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에서 여성 용접사로 살아가다가 민주노조를 경험하면서 열정을 불태우고, 해고된 이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20년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김진숙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그가 살면서 겪어왔던 무수한 일들과 그 속에서 맛보아야 했던 격정들이 글자 하나하나에 생생하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지식인적 글쓰기와 환연히 다른 노동자 글쓰기의 전형이기도 합니다. 너무 삶의 무게와 그 속에서 맛보아야 했던 고통에 전착해서인지 무겁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김남주 시인의 대표적 시집 중의 하나입니다. 오랜 기간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조국과 민중에 대한 사랑과 혁명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시인의 치열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200여 편의 시들이 들어있습니다. 시집이 나오진 20여 년이 흘러서 철지난 과거의 목소리를 듣는 느낌이지만, 그 힘과 열정은 감히 폄하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힘과 열정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이 많이 아쉽지만, 또 다른 김남주는 21세기 형태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지난 김남주의 목소리가 더욱 소중합니다.
실천문학사에서 펴내는 역사인물찾기 시리즈의 25번째 책입니다. 1960년대 저항의 상징에서 이후 은둔과 신비주의를 거쳐 체제에 순응해버린 밥 딜런의 삶과 음악의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쓴 마이크 마퀴스가 서문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이 책은 미국 저항운동의 흐름을 밥 딜런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통해 그려내는 것이기도 하고,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예술가의 고민을 그려낸 것이기도 합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기는 했지만, 풍부한 고민과 상상을 안겨주기에는 조금은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미술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김민수 교수가 어느 방송에서 진행했던 내용들을 모아서 내놓은 책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넘쳐나는 여러 문화와 디자인의 홍수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기도 하고, 왜곡된 역사 속에 뒤틀린 문화현상을 지적하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작업과 작품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지식인의 눈으로 대중을 개화하려고 한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태동기 네덜란드 화가의 대표주자였던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어떤 정신을 담으려고 했는지에 대해 쓴 책입니다. 영국사회주의노동자당의 이론가 중의 한 사람인 존 몰리뉴가 쓴 이 책은 봉건적 억압을 넘어선 자유의 혁명적 정신을 그렸던 렘브란트의 미술을 역사와 사회에 대한 유물론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그림들과 쉬운 설명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어지고 있지만, 뛰어난 예술가의 영혼을 너무 도식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