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똥,
대기표를 뽑다가
문득 마주친 아는 사람처럼 늦은 가을 만났다.
결재칸에 찍힌 도장의 표정으로
안부를 묻던 사이에서
활자로 마주한 안부는 낯설지만 반가웠다.
같은 시공간 속에서 함께 한 순간들이
시인의 언어로는 어떻게 적혔을지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는 경험은 새로웠다.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며
하나씩 적어내려간 글자들은
향기로운 언어의 꽃밭이자 과수원 길이었다.
올해는 유독 여름이 길어서 단풍이 늦게 물들었다.
늦게까지 매달려 있던 은행잎은
첫눈이 내린 풍경에서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이 책이 늦게 나온 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눈속의 은행잎처럼
기억할만한 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다시 기다린다,
본색을 드러낼
띵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