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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외면 - 이병진 포토에세이
이병진 글.사진 / 삼호미디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찰나1
찰나1(刹那←ksana 범)〔-라〕 [명사] 매우 짧은 동안. 순간(瞬間). ↔겁(劫).
찰나2
찰나2(刹那←ksana 범)〔-라〕 [수사][관형사] 탄지(彈指)의 10분의 1, 육덕(六德)의 10배가 되는 수(의). 곧, 10의 -18승.
웃찾사였나? 젊은 아이들 나와 노는데, 나이꽤나 먹은 이병진이 나와서 헛소리하고 구박받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나이나 경력을 따진다면 결코 나와서는 안 될 자리지만, 연기자로서 제 자리가 필요하면 어떤 자리든 간다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조금 안쓰러웠던 생각이 난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부담없이 읽으셨다면서 권해 주셔서 빌려왔다.
그의 아버지가 사진작가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이력을 보니 개그맨 이외에도 방송 작가, 무대 디자인 등 다채롭다.
자기가 찍은 사진들 사이사이로 적어 놓은 에세이들이 가볍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글들은 아니다.
그의 섬세함이 잘 묻어난다.
그가 아침고요수목원(이 수목원의 이름은 참 별볼일없다. 대한한공의 모닝캄을 번역한 것이어서...)에서 찍은 고목에 덧붙인 글에,
정작 본인은 더이상 보여줄 것이 없지만
먼저 태어나 세상의 풍파를 경험한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
그 자체 만으로도 귀감이 된다.
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게 늙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기에... 이미 늙어가고 있지 않은가.
사진 작가들은 '빛'을 찍는 사람들이다.
작가들은 궤적을 즐겨 찍는다. 별들이나 차들이 지나갈 동안 셔터를 열어 두었다가 나중에 닫으면 빛들만 지나가고 지나간 차들은 하나도 안 찍힌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나는 허무하다.
내 이 몸뚱아리로 살고 있는 이 시간에 무슨 궤적이 남아 있는가... 생각할수록 허무하다.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사진은 오히려 정직하다. 지나간 순간의 빛만 남을 뿐, 그 공간을 스치고 지나간 자동차는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면, 남는 것은 빛의 기억 뿐일 것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순간의, 아니 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인 찰나의 빛을 필름에 또는 디지털 입자로 기억할 뿐이다.
내가 숨쉬고, 핏줄 펄뜨덕거리며 앉아있는 이 순간의 나는 남지 않는다.
남기 위해선 빛을 내며 지나가야 한다.
자동차가 지나간 자리에 붉은 미등의 자취만 존재의 오해를 남기고 있기 때문에...
존재에 대한 화려한 착각은 희미한 오해에 불과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