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지나간다
편혜영 지음 / 창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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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를 아주 날카롭게 난도질하는 편혜영이 고립된 삶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관계맺기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 자신감이 없는 이들은 머뭇거리면서 좀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자신만의 환상이나 상념 속으로 돌아오고 만다. 관계맺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아찔할 정도로 보여주고 있다. 하드코어적 방식으로 극도로 고립된 삶을 해부했던 편혜영이 조금은 어설프게 실존주의적 접근을 하더니 이 소설집에서 와서는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렇게 거친 면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조금씩 힘이 없어지고 있고, 또 그에 비례해서 조금씩 모호해지고 있다. 편혜영의 소설이 매너리즘으로 빠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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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나, 낙태했어
사단법인 한국여성민우회 지음 / 다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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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흔하게 이워지고 있지만, 정작 수면 위로 올라오기만 하면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낙태 문제에 대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놓고 있다. 지식인들의 잘난 척 하는 글들이 아니라 낙태를 경험했던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그 현실을 얘기하고 있어서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성에 대한 무지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성인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고,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짓밟고 있는지도 날 것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더더둑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또 다른 당사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목적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이다. 그랬을 때 서로간의 위로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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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하승우.조영선.이계삼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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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학생들의 자살로 학교폭력문제가 다시 세상의 관심으로 떠올랐고, 그 이후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학교는 아직도 그대로다. 이런 끔찍한 학교의 현실을 현직교사와 인권활동가들이 다시 들려다보기를 하고 있다. 성급한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뼈아픈 성찰을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책이라는데, 정작 1차적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찾아 보기 어렵고, 온통 지식인들의 담론분석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마저도 특별한 것 없이 뻔한 진보적 비판에서 맴돌고 있다. 교육당국의 계속된 대책발표에도 변하지 않는 학교의 현실을 비판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목소리도 역시나 변하지 않은 채 허공에서 공허하게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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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 윌리엄 모리스
이광주 지음 / 한길아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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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윌리엄 모리스라는 인물의 공예가로서의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책인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아주 질 좋은 종이에 올 칼라로 돈도 좀 들였고, 시원시원한 디자인과 짧은 내용이 잘 팔리기 위한 대중용 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도 있다. 그런데 윌리엄 모리스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의 공예작품들을 살펴보고는 있는데 수박 겉핡기식의 간단한 설명뿐이라서 제대로 들여다 볼 수도 없다. 그 시대와의 호흡도 전혀 없고, 다른 예술영역과의 넘나듬의 노력도 전혀 없고, 공예예술 자체에 대한 깊이 역시 전혀 없고, 인물에 대한 성찰도 전혀 없다. 도채체 이런 책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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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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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스페인의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소년이 답답한 그곳을 떠나 대도시로 나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그곳에서 그는 혁명의 기운을 경험하면서 아타키스트가 되어 혁명에 대한 열정으로 청춘을 불사른다. 스패인 내전 동안 공화파에 가입해 내전에 참가하고, 이후 프랑스에서 난민과 포로와 레이스탕스의 생활을 연이어 경험하지만 2차대전이 끝난 후 새롭게 펼쳐진 세상은 점점 혁명의 꿈과는 멀어진 타락한 세상을 맞보게 한다. 그런 세상에 적응하면서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삶은 편화와 안락함을 안겨주지만 영혼은 점점 머들어가기만 한다. 그렇게 중년을 보내고 노년에 접어든 그는 가족과 떨어져 요야원에서 쓸쓸하게 지내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시대의 격랑 속에서 한 인간의 삶이 어떤 변화를 보이며 변해가는지를 아주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만화이다.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글로 쓴 소설가와 그를 그림으로 그려낸 만화가가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 독특하고 깊이 있는 작품이다. 시대와 삶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뛰어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내용에 그림이 조금 짖눌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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