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도구가 되어 보세요!
한겨레신문 2006. 10. 31 권복기
나무를 싫어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랑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줍니다.
이 책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의 삶은 성자의 삶과 닮았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습니다. 어디에 심어졌든 묵묵히 자라 봄이면 싹을 틔워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 냅니다.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동물에게 이로운 산소를 뿜어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선배는 나무를 ‘내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나무는 햇빛을 피하는 그늘도 되고, 성글지만 비를 피하는 우산도 됩니다. 아이들 놀이터도 되고 그네를 매는 기둥도 됩니다. 베어져서는 집을 짓는 재료나 땔감으로도 쓰입니다.
어디에 쓰여도 좋은, 내가 없는 마음이 바로 나무의 마음입니다. 프란체스코 성인께서는 당신을 평화를 위한 도구로 써 달라고 하늘에 기도하셨습니다. 도구는 무엇이 되겠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무엇이 되어도 좋다는 마음, 바로 그게 나무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지 도구로 쓰이고자 하지 않습니다. 조직 안에서도 빛나고 훌륭한 일만 하려 하지 궂은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를 넘어 모두를 위한 어떤 도구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세요.
나라는 생각이 없어 나무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됩니다. 물 기운이 위로 올라가고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감을 뜻합니다. 건강한 사람이 그렇게 됩니다. 머리는 시원하고 아랫배는 따뜻한 것이지요. 그런 나무의 마음으로 살아보세요. ‘나’라는 생각 대신 우리를 위해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나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담고 있는 조직도 함께 좋아집니다. 건강도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