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 유재현의 역사문화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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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을 인도차이나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원래 있던 대륙을 "발견"했다고 생쑈를 하더니, 거기 사는 사람들을 "인도인"으로 착각하고 '인디언' 부르는 것들이, 인도와 중국 언저리에 있다고 부른 이름이 인도차이나.

그 이름만큼 언저리의 역사를 지니고 살았으면 좀 좋았으랴만...

불운하게도 인도차이나는 슬픈 열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많은 자원을 수탈하려고 달려드는 각다귀같은 서양 제국주의자들에 의하여, 그 후 전쟁에 나선 일본과 미국에 의하여 인도차이나의 역사는 누더기처럼 지배자가 번갈아 바뀌는 역사였다.

20세기 후반, 연쇄 공산화를 두려워한 도미노 이론의 저지를 위한 <최전방>으로 선택된 인도차이나는 반공 일색이었던 우리의 똥종이 윤리 교과서를 치장하곤 했다.

흔히들 베트남전쟁으로 알려진, 미국이 베트남전쟁으로 알리고 싶어한, 그 전쟁의 이면에는 공산화가 진행된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대한 무차별 폭격도 포함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전쟁이었다. 아, 전쟁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처참한 일방적 폭격이었다고 해야겠지. 그러나, 그러나, 1975년 베트남은 역사상 거두기 힘든 승리를 미국으로부터 빼앗아 내었다.

그렇지만, 유재현은 베트남의 호치민을 일방적으로 칭찬만하지 않는다.
베트남의 역사는 침략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숱한 지역 민족국가들을 유린한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가라는 근대적 개념이 참으로 많은 민족을 분열시켰으며, 엄청 많은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정말 무정부주의자들이 생길 만도 하다. Imagine...에서 no countries...에 나도 얼마나 동감인지...

이 책에서 가장 땀흘리며 읽은 부분은 꾸찌터널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인보다 체구가 작은 그들이기에, 미국인은 도저히 들어올 수 없는 작은 구멍(동굴이라기 보다는)을 파고, 그 속에서 벌레처럼 기어다녔던 터널. 그 터널은 인도차이나 전쟁의 <비인간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제는 <미안해요, 베트남>이라고 말해야 하고, 한국이 베트남에 저지른 죗값을 치러야 한다.
일본놈들이 반성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나쁜 것을 보고 배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왜곡된 역사를 배운 후손들은 불행하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꼼꼼하게 읽어주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그가 가진 애정이 크다는 이야기겠다.

메콩강... 하면 왠지 목이 '메일 듯한' 슬픔이 어리는 듯 하다.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에서의 목이 조이는 듯한 어두운 긴장감이 그랬고,
숱한 베트남 전쟁을 묘사한 소설에서의 치사한 삶들이 그랬고,
오로지 돈을 바라고 몸을 파는 숱한 여성들이 가득하다는 아픈 이야기들도 그렇다.

유재현의 인도차이나에 대한 애정을 좀더 찾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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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0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바람돌이 2007-06-0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꾸찌 터널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그들의 생존이 어떻게 위협받았는지, 얼마나 두려웠을지.... 이 책의 다른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 가는데 그 부분만은 잊히지 않고 또렷이 남네요.

홍수맘 2007-06-0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 볼께요. ^ ^.

글샘 2007-06-08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오랜만에 아뒤를 바꾸셨군요.^^ 좋은 책입니다. 읽어 보세요.
바람돌이님... 그렇죠!! 꾸찌터널 읽으면서 참 가슴이 먹먹했답니다.
홍수맘님... 꼭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