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를 리뷰해주세요.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혼한 여자들은 문제가 있다.
나이가 많은데 결혼 못한 노처녀들은 내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
결혼해서 평탄하게 살지 못하는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가정 교육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것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나도 저것 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비혼 여성들을 바라보기도 한다는 걸 인정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걸 속으로 잘 감추고 있기때문에 비혼 여성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지도 않고, 아내와 잘 다투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러나... 과연 감추고 사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혼 여성과 이혼 여성을 '결핍'의 요소로 보는 '결손 가정' 같은 낱말은 요즘 쓰지 않는다.
사회 분위기는 미묘하게 단어의 쓰임을 제어한다. 
그러나 그 분위기의 전형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한 부모 가정... 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고통이 크다.
이런 아이들과 상담하는 일은 거의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으로 끝나기 쉽다. 

이 책은 여러 이유로 혼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주고 있다.
아픈 사람에게 위로는 같이 아픈 사람이라고 하듯,
혼자 살고 있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여성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계를 하는 것보담은 이 책처럼 <혼자서도 나는 걱정없이 산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비혼 여성들이나 가정에서 참으로 많은 갈등을 겪는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길 바라는 책이다. (혹시, 우리 마눌님이 이 책을 읽으시면, 나는 ㅠㅜ 될지도 모른다. ㅎㅎ) 

뭔가 사나르는 것으로 결핍을 메우려는 여성들에게 작가는 삐삐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삐삐...
네가 뭘 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거짓말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어. 나는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사람이야. 너도 발견하는 사람이 되면 여유 시간이 없을걸...(
104)
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이 많은 글을 쓴 건 아닌가 한다. 

아이들의 인생은 본인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활기가 끓어오른다.
바로 어린 시절에 갖고 있던 활기, 삐삐가 상징하던 그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108) 

그리스어 멜랑콜리아(슬픔과 두려움때문에 생기는 식욕부진, 의기소침, 과민함, 불안감 등 우울증이라 여겨지는 징후를 표현하는 말)나
트라우마(끔찍한 사건을 부정하고자 하는 의지와 큰소리로 밝히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것이 정신적 충격의 핵심)같은 경우를 겪은 여성들의 의기소침함에 대해서,
작가는 수도 없이 많은 사례들을 들려 준다.
아프냐, 세상에 아픈 사람, 이렇게 많단다... 이렇게 위무의 손길을 펼치기 위해서... 

심리치료사로서 작가의 역할은 여성들이 잃어버린 비밀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길을 함께 하고 정원 밖에서 기다리는 일(140)이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비밀의 정원을 떠나게 했는지 듣는 일이고, '미미하지만 자라기를 멈추지 않는' 나를 만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고독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시도를 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여성은 바로 혼자 있는 것을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은 평소 부정하려고 했던 불안, 화, 우울, 두려움의 감정과 함께하며,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는 것이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임을 이 책은 가르쳐 준다.(152)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하여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사랑에 너무도 목마른 상태가 되어 고독이 가져다 주는 좋은 점들을 누리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Ich bin ich...라고 나는 나라고... 이 책은 가르쳐 준다. 

고상한 것을 추구하지 말고 낮은 것을 소중히 여기라... 이 말은 역경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줄 법한 말이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것이다.
평화.
마음의 평화.
가슴의 평화.(307)
그래서 충만함. 

신비의 표면 위를 더듬어 가는 것이 우리 삶일진대, 섣불리 '너는 불행한 여자야.'라고 지정하게 만드는 세상의 구조는 여성들에게 한없이 거친 벌판이다.
여성이 사회 운동을 하는 일은 힘들고, 사회 생활을 하는 것도 힘겹다.
아이를 기르고,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현실을 감내하는 일도 버겁고 힘들다.
신비의 표면 위를 더듬어 가는 것이 우리 삶이라는데... 신비를 찾는 일은 왜 그리도 멀고 험한지... 

이 책을 읽는 일은 <아무 것도 특별하지 않지만, 또한 모든 것이 특별한> 세상을 보는 시선을 열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나도 해야하는데... 하면서 꿍 하고 있던 고민을, 삐삐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화를 돌려 휘리릭 해치우고 말았다. 그 순간 이후로... 마음이 무지무지 가벼워졌다.
어린아이처럼, 아무 고민 없이, 해야할 일들을 지금 이순간, 해치우는 마음.
안 되면 말고... 이렇게... 내가 다 떠맡겠단 생각은 당장 버리고... 

여성의 언어는 보살피고 듣고 발견하는 언어다.
함께 대면하며 쌓아가는 감정적인 나눔은 친한 여자 친구들끼리 가능하다.
여자 친구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대화법이 있다.
한마디 하면 무슨 뜻인지 않다.
남자들이 들을 때는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면 남자가 이해 못하리라는 것을 여자들은 모른다. 

마치 고양이와 개의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서로 알콩달콩 다투듯이...
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무시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인지하는 학습이 필요한 모양이다. 

너무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쑥 빠질 것 같은 여성들에게,
아프냐... 나도 아프다... 하는 동병상련의 위로를 듣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법한 책이다.
아프면, 잠도 안 온다. 아마,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스르륵 잠들고 마는 자기를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들은... 비혼 여성들, 가정이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슴 속에 화가 가득한 여성들, 아니면 나처럼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남성들도 읽었으면 한다. 

이 책의 좋은 구절들은 위에 많다.
이 책과 비슷한 책들은...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이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스키너의 심리 상자> 이런 책들을 아울러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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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그녀와 함께 볼만한 한권의 책
    from 새우깡소년, Day of Blog 2009-05-19 23:30 
    연애를 하면서도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하기만을 바라고, 또 오래갔으면 하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처음에는 남자인 나로써도 혼자서 커피 마시고, 쇼핑하고, 식사를 하고, 거리를 걷는 등의 모든 일상등이 처음에는 낮설었지만 솔로였을때는 그러한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서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나를 위한 치유 방법을 몰라 허우적 거릴때는 그야말로 혼자서 푸는 방법, 남자이니깐 그러한 것들을 묵히면 될꺼야 라는 식의 방법으..
 
 
파란여우 2009-04-1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님께 제가 이 책을 살짝쿵 보내드리고 싶어집니다.ㅋㅋㅋ

글샘 2009-04-17 21:32   좋아요 0 | URL
음... 우리 마눌님은... 시크하셔서... 이런 책 보면 흥=3=3= 하실걸요. ㅎㅎ 나름 아픈 델 제가 같이 살아야죠. 뭐. 이왕 결혼을 했으니 말입니다.

순오기 2009-04-18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중학교에서 학부모가 원하는 도서 사준다는데 이 책 목록에 넣어도 좋겠네요. 이 책과 옛 소설에 빠지다, 외에도 더 추천해 주시면 좋고요~~ ^^

세실 2009-04-1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혼한 남성들도 문제가 있겠죠?
전 그냥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인정해주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죽하면 이혼했겠어요~~ 나는 나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