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고바야시 사토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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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의 살찐 갈매기.

 우리가 항상 의아해 하는 것들 중 하나, 먹는 것의 의미는 거기서 부터 시작한다.

 주먹밥이 메인인 일식 식당. 핀란드 헬싱키의 조용한 거리에 '카모메 식당'이 새로 들어선다. (카모메는 갈매기라는 일본어)

 손님은 전혀 오지 않고, 세명의 아줌마는 식당앞 유리창 너머로 비어 있는 식당을 들여다 보며, 호기심을 보이다 지나가 버린다. 


 우연히 들른 첫 손님은 일본문화 애호가인 토미. 갓챠맨의 노래를 알려 달라고 한다. (나중에 갓챠맨이 독수리 오형제임을 동생과 통화하다 알게 되었다.) 정말 개성있게 생긴 미도리와의 만남은 '갓챠맨'주제가를 통해서이다.

 마사코상은 비행기 수화물을 찾는 곳에서 가방을 잃어 버린다. 우연히 찾아든 '카모메 식당'

  그렇게 카모메 식당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코피 루악"이라는 주문을 중얼거리면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아저씨. 식당밖에서 안을 무섭게 째려보는 아주머니, 호기심만 보이다가 시나몬 롤 냄새에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세 아주머니들.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 소소해서, 여느 사람들 같으면,

"뭐야, 이런것도 영화가 될 수 있는거야?"라고 중얼거릴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놀랍게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자극적이며 사람의 마음을 뒤 흔드는 놀라운 이야기가 없는 탓에 더 담백한 느낌이다. 아플때 먹는 자극적인 맛이 모두 빠진 담백한 죽처럼, 놀라거나 박장대소하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눈물을 흘릴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짓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치에상은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레스토랑이 아닌 '동네 식당'이라고. 언제나 가벼운 마음과 차림으로 들를 수 있는 곳. 주인과 안면이 트여 따뜻한 미소와 간단한 주변 이야기들을 나눌 수도 있는곳. 

  사치에상이 요리를 하는 모습은 식당 모습만큼이나 정결하고 담백하다. 화려한 손놀림으로 놀라운 비쥬얼을 연출하는 여느 음식영화들과 달리, 연어를 굽고, 고기를 튀기거나 볶고, 돈까스를 자르는 모습 모두 담백 소박한 이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린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여인의 '어서오세요.'는 또 얼마나 감칠맛 나는지.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독의 (여자였다.) 인터뷰를 쉬엄쉬엄 보는 것도 괜챦은 것 같다. 

별 내용은 기억나지 않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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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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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그것이 자신의 '천명'이었다.
이를 악물고 그 일에 열중하는 동안 벼락을 맞은 것처럼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 내가 포기하면 누구도 두 번 다시 그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포기한다고 말하는 것은 인류가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150쪽

자기는 이제껏 농약 대신 벌레나 병을 없애 줄 물질만 찾아 헤맸다. 퇴비를 뿌리고 잡초를 깎으며, 사과나무를 주변 자연으로부터 격리시키려 했다. 사과나무의 생명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농약을 쓰지 않았어도 농약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병이나 벌레 때문에 사과나무가 약해졌다고만 생각했다. 그것만 없애면 사과나무가 건강을 되찾을 거라고......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벌레나 병은 오히려 결과였다.
사과나무가 약해졌기 때문에 벌레와 병이 생긴 것이었다.
도토리나무 역시 해충이나 병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그토록 건강한 것은 식물은 본래부터 농약 같은 게 없어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연의 본모습이다. 그런 강력한 자연의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사과나무는 벌레와 병으로 고통받았던 것이다.-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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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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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먹는, 주먹하나보다도 큼지막한 사과 한알.

 그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나무에는 최소한 열 세번의 농약이 뿌려진다. 거듭된 품종 개량으로 당도도 강해지고, 크기도 커진 현재의사과들은 농약과 비료없이는 자라 본 적이 전혀 없다. 때문에 농약과 비료를 주지 않았을 경우에는 병충해에 시달려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다음해에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등산을 하다보면, 간혹 감나무나 밤나무등은 발견하는데 사과나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것 같다. 심지어 어느 산에 야생으로 자라는 사과나무가 있다는 얘기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다.

 

 기무라 아키노리씨.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이란 책을 우연히 보게 되고, 무농약 무비료의 사과 재배에 몰두하게 된다. 이것도 세상살이 법칙인 것인지 남들이 하는 것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은 항상 순조롭지 않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파산자라며 손가락질하고 경제적 빈곤은 극에 달해, 가족들은 밥조차 먹지 못하고 죽을 끓여 목숨을 연명하기에 이른다. 포기하고 싶어하기를 여러번. 감동적인 얘기들이 항상 그렇듯이 그 이야기의 바닥이 보일때쯤 반전이 나타난다.

 

 패배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힌 그가 목숨을 던지려 할때, 구원은 나타난다. 읽고 난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실감나지 않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은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이 이야기는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무모한 시도와 노력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인 것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아마 우리 주변에 자연 그대로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인위적인 것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것들에 의존해야 한다. 만약 원시림 속에 우리가, 또 우리가 기르는 식물이나 가축들이 내던져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 걔중 몇몇은 살아남겠지만, 대다수는 전멸하거나 자살을 택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편리해지고 정돈되어지고 쉽게 제어가 가능해졌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댓가로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잃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 별반 아닌것 같은 내용의 다큐멘터리 책에 불과한 듯 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힐 뿐 아니라 벅찬 감동과 더불어 어떻게 성공을 이뤄냈을지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있어서는 어느 스릴러 못지 않은 즐거움을 주었다.

 성공을 이뤄낸 뒤에 성공에 도취되어 거만하게 떵떵거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가며 자신의 성공과 농사법에 대한 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살아가는 기무라 아키노리씨에게 존경을 받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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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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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나쁜 일은 생겨도 슬픈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문득 바라는것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이 죽어야만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날 한시에 모두 함께 죽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먼저 보내고, 남겨져 느낄 슬픔이 겁났다.

 

 모든 것이 중요해 지는 순간은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순간과도 같아서 나는 잠시 아연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붙여 그것이 중요하다고 자기체면을 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중요한 것들은 무의미한 순간에 가장 밝게 반짝 거리는 지도.

 

 모든 사람들이, 모든 세상이 사라질 순간을 알게 된 주니어에게서 깊은 우울을 발견한다. 그에게 사랑은 기쁨과 환희가 아니라 슬픔이다. 몇날 몇일 몇시에 사라져 버릴 시한부 세상. 그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것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행복하건 행복하지 않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삶. 우리는 그 삶을 살아내는 두 모습의 주니어를 볼 수 있다. 한 명의 주니어는 절망하고 망가지다가 운명을 거슬러 살아 남기 위해 노력한다. 또 한 명의 주니어는 그 모든 진실을 덮어 두고, 마지막 순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세상이 바늘 끝으로 졸아드는 순간, 곧 사라질 모든것들이 중요해지는 순간. 그 순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가장 큰 기쁨이 우리에게 올 것이라는 예언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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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식탁 - 진화론의 후예들이 펼치는 생생한 지성의 만찬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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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을 배운 기억은 까마득하다. 간혹 기억나는 것은 목이 긴 기린과 목이 짧은 기린 그림이 나란히 그려진 책의 한 귀퉁이이다. 높은 나뭇가지의 나뭇잎을 따 먹을 수 있었던 목이 긴 기린. 그렇게 자연은 선택을 했고, 현재 우리는 목이 긴 기린만을 볼 수 있다.

 진화론은 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밀한 부분까지 증명해 내거나 예를 들어 보일 수는 없지만, 삶에 적합한 방법으로 모든게 변해간다는 내용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더구나 무언가가 그 쓰임새에 적합한 형태로 변한다는 그 법칙은 우리 실생활에서도 너무 많이 보아온 모습들이다.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이 진화론에도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한다. 가령 진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 거대한 자극에 의해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가? 100미터 달리기와 넓이뛰기로 비유한 이런 견해는 둘 다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또는, 남자들은 모두 강간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같은것. 오래전 순위경쟁에 밀린 수컷들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강간에 적응했다는 얘기는 끔찍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결코 그런 행위가 정당해 될 수는 없다.

 익히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또 이런 것도 있다. 이타심은 유전자 차원의 생존을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라는. 이 이야기를 100퍼센트 믿었을땐, 인간 개개인이라는게 보잘것 없게 느껴지기 시작하지만 완전히 부정할 수 만은 없는 설득력이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어디선가 이 세상은 카오스가 점점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 간다는 얘기를 읽었다. 난 그 이야기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해 간다고 이해했다. 진화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세포에서 복잡한 개체로. 진화는 진보일까?

 

 의문들은 많다. 이들 이야기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앎은 아직 그 끝에 닿지 못했다. 언제 닿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쩌면 영원히 닿지 못 할 수도 있다. 현재 지금의 우리는 그저 새로운 견해에 부딪히게 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근거로 자신만의 입장을 갖게 될 뿐이다.

 

 그들의 토론은 정교하다. 마지막에 가서 글쓴이의 해명이 없었다면, 나는 언젠가 정말 이들이 이렇게 토론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한 가운데서 한국인이 서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신기해 하면서.

 

 언제나 보아온 식상한 토론을 '식탁하다'로 재 명명한 발상은 참신하고, 도킨스와 굴드를 대결시킨 토론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진화론의 다양한 견해들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진화론에 있어서 어느 정도에 지식 수준에 도달했다고는 말하기 힘들겠지만, 진화론의 다양한 면면들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흥미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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