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
이강룡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별은 다섯 개가 최고다. 근데 그 다섯으론 부족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는 법.
좀 괜찮다~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다섯을 붙였는데, 이 책은 좀 많이 괜찮다. 그래서 별을 일곱 주고 싶다. 

내 마이페이퍼에 <글쓰기 멘토링>이라고 이 작가의 전작을 옮겨놓은 곳이 있는데,
이강룡은 <쉽게> 글쓰기 잘하는 멘토링을 들려 준다. 

이 책은 한 두세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도 있고,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조목조목 아홉 시간을 들여 읽을 수도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7교시의 수업이 진행되니 아홉 시간이다. 

작가의 글을 감상만 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 블로그 하나 없는 사람은 드물 정도로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자리가 많게 된다.
나야,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리뷰' 올리기를 본류로 삼은지 10년이 가까워오니 제멋대로 리뷰가 제법 쌓인 셈이지만,
요즘 '시 특강'을 올리는 일에 신경이 조금 쓰인다.
그건 제멋대로 리뷰와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내 특강을 읽고는, 오래 걸릴 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구상이야 며칠 걸릴 수도 있고 하지만, 꼭지를 잡으면 주루룩 한 시간 남짓이면 쓸 수 있다. 
다만, 독자의 수준이 다종다양하여, 그 긴 그의 길이에 눈총을 주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길이는 내 맘이다. ㅎㅎ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 중에서, 맛있는 글도 있고 매력이 떨어지는 글도 있다.
읽고 나면 가슴이 따스해지는 글도 있고, 왠지 모를 이물감에 퍼뜩 그 화면에서 벗어나고 싶은 글도 있다.
좋은 글, 친절하고 부드러운 글, 읽는 이에게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글.
누구나 이런 글을 쓰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강룡을 만나시라고 권하고 싶다. 먼젓번의 <글쓰기 멘토링>이나 이 책이나 내용이 그닥 다르진 않다.
전자가 좀 단편적이라면, 후자가 제법 체계적인 차이가 있겠다.
전자는 블로그 땜빵용이라면, 후자는 제법 책 한 권의 무게를 가진 정도의 차이다. 

이 책은 우선 표지부터 깬다! 쩐다 쩔어~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의 복제판 같다. 70년대 풍이랄까.
제목도 그렇다. <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 햐.
뚜껑열리는 글 쓰는 자들이여, 펜을 버려라! 이런 똥침 한 방! ㅋㅋ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일 : 형상화

이런 구절은 내가 시 특강하면서 맨날 써먹던 말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형상화에 성공한 글 만나기 참 쉽지 않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자. : 닫힌 표현과 열린 표현
구체적 대상에서 보편성을 보여줘라

자꾸 설명하려는 글을 퇴고해야 한다. 닫은 표현을 쓰고있는 자기를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공감할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려면 구체적 대상을 제시해야 한다. 거기서 보편성이 나오도록...

진화란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

이 말은 멋있어서 한 번 남겨 놔 봤다.

모래알에서 세계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보려면
그대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찰나 속에 영원을 쥐어라

모래알과 들꽃은 구체적 대상이다. 그러나 블로거가 그리고 싶은 것은 세계고, 천국이다.
손바닥에 바로 현실에서, 찰나, 짧은 이 순간에, 무한과 영원을 쥐려면... 구체적 대상을 열린 표현으로 그릴 밖에...

부분은 작은 전체. 결정적 한 장면은 작품 전체를 압축하여 보여준다.

글의 한 부분만 가지고도 '프랙탈' 구조처럼 전체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세상은 뭐, 다 고만고만한 거니깐. 그 유추의 능력은 작가마다 다르지만, 부분으로 전체를 '조금' 표현하는 일, 이게 관건이다.

덜 중요한 부분을 지우니 중요한 것만 남더라... 짜파게티 봉지의 희망 (소비자 가격) (김씨표류기)
나 여기 있어, 너 거기 있지?(왕의 남자)

영화를 보면서도 그는 멋진 구절들을 기록해 둔다. 역시 기록은 글쓰기의 필수 요건이다.
머리가 나쁘면 기록해야 한다.  

순서 바꾸기도 멋진 글을 만드는 한 방법.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인데 당신이 하게 해서 미안해

가령,은 실제에 없는 상황을 그려볼 때 쓰는 말. 그냥 예시라고 써선 안 되는 말. 첨 들었다. ^^ 맞다. 

기다리시기 지루하면 제가 탱고를 가르쳐 드릴게요.
스텝이 엉길까 두려워요.
그게 바로 탱곱니다. 인생과 마찬가지죠. (여인의 향기)

캬, 이렇게 작업을 거는 거구나.
작가는 또 이렇게 작업걸면 망한다... 이런 말도 한다. 

 훈계하면 지는 거예요.   
시간을 낭비하라!!(에밀)

아, 에밀에 이런 멋진 말이 있었나? 기막힌 말이다. 시간을 낭비하라!!!

객관적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 글, 자기 말에 책임지는 글, 고정관념을 뒤집어 더 나은 것을 제안하고자 하는 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적절한 예와 비유를 드는 글이 좋은 글...(204)

좋은 글은 여러 결이 차곡차곡 겹쳐있기에 아주 두껍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결이 드러납니다. 늘 아는 만큼만 보이고 이해한 만큼만 들리는 법이니까요. 초급자에겐 좋은 태도를 심어주고, 중급자에겐 텍스트 읽는 맛을 주고, 고급자에겐 스스로 겸손함을 깨우치게끔한다면 그 글은 무척 훌륭한 글(206) 

좋은 글에 대한 그의 정리인데, 뭐, 이 책을 요약한 것이다.
이것만 읽고 이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바보다.
이 말에는 구체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도 훌륭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강룡씨의 이런 책이 왕창, 팔려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싸구려 커피 풍의 표지를 볼 때, 많이 팔릴 거 같진 않다.
강유원 샘이 강의다니면서 홍보를 좀 해 주시겠지만, 나도 홍보 좀 하자!  
글 좀 쓴다는 블로거들이여!
이강룡의 <글쓰기 멘토링>이랑 이 책 좀 사서 읽어라! 홍보 문구가, 훈계다. ㅋㅋ

166쪽. '라벨'의 <부활>을 지휘한 카플란... 이야기...
   이야기는 멋진데, 나이들어 지휘를 왜 하냐고? 쪽팔리니깐,  하나는 지휘하면서 쪽팔림, 아니면 지휘 안 한 스스로 쪽팔림... 히야... 자기한테 안 쪽팔릴라고 지휘를 하다니... 친구의 유오성의 '쪽팔린다 아입니꺼'보다 고수다.
   라벨이 아니라 구스타프 말러...인 거 같은데...(이거 쓰실 때 술이 덜 깨셨을 듯. ㅋㅋ 퇴고하실 때도, 이 부분 읽을 땐, 그래도 지구가 돈다던 갈릴레이를 이해하고 계셨을 듯... 온 몸으로 지구의 자전을 느낀다는...) 

170쪽. 기학 원리...기하학이겠지 (귀여운 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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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3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 표현을 위하여!
아자아자!!

글샘 2010-07-30 15:58   좋아요 0 | URL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제시하는 걸 열린 표현이라 한대요. 저는 닫힌 표현 잘 쓰는 사람인데.ㅋㅋ
마기 님처럼 시를 쓰시는 분은 열린 표현을 할 수밖에 없죠.
근데 너무 열려버리면... 독자가 뚜껑열린다는... ㅋㅋ
재미있는 책입니다.

세실 2010-07-3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저도 장바구니에 담아야지.

글샘 2010-07-30 16:08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사서 보세요~ 엄청 잼있습니다. ^^
근데, 세실님. 저도...와 담아야지...는 호응하지 않아요. ㅋㅋ
나도가 되든지, 담겠어요...가 되어야죠.
맨날 세실님 놀리는 재미로 사는 1인 ㅎㅎㅎ

순오기 2010-07-30 16:51   좋아요 0 | URL
하하~ 못 말리는 선생님!ㅋㅋ

나는 천천히 담을래요, 는 맞나요?^^

글샘 2010-07-30 17:47   좋아요 0 | URL
저 좀 말려 줘요~ ㅋㅋ
네. 우등생님은 맞습니다.

세실 2010-07-30 18:02   좋아요 0 | URL

저보다 두 살 많으니 반말 할수도 없구,
맨날 저 구박하니 존댓말 하긴 왠지 싫구. 메롱^*^
그래서 그랬시요. 왜? 꼬우세요? (눈 치껴 뜨면서, 입으로는 눈쪽으로 바람을 날린다)

글샘 2010-07-30 20:03   좋아요 0 | URL
오, 세실님... 예전에 껌 좀 씹었던 포스가... ㅎㅎㅎ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아까 신문에 나신 거 보고 안 놀리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ㅎㅎㅎ

2010-07-30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7-30 17:47   좋아요 0 | URL
말러 맞죠. ㅋㅋ
이강룡 샘께는 꼭 전해 주세요. 별 일곱 개라고... 글쓰기 멘토링도 잘 읽었다구요.

소나무집 2010-07-30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들어 글 잘 쓰고 싶은 한 사람...
9시간 동안 읽기 위해 장바구니로 데려갑니다.

글샘 2010-07-30 20:04   좋아요 0 | URL
글쓰기 멘토링도 좋아요. 제가 스크랩해 놓은 글 한번 읽어 보세요~~

양철나무꾼 2010-08-02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멘토링>은 저도 가지고 있는데...
이 책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뿌리와 이파리는 좋은 책을 하찮아 보이게 하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책 표지,편집,교정에도 좀 신경을 써야할 듯~^^

글샘 2010-08-02 23: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글쓰기 멘토링도 좋은 책을 하찮아 보이게 했던... ㅋㅋ 그거도 뿌리와 이파리였나요?
표지가 거의 장기하 버전이라니깐요. ^^ 내용 좋다고 너무 자신감이 있는 건지...
암튼, 책 팔아서 돈벌기는 하늘의 별 주워모으기보다 어렵다지만, 많이들 사 주세요.
이런 게 인문학적 토대를 쌓는 거 아닐까 합니다.(이래 놓고 정작 본인은 안 사 본다는 ㅍㅎㅎ, 그래도 도서관에 사 놓고 본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