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높새바람 15
이경화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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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조금 불쾌하다. 작가의 시선이 지나치게 두갈래여서 그런 듯 하다.
작가는 교사의 편애를 두 종류로 생각한다.
하나는 기득권을 가진 아이들에게 향하는 편애.
이거야말로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교사로서 극복의 대상이다.
간부, 공부 잘 하는 애, 이쁜 말 잘 하는 애 들에게 사랑이 쏠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른 하나는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결핍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애정 표현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
과연 이런 경우도 편애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선 장난을 건 여자아이들을 좀 가난하고 부모가 없는 집 아이들이라고 해서 선생님이 관심갖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상정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담임 선생님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여기서, 가진 자들의 시선을 느낀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다. 특히 '특수학급 아이들'은 대표적인 '왕따'케이스고,
담임으로서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할 필요성을 갖게 하는 아이들이다.
많은 수업에서 보통 아이들은 특수 학급 때문에 피해를 겪기도 한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사춘기 아이들에게 자기 조에 특수아가 하나 들어서 조별 활동을 망치는 일은 짜증나게 마련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처음엔 도와주자는 의견에 동의하던 순한 아이들도 나쁜 감정을 갖고 스트레스를 발산한다.

잘 씻지도 않고, 말도 함부로 하는 아이가 특수 학급 아이라고 비호받는 경우 오히려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차별에는 오랜 역사에서 가진 자의 힘이 골수에 맺혀있기 마련이다.
여성의 문제, 빈민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 장애인 문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그 차별은 일거에 퇴치될 수 없는 구조적인 것에 가깝다.
학교는 그 모든 문제가 함축되어 나타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 학교에 이주 노동자의 아이들이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가난과 학벌이 대물림되는 현실을 보면, 교사의 애정에 의한 역차별은 현장에서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하게 되기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아이들이 싫어하는 아이는 교사도 싫다.
냄새나고, 공부도 못하고, 잘 해 준다고 부모에게서 고맙다는 이야기 한 번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의 좋은 점을 한 가지 찾는 일은 평범한 아이들에게서 좋은 점 열 가지 찾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이 책에 나온 선생님이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각별히 써주었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장난 끝에 다른 아이를 때리고 오는 놀이처럼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놀이를 했을 때, 그 문제를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 것은 교사의 오류라 생각한다.

반장 엄마들이 보통 그렇게 싸가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겪어 보면, 가난하고 못배운 부모들이 학교에 대한 나쁜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학교에 시비붙기 좋아한다.

간혹 싸가지 없는 학부모가 무슨 운영위원 같은 걸로 튀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대부분 왕따되기 쉽다. 후덕하고 지적이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성격도 원만하고 자신감도 있어서 원만한 아이로 자랄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건우의 선생님, 친구들, 가족 관계를 좀 도식적으로 나눈 것 같아서 이 소설에 별 다섯을 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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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3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떤 분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 분 교실에 자폐아가 하나 있답니다. 멀쩡하게 잘 생긴 앤데, 남자애들이 걔를 미워하고, 놀려먹고, 부려먹으려고 하죠. 쌀쌀맞게 대하고. 그래서 한번 그 분이 운동장에 남자애들을 굴렸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마음으로 걔를 다정하게 대하진 않는다고. 오히려 반발심으로 더 못살게 굴죠. 결핍이 있는 아이에 대한 관심은 또 그 아이를 더 외롭게 만들 수도 있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고.

프레이야 2007-08-3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조심스럽지만... 음.. 님의 글 마지막 단락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요..
현장에 계신 님의 시선은 이해가지만요..

글샘 2007-09-01 00:36   좋아요 0 | URL
불쌍한 아이들이 선생님의 사랑으로 인간이 된다는 이야기는 좀 식상하지 않나요? 하긴 춘향이나 인어아가씨처럼 <동적인 인간형>이 이야깃거리가 되긴 하겠지만 말이죠.
인간관계는 그렇게 도식적이지도, 직선적이지도 않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습니다. 오해하실 수 있으면, 바로 읽으신 것 같네요.^^

프레이야 2007-09-01 11:12   좋아요 0 | URL
앗, 님의 댓글을 보고 나니 제가 단락을 잘못 쓴 거네요.
제가 조심스럽다고 쓴 표현은, 마지막단락이 아니고 마지막에서 두번째 단락이요..^^ 글샘님.
마지막단락은 동감이구요.^^

글샘 2007-09-03 08:39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그 대목에서 좀 야릇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밑에 드팀전님께서 개념 설명을 잘 하신 것 같네요.^^

드팀전 2007-09-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이거 의외로 철학적인 과제를 던지는 책이군요..^^ 미국에서도 '어퍼머티브 액션'이라 그래서 '사회적 소수'에 대한 의도적 배려가 수정헌법과 늘 씨름을 하잖아요.
전 글샘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겠습니다.공부못하는 것들이 착하기라도 하면 봐줄텐데 그렇지도 않지요.부자인 것들은 공부도 잘하는데 착하기도 하지요..미워할 구석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물론 그들도 개인적 외로움과 컴플렉스와 고민이 있습니다.누구나 다 그렇듯이^^ 결국 문제를 개인으로 소급해버리면 답이 안나와버립니다.또한 그걸 '도덕적 신념'에 기대어'가난하지만 아름다운'으로 낭만적으로 믿어버려도 실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겁니다.이 둘 다가 '가난'을 정면으로 대하는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교사들이 이 다층적 개인들을 한 공간 안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끌어간다는 것은 보통 과제가 아닐것이라고 생각합니다.오히려 교사입장에서는 '수능성적향상'이라는 하나의 부여받은 목표가 있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르지요.


제가 글샘님의 글을 읽고 알라딘 소개글을 봤습니다.이런 글이 나오더군요.

"길지 않은 이 한편의 동화는 가진 것 많은 아이나 가진 것 없는 아이나 아이들은 다 똑같은 아이이며 아이들 하나하나가 다 고유한 인격체라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 것이다."

글샘님이 '가진자의 논리'라고 하는 함의가 저 안에 있습니다.맞지요^^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주제 인듯합니다.
저자의 주장은 틀린 바가 없지만 저 안에는 분명 문제제기의 소지가 숨어있다는...

'탈정치'와 '정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글샘 2007-09-01 00:46   좋아요 0 | URL
음, 제가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을 콕 찌르셨군요.
역시 사회과학도의 시선은 명쾌합니다.
담임했던 아이들을 몇 년 지나서 만나 보면, 제가 의도했던 [친절함]은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의도하지 않았던 [친절함]에서 아이들이 공평함을 이야기하더라구요.
교실이 분명 정치임엔 분명하지만 그 속에서 '고유한 인격체'들과 벌이는 실랑이는 '탈정치적'인 면도 많습니다.
교사가 탈정치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은 그래서 관리자나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진학 공부와 상충할 경우도 많이 생기죠.
장자에서 백정이 말하듯이, 도가 튼 사람은 칼을 상하지 않고 소를 가르듯, 도를 얻은 교사라면, 정치에 다치지 않으면서도 관리자나 학부모,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하겠지요.

'고유한 인격체'들을 완전 평등하게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도 정치적입니다.
작은 정치의 공간, 교실에 서면, 언제나 저 숱한 소수자의 문제들이 '가진자의 편에 선 교사의 시선'에 파묻히기 쉽습니다.

저도 이 단순한 이야길 읽고, 그냥 복잡해졌던 건데, 드팀전님 이야길 읽으니 제가 고민했던 부분의 개념이 서네요. 답은 없지만...^^

BRINY 2007-09-0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답은 없지만...^^;;

글샘 2007-09-03 08:39   좋아요 0 | URL
정말 답은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