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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 루이스 세풀베다 산문집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유쾌하고 즐거운 소설이나 동화를 쓰는 세풀베다의 삶은,
피노체트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조국 칠레와 뗄 수 없다.
전장을 누비는 그의 이야기들은
남미를 휩쓴 쿠데타의 광풍을 현장에서 증언한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역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쓰게 된 배경 이야기다.
밀림과 원주민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소설.
그렇지만 가장 은밀한 숲이던 남미가 개발 독재에 신음하고 있다.
그런 아픔이 비명으로 잠겨있는 책이다.
오늘 황현산 선생이 돌아 가셨다.
세상이 모두 아픈데, 멀쩡해 보이는 것들이 표면상으로 드러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황현산 선생의 아픔에 대한 기록이나,
세풀베다의 여유로운 말 속의 페이소스가 오래 가슴을 울린다.
이 더운 여름, 노회찬과 황현산을 잃고,
나는 망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