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지음 / 보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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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저렇게 붙이면... 사람들이 뭘 떠올릴까? 방학이나 연금, 정년 보장 뭐 이런 것들...

난 이런 책을 읽으면서,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생각한다.
교사에겐 일 년에 수십에서 수백 명의 천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것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다. 물론 그 천사들이 다 예쁜 건 아니다.
이도 안 닦아 냄새가 나고, 머리도 안 감으며, 퉁명스럽고 먹을 거 줄 때만 웃기도 한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아무리 골때리는 녀석이라도, 이 나라의 씨이오들이나 정치가들보담도 순수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일수록 천국에서 나온 지가 얼마 안 되는 신선함을 갖고 있기때문에 많은 추억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교사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천사들과 살다 보면, 그 혜택에 감사하지 못하고 늘 독재자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천사들은 독재자도 그냥 용서해 주니깐.

학교에서 일어난 자잘한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사건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날마나 그 학교에서 사는 우리들은 이런 이야기들 속에 담긴 애환을 그냥 읽지 못한다.
눈에 밟히는 제자들이 꼭 무더기로 떠오르고, 그 제자들은 한결같이 남들보다 예쁘거나 공부 잘하지 못한 아이들이고, 내가 한 대라도 더 쥐어박고 구박했던 천덕 꾸러기들이었다. 눈물이 울컥거리고 솟는다.

임길택 선생은 완전 촌구석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특히 마음이 짠했던 것은 특수 학급 아이들 이야기다.

발음조차 명확하지 않은 특수학급 아이들. 그래도 그 아이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을 나는 즐거워한다. 내가 물렁해서 그럴 것인데도 스스로 좋은 교사라고 착각하며 산다. 지금은 스물 한둘 되었을 영이 생각이 난다. 그넘은 한 해에 한 번 정도 어눌한 발음으로 전화를 한다. 벌써 나랑 만났던 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작년인가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것이다.

특수학급 아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돌보아 주어야 할 구석이 많고, 아이들이 때리고 욕하고 구박하는 일이 잦다. 특히 실업계 아이들은 정의감이나 급우애를 역설하기엔 모두가 어려운 아이들이기도 하다. 며칠 전 수행평가에 '수특이, 스륵이...'라고 놀린다는 아픈 글을 읽었다. 그 아이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런 아이들에게 한번 더 눈길 주고, 한번 더 다독거리고, 그런 아이들을 야단치고 손씻으라고 잔소리하고 목욕좀 하라고 오줌냄새 난다고 안 씻으니 아이들이 싫어한다며 구박하는 것이 선생인 내가 하는 일들이다.

남들이 그리도 하고 싶어하는 자리에 올라앉아 있으면서 불만도 많다.
학부모들도 여교사가 많다고 불만이 많다. 다들 제잘난 맛에 살아서 그렇다.

임길택 선생님. 왜 좋은 사람은 빨리 죽나...

오늘 지난 달 '우리 교육'을 읽다가 어느 국어 교사가 매번 모의 고사를 쳐서 아이들에게 자기 점수를 공개한다는 글을 얼핏 봤다. 나는 늘 잘난 체만 하는 위선 덩어리였고, 욕심쟁이였다. 편하기만 바라는...

이런 책을 자꾸 읽어야 정화가 된다. 조금 착해져서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이 이뻐 보인다.
임선생님이 '자기 좋아하는 책만 읽는' 일을 반성했다. 10분만 아이들 가르칠 궁리를 하면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데도... 미안하다.

요즘 인터넷으로 '종이접기' 연수를 받고 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사는 이 직업은 먼지 구덩이에서 날마다 말썽꾸러기들과 실랑이하는 유치한 직업이지만, 나름의 맛과 향이 있다.

그런 향과 맛을 음미하며 살 수 있는 인생에 감사한다.

이 책을 소개해 준 드팀전 님의 허접한 이벤트에도 감사를...
오늘, 예찬이 돌 축하해요~~(돌은 맨입으로 축하하는 거 아니랬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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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6-30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들은 독재자도 그냥 용서해주니깐..
정말 그렇군요.
어쩌면 우리의 일그러진 영혼도 그들이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닌지..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땡스투도 누릅니다.

혜덕화 2007-06-3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습니다. 늘 천국에 살면서도 불평하는 것, 이게 어쩌면 교사가 가진 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07-06-30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6-3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이벤트는 허접했는데 리뷰덕에 반응좋군요..^^
아기는 저녁 무렵 돌잔치를 위해 지금 푹 자고 있고 어제밤 아기땜에 잠을 못이룬 아내도 옆에서 자고 있습니다.나두 졸리다..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