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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사 - EBS가 선택한
EBS <최고의 교사> 제작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최고의 엄마~ 가 있을까?
있다.
자기 엄마다.
최고의 교사는?
역시 있다.
자기 선생님이다.
ebs에서 물론 어떤 방면에서 뛰어난 교사를 발굴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교육력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임을 모르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욱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국어 선생님들은 익히 아는 분들이다.
송승훈 샘은 책을 잘 읽어서 알고,
박지은 샘은 작년에 중국 여행에서 우리 조에서 같이 놀러 다닌 분이라 조금 친하다.
나머지 분들도 훌륭하신 분들일 것이다.
그러나, <최고>를 골라내고 나면,
나머지는 잘해야 <상등품>이거나, 그 아래 <중등> 내지 <하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가란 것은 그렇게 상대적으로 사람을 편가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런저런 경로로 '최고'로 인정한 교사들의 면모를 보면...
ebs 에서 방영하던 <명의>와는 대조적인 모습이 보인다.
<명의>에서 발굴한 대상들은 많은 수가 나이가 지긋하여 노하우가 쌓일대로 쌓인 분들이었다.
반면, 여기서 인정한 '최고'의 교사들은 나이가 지긋하지 않다.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는 젊은 축들이다.
과연 젊어 혈기가 펄펄 끓는 나이에 좌충우돌 시도해보는 교육활동들을 높이 사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단 말인가?
그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평균 연령에서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기 쉬울 터인데...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12분 중 여선생님은 3분이다.
과연 학교에 여교사가 1/4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
내가 시비를 거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분들의 열정에 감동받아 마지 않으면서도,
사뭇 꼬부장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건,
이런 '최고'의 교사들을 본받을 후배들이 학교에서는 별로 없다는 현실이란 벽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의 많은 교사들을 <수석 교사>로 지정하여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수업을 적게 주는 대신, 후배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는데...
문제는 학교에 신규 교사가 없다는 것.
여기 등장하는 교사들의 공통점을 몇 가지 열거하자면...
끓어 넘치는 열정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하기 위해 늘 자료를 준비하고 애쓰며,
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란 것.
교육에 '고수'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까?
그것은 '사랑'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비록 시험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제대로 안아줄 수 있는 교사라면,
그 아이들에게는 '최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집에서 아이들을 기르면서 교육의 모순에 직접 맞닥뜨려본 여선생님들이,
수업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하지는 못할지라도,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아끼는 맘으로 보듬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최고'와 '고수'만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은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싸우게 하여 '최고의 엄마'를 남기고 나머지는 묻히게 하는 게임을 기획할 순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최고도 고수도 아닌 교사의 일인으로서,
'최고'와 '고수'란 말에 마음이 상해,
최고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한 마디 욕을 남길 뿐인 모양이다.
교실에서는 아이에게 자기 선생님이 최고임을...
그렇게 알고 살아가는 게 평화로운 세상임을... 알 게 될 날 과연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