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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정말 사회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자의식으로 가득찬 인간.
김점선이 스스로 살아온 길을 적고 점선뎐으로 이름붙였다.
결국 이 책이 나오고 그는 세상을 떴다.
워낙 거침없던 이였으니,
가서, 즐거웠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악마는, 악은 엉킨 에너지다. (96)
예술가도 마찬가지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허용하는 방향으로 해소하는 것을 예술가라 하고, 그 에너지가 엉켜버리면... 악이라고 한다.
그는 독서를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가장 효율적 생활 방식.(109)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자기가 생각하면 수백 년 걸릴 것들을...
독서를 통해서 한 순간에 깨칠 수 있으니...
인간의 독서란 얼마나 효율적인 것이냐.
그렇지만... 그는 또 삶으로서만 물결지을 수 있는 삶의 무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191쪽에선 남편이 암에 걸렸을 때의 '황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역설적이지만,
인간이 소중함은 그 존재를 잃고 나서야 느낀다고 한다.
남편의 사주에 '황홀한 일'이 엮였는데, 겪고 보니 그것이 죽음이란다.
죽음을 앞두고... 하루 하루가 황홀할 수밖에... 아! 짠한 사람.
김점선을 읽으면서,
내가 그에게 많이 그랬다.
아, 짠한 사람.
나를 모르는 그가 나를 보면, 똑같은 소릴 할지도 모르겠다.
장영희 교수랑 마음이 맞았는데,
장교수 수필 제목처럼,
하필이면,
올해... 그는 3월 22일에, 장교수는 5월 9일에 잠이 들었다.
스스로 그림그리는 큰 벌레...라고 자신을 느끼고,
생각이라는 병균에게 침식당한 큰 짐승. 이라고 이름 붙이는 김점선.
무궁화란 촌스러운 꽃을, 왜 국화로 삼았나를 생각해 보고는...
싱싱하고 건강한 아름다움, 숨겨진 듯해 얼핏 눈에 듸지 않는 모습.
그들은 우리가 이렇게 살기를 원했다.
촌스런 무궁화.
건강하고 튼튼한 꽃나무.
촌여자처럼 아름다운,
제 할일 다하면서 바쁘게 살다가 얼핏 모양낸,
그런 여자처럼 쬐끔만 아름다운 꽃.
본래의 아름다움이 무엇엔가 가려져서 조금만 보이는 듯한 그런 꽃.
그 가려진 것을 치우고 싶게 만드는 그런 꽃.
언젠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만 같은 그런 꽃.(341)
그의 어린 시절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기도 한다.
나도 꽤나 내 속으로 고치처럼 스스로의 집을 지었던 존재지만,
그처럼 멋대로 살 힘은 없었던 듯 하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다.
자의식을 벗어나려는 여성의 삶은 주변에서 인정해 주지 않으면 힘들다.
아니, 여성이 좀더 심할 뿐,
너무 자기를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한국 사회는 참 싫어한다.
이제 한국 사회는 김점선의 '개인주의'를 배워야 한다.
아들 녀석에게 잔소리를 덜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하늘나라에선 김점선이 남 눈치 안 보고 맘 편하게 살 수 있길 빈다.
98쪽. 편집자들도 잘 틀리는 맞춤법 하나 : 절대절명 - 절체절명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