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기가 없는 나라에 살면서 황무지에 대한 소설을 읽는 것은 이국적인 어떤 것을 기대하게 한다. 황무지와 탄광촌이라는 거칠고 몰락한 배경 속에서 뭔가 신비하면서도 아련한 것들 찾아가는 소설이다. 확실하게 이국적이다. 너무 이국적이어서 호기심은 생기지만 동화는 되지 않는다. 신비한 분위기가 다른 영화나 환타지 소설에서 익숙한 분위기를 보여주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기도 하다. 읽히기는 하는데 남는 건 별로 없다.
못생긴 꼽추 아이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차별을 온몸으로 느끼지만 자신의 재능을 꽃피워나간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진부하다. 이 책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온 '파리의 노트르담'이 훨씬 신선하다. 이야기의 흐름도 작위적이다. 하지만 편하고 쉽게 읽힌다. 그리고 따뜻하다. 이런 진부한 이야기가 읽히는 이유는 글쓰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의 도식 중 한가지는 현실을 칙칙하지 않고 발랄하게 그려야 잘 팔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법칙에 충실했다. 그래서 밝고 유쾌하다. 하지만 어거지 같은 느낌이 별로 들리 않는 이유는 힘을 뺐기 때문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던 형제가 조금씩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현실을 경험하는 과정을 아주 현실적으로 다뤘다. 그렇게 발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현실에서 몇이나 될까 싶기는 하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유쾌한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먹고살기 위해 기지촌으로 들어가 몸을 팔아야 했던 이들의 얘기는 70년대 에로영화나 80년대 운동권소설 등에서 흔히 써 먹던 소재였다. 그래서 그들의 삶에 대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식상한 얘기를 나이 예순이 넘은 할머니가 자서전으로 써 냈다. 처음에는 너무 무거워서 중간 중간 숨을 돌려야 했다. 다음에는 너무 가슴 아파서 눈물을 글썽여야 했다. 또 다음에는 너무 가슴이 뛰어서 진정을 해야 했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났더니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고생많으셨다는 말만 떠올랐다.
청소년 소설의 장점은 아주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이 있는 책들이 많다는 점이다. 가난한 빈민가의 어린 소년이 꿈을 품으면서 가난과 폭력의 삶을 이겨낸다는 류의 청소년 소설들이 무수히 많지만, 그중 가장 뛰어난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이다. 그들의 삶이 생생하게 숨을 쉬면서 그들의 몸부림이 처절하게 전해진다. 그 생생함과 처절함 속에서 다가오는 감동은 어거지로 만들어진 감동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제제를 생각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