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땅으로부터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외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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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Global' 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이 언제였던가... 지구를 하나의 세계로 생각하고, 지구촌이란 말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세계화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그간 꽉꽉 닫혀있단 세계를 향한 문을 활짝 열었다. 오지의 섬나라인 한국은 비행기 이외의 수단으로 해외에 나갈 길은 없다. 적어도 유럽이나 미국으로는...

3년 전인가, 한국에서 '합창 올림픽'이 열린 적이 있었다. 그 전에는 오스트리아에선가 열렸는데, 한국에서 열릴 때, 참가국 수가 현저하게 떨어진 일이 있었다. 참가자들이 항공료를 지불하기 힘들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교통의 열세때문에 한국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치할 때 엄청난 뒷돈을 퍼부었을 것은 다 드러난 비밀이 아닐까?

이 구석의 나라에서도 슈퍼마켓에 가보면, 필리핀 오렌지, 칠레산 포도에서부터 온갖 나라의 제품들이 가득하다. 1000원 코너에 가보면 중국, 베트남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런 현상을 영어로  round-up이라고 한단다. 가축을 몰아 모으기라는 뜻인데, 이 책의 제목은 from the ground-up으로 붙였다.  바닥으로부터, 근본으로부터의 의미를 가진 말로, '산업적 농업의 집산'을 벗어나서 땅바닥에서 생산하는 근본적 농업을 생각하자는 생태적 문제를 생각하는 책.

아름다운 나라로 착각했던 미국, 그 미국은 온 세계를 향하여 '유전자 조작'되거나, 대량 생산된 농축산물을 팔아치우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한국처럼 종속된 나라의 경우에는 그 수입을 막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을 바보로 알고 한미 FTA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둥, 말도 안되는 공해광고를 내뿜는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광고가 공익 광고라면, 이런 경우는 명백한 공해 광고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산업적 농업의 특징, 전문화, 집중화로부터 새로운 종자의 기업 집중, 그로인한 생물체의 경쟁력 약화, 건강에 미칠지도 모르는 영향들, 정말 많이 들어가는 화석 연료의 비용, 가족 농업의 몰락과 제3 세계의 가난 증대, 잘 사는 나라를 위한 WTO와 무역 장벽 허물기... 등의 걱정스런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뒷쪽의 100쪽 정도는 새로운 농업,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장에 할애하고 있는데, 생태계를 생각하는 농업, 반개발의 의지와 <지역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막연하지만 살 길은 이것 뿐이다. Think locally, act locally... 이젠 Globally는 거부해야할 때가 아닐까?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채 유통되는 각종 농축산물, 유전자가 넘나드는 동물의 세계와 식물의 세계에서 어떤 돌연변이가 일어날는지... 무서운 일을 무섭지 않은 체 하고 사는 것은 삶이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건강식품이라고 먹는 채소들 속에 들어있는 유전자에서 치명적인 동물 유전자가 우리 세포들을 파고들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무서운 일들을 미국이 하고 있다. 가축도 개량된 가축들은 병에 잘 걸리고 오래 살지 못한다. 인류의 생명이 길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병에 걸린 장수는 그야말로 인간의 조건을 말살시키는 일밖에 더 되겠는가.

요즘 과일이나 채소들은 옛날처럼 맛이 없다고 한다. 유통에 적절한 크기의 상품만을 재배하기 때문에 맛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그 유통에서 생기는 마진이 80% 이상이 된다고 하니, 정말 농민들이 도시로 도시로 밀려와 빈민이 되는 것이 제3세계의 현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처럼 모퉁이에 돌아앉은 땅에서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유전자 변형 식품들을 먹고 산다는 일을 생각하니 참 처량하다. 그렇지만 이미 몰락할대로 몰락한 농촌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는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지역적으로 움직이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책이 93년에 나온 것이니 이미 더 많은 상품들이 조직적으로 세계 곳곳으로 조달되고 있을 것이다. 라다크 프로젝트 팀의 연구라는데, 읽기 쉽고, 요약이 잘 되어 있는 체계적인 글쓰기가 돋보이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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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2-08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미래>의저자네요.^^ 옛 말에.. '100리 바깥에서 난 음식은 먹지 마라 '는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로컬푸드 운동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지난 주에 의령에 친환경 농사하시는 분을 뵙고 왔습니다.귀농20년 차이신데 그동안,그리고 지금도 무척 외롭다고 합니다.친환경에 대한 주변 농민들의 따가운 시선때문이지요.최근에 그 마을에 젊은 친구 2명이 들어왔다고 그분은 신나했습니다.자기의 경험을 전할 수 있어서 라고 합니다.또 그동안 좀 심심했는데 그 친구들이 들어와서 이야기할게 많아지고 힘이 된다고 하셨습니다.사람이 사람에게 힘이 되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달팽이 2007-02-08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 온 것이 싸다는 말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정작 잘 돌아야 하는 돈은 많은 놈들이 꽉 틀어지고 풀지를 않아서 문제이고
제 땅에서 먹어야 할 것은 지구를 돌고 돌아 온갖 항생제, 화학물질, 유전자 조작으로 오염되니...거 참...

바람돌이 2007-02-0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죽을길로 죽어라고 가는것이 global이죠?
자본의 이익이 모든 마인드의 중심이 되는한 우리는 계속 죽을길로 가야한다는게 늘 안타깝네요.

글샘 2007-02-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직도 번개의 힘이 느껴지는군요. ^^ 이 책을 보면서 좌절했는데, 오늘 쿠바를 읽으면서 인간은 힘이 있는데...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과연 바른 길, 되돌아 가는 길로 갈 수 있을까요? 옳은 길로... 드팀전님 말씀이 참 인상적이네요. 사람이 사람에게 힘이 되는 것. 결국 망치는 것도 사람이지만, 유일한 희망을 걸 건 사람밖에 없겠지요. 덜 망쳐야 한다고, 거꾸로 가도 사람생각 하고 가자고 할 수 있는 건 사람밖에... 모두가 돌을 던진다 하더라고 말입니다. 지율스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