! 진짜 이 바지는 어떤 티에 입어도 다 예뻐. 사야겠다." 

그리고 기분 좋게 가게를 나온다. 고민하는 과정은 괴롭지만 일단 사고 나면 세상이 다 내 것 인 것같다.

문제는 막상 일년에 반을 입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특별한 날에만 입으며 결국에는 계산한 가격도 다 뽑지 못하고 만다. 결국 '아끼면 똥된다'라는 말은 몸소 실천하기만 한 것. 

오늘은 그냥 학교에 가는 날이니깐... 별 이벤트도 없는데.. 젠장, 비가 오잖아, 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 바지를 생각한다.

[아저씨 우산]은 이런 어리석은 어른들을 비웃는다.(어쨌든 나도 어른이니까)  

멋진 검은 우산을 든 아저씨는 비가와도 우산이 젖는 것이 아까워 우산을 피지 못한다. 비를 피해 천막을 피해다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우산으로 뛰어 들어가서 같이 쓰자는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마침, 항상 귀여운 어린이가 둘이서 우산을 쓰고 또로롱또로롱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지나간다. 아저씨는 생각한다. 나도 우산을 쓰면 그런 소리가 나올까? 

아저씨는 우산을 펼친다.(그림이 가장 임펙트 있는 장면)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비오는 길을 걷는다.  

[백 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는 서사의 중요성을 잘 아는 작가같다. 요즘 동화의 화려한 그림과 달리, 그림이 단순한 것 같지만(실은 이게 더 어렵다는데...) 서사와도 잘 어울린다. 나도 [백 만번 산 고양이]가 더 좋기는 하지만, [아저씨 우산]도 읽으면서 참 뜨끔했다. 

그럼 내일은 그 청바지를 입어야지. 비만 안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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