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연시 - 사랑시 모음 에버그린 문고 19
정희성 엮음 / 김&정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 교장 선생님은 수학과이다.
게다가 남자 교장이다. 근데,
직원회의 일주일에 한 번 하는데, 이 시집을 돌아가며 읽자고 하셨다. 

첫 회의 시간,
제가 여러선생님들께 행복을 드리겠습니다. 
하시더니 유치환의 '행복'을 읽으셨다. 

여러 선생님들의 탄성과 박수를 받았지만,
시를 낭송하시는 선생님들이 부담스럽다며,
행복하고자 하는 일이 부담스러우면 안 되지 않느냐니깐, 그 행사는 없어졌다. 

그렇지만, 선생님들 앞으로 이 귀여운 책이 하나씩 배달되어 왔다.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서정주, 신록)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래기에 샘물 떠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김동환, 웃은 죄) 

잊은 봄 보랏빛의 낡은 내음이요
임의 사라진 천리 밖의 산울림
오랜 세월 시닷긴 으스름한 파스텔 

애닯은 듯한 좀 
서러운 듯한(김영랑, 땅거미)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전봉건, 서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김영랑, 내 마음 아실 이)  

파도야 어쩌란 말이야  
파도야 어쩌란 말이야  
임은 물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야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 그리움)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해야할 말이 남아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조지훈, 사모) 

다시 못 뵈올 그대의 고운 얼굴
사라지는 옛 꿈보다도 희미하여라. (변영로, 생시에 못 뵈올 임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행복)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하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되는대로 뽑아 읽어도 참 아름다운 한국어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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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4-0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좋아하시는 수학과 교장선생님이라니 언뜻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지만 어쩐지 멋진 분일 것 같은데요^^

글샘 2011-04-07 09:07   좋아요 0 | URL
자율형 공립고 되면서 초빙한 멋진 교장샘 맞습니다. ^^
교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힘든 일이 힘들지 않아요. ㅎㅎ

세실 2011-04-0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절판이라니.......요

글샘 2011-04-07 09: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절판이더군요. ㅎㅎ
뭐, 이런 책은 많으니까...
정시언이, 정희성이라더군요.

pjy 2011-04-0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시~~~ 진정 써먹어보고 싶습니다!!

글샘 2011-04-07 09:08   좋아요 0 | URL
음... 너무 약올렸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