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가르치던 학생 중에 '햇님'이란 아이가 있었습니다.

근데, 한글 맞춤법에서는 '해 + -님'이란 단어는 '-님'이란 접미사가 붙은 것으로 보아 파생어로 본답니다.

파생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거든요.

그래서 내가 "너는 이름부터가 글러먹었구나~." 하고 장난을 걸었더니,

이 여학생은 삐치고, 아이들이 "햇님이 엄마 국어 샘인데요~." 그랬어요.

순간, 위기를 모면해야겠고, 햇님이와 그 엄마도 구조해야 해서,

"햇님아, 너 몇 년 생이니?" 하고 물었더니, 1987년 생이랍니다. ㅋ~

1988년에 맞춤법이 변경되었고, 1989년 개정된 한글 맞춤법이 사용되었거든요.

다행히 햇님이는 삐치지 않았고, 다음 해 우리반에 되어 저랑 무지 친하게 지냈답니다.

 

사이시옷을 쓰는 경우, 이거 참 복잡한데요~

 

원칙 1. 한자어 + 한자어의 합성어에는 쓰지 않습니다.

 

초점(촛점 아닙니다.)

제상, 제사상(젯상, 제삿상 아닙니다.)

치과, 소아과, 외과, 내과(칫과, 소앗과, 욋과, 냇과... 다 틀린 말)

 

원칙 2. 뒷말이 '된소리'로 나는 '합성어'일 때 사이시옷을 씁니다.

 

꼭지점[꼭찌쩜/꼭찓쩜]으로 소리나니깐 '꼭짓점'으로 써야 하고,

등교길[등교낄/등굗낄]로 소리나니깐 '등굣길'로 써야합니다.

 

횟집, 장밋빛, 무지갯빛, 연둣빛, 부챗살, 순댓국, 최솟값, 최댓값, 기댓값, 상댓값, 뭇국...

 

원칙 3. 사이에 'ㄴ' 소리가 하나 덧나거나 둘 덧나는 '합성어'일 때 씁니다.

 

코 + 날 [코 ㄴ 날], 비 + 물 [비 ㄴ 물] 이렇게 ㄴ 소리가 덧나면, '콧날', '빗물' 이렇게 적구요.

아래 + 이 [아랜니], 위 + 이 [윈니] 이렇게 ㄴㄴ 소리가 덧나면 '아랫니', '윗니' 이렇게 적습니다.

 

잠깐, 여기서 사람들이 잘 틀리는 것!

 

뒤 + 쪽 [뒤쪽]으로 된소리로 발음되는데, 원래 된소리잖아요?

'뒤족'에서 온 말 아니잖아요. ㅋ~ 그럼 사이시옷 안 붙이죠. ^^ 뒤쪽~

뒤 + 통수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된소리로 나지 않으니, 그냥 '뒤통수'가 맞죠.

그럼, '뒤 + 편'은 어떨까요? 된소리가 나지 않으니 그냥 '뒤편'이라고 하면 되겠죠?

 

시험에 잘 나던 말~

'수 + 꿩'은 수꿩, 숫꿩, 수퀑~ 어떤 걸까요? 쉽죠? 원래 된소리였으니, 사이시옷 없어야죠?  수꿩~이 정답.

 

마지막, 이상한 예외 원칙 ㅋ~(데얼이즈 노 룰 밧 해즈 익셉션즈 ~ 예외 없는 법칙 없다~)

 

다음의 여섯 가지는 한자어의 결합이지만, 사이시옷을 쓰는 걸로 정했답니다.

 

찻간(차타고 갈 때)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디, 우리집은 가난했어요.

셋방살이여서, 화장실이 후미진 곳에 있었죠. 어쩔 수 없이, 주인집 마루 옆...

툇간(툇마루처럼 이어낸 공간) 건너편에 있는,

곳간(광, 창고로 쓰인 곳이죠?)에 가서 그만 볼일을 보고 말았어요. 이런 비리를 저지른

횟수(회수~는 거두어 들인단 뜻일 때 씁니다.)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답니다. ㅋ~

 

자, '개수'가 맞을까요? '갯수'가 맞을까요?

개(箇) + 수(數)는 한자어로 된 합성어인데, 위의 '예외 조항'에 없으니 '개수'가 맞죠. ^^

 

골이 빠개지게 어렵다구요? ㅋ~

헷갈리면 국어 사전 찾아보시랬죠?

 

한가위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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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2-09-2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씩 요렇게 정리하니 재밌네요.

한가위 잘 보내세요, 글샘님~
저는 내일 부산으로... 10시간쯤 걸리려나요? ㅠ..ㅠ

글샘 2012-09-28 09:50   좋아요 0 | URL
넘 복잡하지 않나요? 재밌다니... 다행입니다만...
아~ 부산으로 오시는군여~ ㅋ~ 제가 안 바쁨 커피라고 한잔 하자고 꾀어보겠구만~
이번 추석엔 눈 꼭 감고 해야할 일이 있어서... ^^ 추석 잘 쇠고 올라가세요~

saint236 2012-09-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법보다는 데얼이즈 노 룰 '밧'에....처음 영어 배울 때 저렇게 했던 기억이...

글샘 2012-09-28 14:0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런 발음에 익숙하시군요.
저는 저런 영어밖에 못한다는...

순오기 2012-09-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해설 동기생 중에 닉을 '햇님'으로 쓰는 이가 있어 '해님'으로 써야된다고 설명했는데 그냥 '햇님'으로 쓰더군요.
알아도 고치기 싫다는 건 고집이겠죠.ㅋㅋ
맞춤법 교실 잘 보고 있어요, 틀리지 않도록 기억해야겠어요.
11월 11일인가, 초등단짝 딸 결혼식 있어 부산 가는데 글샘님을 볼 수 있으려나...^^
명절 잘 보내시고요!

글샘 2012-09-28 14:04   좋아요 0 | URL
고유명사니깐, '순오기'랑 같은 원리라 보면 되겠죠? ㅋ~
맞춤법도 고유명사를 넘볼 순 없거든요. 세상에 하나뿐인 내 이름이라는데 뭐~
'각하'도 특별한 그분에겐 '가카'가 더 어울리듯 말입니다.

빼빼로 데이에요? 빼빼로 하나 사오시면 제가 기다려 보구요. ㅎㅎ
추석 잘 쇠세요~

아무개 2012-09-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칙2에 해당되는건 대부분 틀리게 쓰고 있었군요. 어허라디야~

비가 갑자기 많이 쏟아져서 깜 짝! 놀랬어요. 부산도 비가 많이 왔나요?
무탈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샘 2012-10-03 21:47   좋아요 0 | URL
저도 몰라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자세히 설명하는 건, 제가 헷갈리는 것들이라 보시면 돼요. ^^
여긴 비는 저~언혀 인데요.. 추석 잘 쇠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