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제주에서 봉기가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러가던 군인들이 반기를 들고 여수 순천 일대를 점령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순항쟁은 빨치산투쟁으로 이어졌고, 막 들어선 이승만 정권은 빨갱이 소탕을 내걸고 반공국가 건설로 내달렸다. 여순항쟁의 시작과 의미, 이승만 정권의 탄압과 반공국가의 성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아주 공들여 정리했다. 한 지역의 사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당시의 전국적 상황에서 바라보면서 의미를 정리한 것이 돋보인다. 공들이기는 했지만, 세밀하지는 못한 점이 조금 아쉽다.
중국의 어느 변두리 지방에서 살아가는 허접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가진 것 없고 무식한 이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짜증나는 그런 이들의 삶을 그만큼 짜증나는 귀신의 입으로 얘기하고 있다. 허접하고 짜증나는 그 삶 속에서 애정과 힘이 있다. 그것이 머리를 눌리면서 남을 짖밟는 이들의 삶과는 다른 것이다. 세상사와 떨어진 가족주의라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재미있고 생생한 소설이기는 하다. 또한 정성스러운 번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애국주의 광풍이 무섭게 부는 그 한가운데서 진실과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드레퓌스 사건이 프랑스를 반유대주의라는 광기로 몰아가는 와중에 에밀 졸라가 그에 맞서 썼던 글들을 모았다. 현학적이지도, 현란하지도 않은 작가의 당당한 외침은 오직 진실과 정의만을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섰던 힘이 넘쳐흐른다. 결국 드레퓌스는 석방되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목숨을 걸고 싸웠던 에밀 졸라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를 긍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파시즘의 기운이 활개치던 시대를 살아았던 헉슬리의 눈에는 과학과 진보와 문명이 어둡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비판은 매우 날카롭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지식인의 눈에는 현학적 지식과 개인주의와 종교적 편견 등이 강하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것의 헉슬리의 보수주의를 낳고 있다.
독특한 소설쓰기를 하고 있는 편혜영이 장편을 냈다. 역시나 세상 속에서 격리되서 고립된 이들의 삶을 섬득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번 격리되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 삶은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지지만 우리의 현실을 잔인하고 생생하게 반영한다. 길지 않은 장편이고 쉬운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서 쉽게 읽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카프카의 냄새가 너무 강하고, 어디선가 봤던듯한 장면들이 간혹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