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6 - 1호                                   부산공업고등학교 2학년 금속과 2반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반갑다. 어제 처음 만난 담임 선생님이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는가? 적어도 배우는 선생님들 성함은 꼭 알고 지내기 바란다.

여러분의 2학년 진급과 금속과 2반으로 편성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희의 마음이야 어떤 것이든 새 환경을 맞게 된 것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축하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새로 한 해를 맞으며, 몇 가지 잔소리를 하자.

첫째, 사소한 학교 규칙은 지키고 가자.

너희의 자존심인 머리카락을 자르라는 말을 담임 선생님이 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학생답게 단정하게 자르면 좋겠다.

그리고 아침 8시 반까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등교해 주기 바란다.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아파서 늦게 오는 경우에는 꼭 보호자께서 연락을 주시도록 해라. 그것이 살아가는 예의다. 문자 보내거나 너희가 전화하면 그건 몽땅 사고로 처리한다.

학교에 오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자습을 하기 바란다. 일본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도 외우고, 이런 저런 숙제도 좀 하고, 영어 단어도 외우고 하는 식으로 조회 시간까지 기다리자.

지각생이 생겨서 늦게 가게 되면, 마찬가지로 자습을 한다.


둘째, 담임 선생님을 ‘간섭하는 사람’으로 여기지 말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보통 담임 선생님은 지각하는 학생 야단치고, 흡연 학생 벌주고, 종례 시간에 꾸중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열여덟 살이나 먹은 너희에게 그런 잔소리나 하는 담임 선생님이 필요할까? 너희가 사소한 규칙들을 지키지 못하면, 올해도 역시 그런 잔소리꾼 담임 선생님을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가 그 사소한 규칙들만 잘 지켜 준다면, 아침 조회 시간에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웃는 얼굴로 하루를 열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곤란한 이야기’,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 ‘진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부모님과의 충돌’ 등등 이런 여러 가지 문제로 날마다 해골이 복잡한 것이 너희 청소년이다. 고민 없이 산다면, 그건 할아버지가 아닐까? 모두가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 고민을 자기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훌륭한 청소년도 있겠고, 그 고민을 핑계로 자기 인생을 야금야금 좀먹는 빙시~같은 청소년도 있겠다.

선생님이 너희의 고민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는 아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너희가 마음을 열어 보기 바란다. 혹시 알아? 좋은 일이 생길는지…


셋째, 게임의 법칙을 알면 게임이 즐겁다.

우선, '게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 게임을 하나 생각해 보자.

게임의 법칙 하나. 모든 게임은 시작할 때 레벨 1에서 시작한다.

내가 레벨 1에서 버벅거릴 때 높은 지력과 마법을 쓰는 사람도 원래는 1이었던 거다.

게임의 법칙 둘. 모든 게임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어떤 때는 한 시간 투자하면 한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두 시간 투자해도 별로 소득이 없을 때도 있고, 누구는 좋은 아이템을 잘 얻는데, 난 아닐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 인정하면 맘 편하다.

게임의 법칙 셋. 게임은 레벨이 오를수록 어려워진다.

레벨 2로 오르기 위해서는 아주 허약한 몬스터 십여 마리만 처치하면 된다. 레벨 3으로 오를 때는 이십여 마리…. 레벨 10정도 되면 100여 마리. 여기까진 재미있고 쉽다. 하루만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러다가 레벨이 20이 넘어서면 하루에 1레벨 올리기도 어렵다. 3,40 레벨 정도 되면 한 레벨 올리기가 정말 어렵다. 이 때쯤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찾는다. 아니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새 아이디를 만들거나.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레벨이 오를수록 게임은 어려워진다는 것. 알아차려라.

게임의 법칙 넷. 게임을 하다보면 캐릭터가 반드시 죽는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너무 어려운 상대를 찾아가서 무리하게 득점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죽지 않으려면 적절한 상대를 찾아 꾸준히 득점하는 것이 요령이다.

게임의 법칙 다섯. 누구나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면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예외는 없다. 게임의 법칙 두 번째에서 게임은 공평하지 않다고 했지만, 게임은 마지막까지 참고 진행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다.

마지막 게임의 법칙. 퀘스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업그레이드가 훨씬 쉽고, 그리고, 이 게임의 법칙을 늘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게임이 정말 즐겁다.


넷째, ‘나’를 사랑하자.

ME의 그림자를 그려보면 WE가 된다.

우리 학교는 나빠, 우리 반은 별로야, 우리 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우리 아빠는 무능력해... 핑계로 돌리는 <우리>는 <나>의 그림자일 뿐이란다. 세상을 사는 것은 그림자가 아니지. 바로 <나>다. It's ME. 바로 ‘나’란 말이다. 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다. 온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내가 최고 잘났다는 왕자병 환자의 발언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내가 하는 노력’이 세상의 모든 것임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우리 학교에 대해서 불평하기 전에, 내가 지금 여기서 바라볼 수 있는 저 꽃송이를 느낀다면, 우리 가정의 가난에 불만갖기 전에,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하느님의 우주다. 그만큼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빛이고 별이고 꽃송이 같은 존재란 말이다. 꽃이 찡그리는 거 봤니? 늘 웃으며 살아라. 지나간 과거의 <그들>을 탓하지 말고, <지금, 여기의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인 것이다. 멋진 진학을 꿈꾸는 학생, 지금 여기의 나를 돌아보라. 멋진 취업을 원하는 친구, 지금 여기의 나를 느껴보라.

과연 나는 멋진 미래의 씨앗을 심고 있는가?


우리의 고마운 인연을 소중히 관리해서, 내년에 너희가 3학년 올라가는 날, 너희를 만나 정말 행복했던 한 해였다고 추억하고 싶다.


유승준의 「비전」의 가사를 음미해 보며 잔소리를 마친다. 정말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길….


 숫자만 하나씩 밀려나가는 어제와 똑같은 지친 아침을 생각 없이 체념한 듯이 맞이하고 있니? 모두가 똑같은 표준의 시계 그대로 보며 맞춰나가며 그대로 너는 정말로 행복한 거니? 누구를 위한 것도 아냐, 뜻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커다란 날개를 달아! 다시 태어나! 허무하게 남겨진 어제를 벗어나! 높이 날고 싶다면 작은 망설임은 걷어차 버려! 끝없는 미지를 향해 내딛어야 해!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에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 거야 (…울어버린 것만 같은 후회 뒤늦게 밀려올 때 그땐 늦게 될 꺼야 진정한 자신의 바램에 가깝게 가기 위해 꿈을 멈추어서는 안 돼) 네 삶을 사는 것이 아냐 뜻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그 삶을 위하여 발을 내!딛!어!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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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3-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 와락!!!

아영엄마 2006-03-0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게임의 법칙~ 멋집니당~~ ^^

hnine 2006-03-0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위해 선생님이 생각하고 다듬으며 보낸 시간, 그리고 선생님의 마음을 학생들이 알아주기 바랍니다.

깍두기 2006-03-0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큰 녀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고뇌가 느껴지는군요.
선생님을 만나서 아이들이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있기를...

글샘 2006-03-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말만 그럴듯 하지, 사실은 멋지지도 않답니다. ㅋㅋ
아영엄마님... 게임의 법칙, 괜찮은 생각이죠? 그래서 읽어야 하는 선생이죠.
hnine님... 속내를 들켰군요. ㅋㅋㅋ 아이들에게 글을 적어 주면, 내용보다는 글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것 같애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고요. 아, 올해 골때리는 선생은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뭐, 이런...
깍두기님... 그나마 저는 머리 큰 녀석들을 대하니 이런 꼼수라도 쓴답니다. 오히려 오직 몸으로만 말해야 하는 초딩 선생님들이 정말 위대하시죠.

역전만루홈런 2006-04-16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말 멋진 분이시군요~!
이런 담임 선생님 평생 한분만 만나도 아이들의 인생은 확 바뀔텐데..
정말 멋집니다..

글샘 2006-04-1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인생은 확, 바뀌는 게 아닙니다.
교사가 아이를 확 바꿀 수 있다면... 무서운 일이 아닐까요?
조금 바꾸고, 조금 망칠 수 있을 뿐이죠. 망치지만이라도 않았으면... 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