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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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심, 대충은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여지지 않아서, 타인과의 대화에서는 다르게 얘기하는 것들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2030세대의 실업난 같은 것들.

 혹자는 눈높이는 높아져서 힘든 일을 안 하려 하니까 그렇지,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는 무궁무진하다고 얘기한다. 또 다른 혹자는 그동안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좋은 직장에 정규직으로 번듯하게 취직해 다니는 또 다른 친구와 비교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모두 내심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이 이상하다고. 무언가 이 사회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학시절 학점이 2.5만 넘어도 현재 내노라하는 대기업 두 세군데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이제 전설일 뿐이다. 지금의 4~50대들이 취업을 시작했던 시절과 지금의 2~30대들의 상황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한창 왕성한 열정으로 일을 시작해야 할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이태백으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분명, 이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데, 현재의 2~30대들은 자신의 무능력만을 탓하며 자기계발에, 어학연수에, 각종 고시에 매달린다. 그들에게 삶은 희망적이고 살아볼 만한 것이라기 보다는 버텨내야만 하는 고단한 의무감일 뿐이다. 한창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시작하며, 살아가는 희망에 부풀어 있어야 할 20대 사망원인 1순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얼마나 비극적인지?

 

  비록 우리나라가 20대 실업률은 OECD국중 최고라고 하지만, 위 이야기는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마찬가지임을 이 책은 지적한다. 한때,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그 답답함에서 벗어나는 대안으로 각광받았던 '프리터'의 진상은 '프레카리아트(불안한 프롤레타리아트)'일 뿐이다. 

 일본 '프레카리아트'운동의 잔다르크로 알려진 아마미야 카린은 일본과 유사한 한국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을 방문한다. 우리들의 삶이야 현재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잘 알아야지 맞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웃나라의 의식있는 사회 운동가의 시선이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연방 깨닫게 되는 장면들 중 하나는 일본과 유사함을 느끼는 아마미야 카린의 놀라움이다. 

 빈집을 점거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 문래동의 아티스트들, 연합을 형성하는 '전국 백수 연합',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이들, 코뮌을 만드는 연구자들. 이들과 같이, 절망적인 현재의 상황 속에서도 남들처럼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깨닫고 지적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몇몇 20대들이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논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결국 당사자가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고 자신의 처지가 그 때문임을 깨달을때, 진정한 연대는 이루어 질 수 있을 테다. 현재의 상황에서 그 일은 요원해 보인다.  아마미야 카린 역시 고단한 자신의 인생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깨닫고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힌다. 우리 역시, 삶의 고단함을 자신의 무능력 탓으로 돌리며 무기력하게 살아갈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을 직시하고 부조리함을 바꾸기 위한 연대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아마미야 카린이 주장했듯이, 단지 한 개인의, 한 나라의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연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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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보급판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김세중 옮김 / 뜨인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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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부제는 '어니스트 새클턴의 위대한 실패'이다. 하지만 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는 무엇인가가 잘못되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된 상태. 쉽지는 않겠지만 잘못 된 원인을 밝혀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이 상황은 잘못된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으로 인한 어쩔수 없음이다. 그리고 목표는 변경되었다. 27명 대원이 모두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것. 그리고 어니스트 새클턴은 성공했다.

 배가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바닷물이 두껍고 단단하게 얼어버리는 겨울의 혹한을 난 겪어보지도 못했지만, 상상조차 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그 얼음들은 그저 단단히 얼어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배에 압력을 가한다. 비정기적으로 배는 압력을 받고 뒤틀어 진다. 운이 좋았다면, 그 압력을 몇 차례 견뎌내다 봄을 맞을 수 있었을 테고, 따뜻한 날씨에 녹은 얼음을 헤치며 인듀어런스 호는 남극을 횡단하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운 좋은 일만 일어나진 않는다. 휘어지고 또 휘어지며 참고 견뎌내던 인듀어런스 호는 마침내 부서지고 침몰한다.

 얼음, 눈, 물뿐인 그 추운 망망대해에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은 대원들의 절망감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배를 잃은 그들이지만, 살아남은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일행을 줄이기 위해 썰매 개들과 그들의 마스코트 고양이였던 치피 부인을 죽여야만 했던 기억은 슬프다. 
 

 결국은 얼음위에 세운 캠프도,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위험해진다. 구명보트 세채에 나눠 타고서 엘리펀트 섬으로 상륙한 것은 차라리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만으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 바람이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면 그들은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리고 모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우스조지섬을 향해 떠나는 다섯명의 사람들. 사우스조지섬에 우여곡절끝에 당도하지만, 포경선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위험한 크레바스가 군데군데 입을 벌리고 있는 빙산들 위를 넘어가야 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를 구해 내겠다는 어니스트 새클턴의 의지는 감동적이다. 자신의 안위에만 만족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를 보면서, 현재의 우리 상황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남을 밟고, 회사를 살린다는 이름하에 힘 없는 노동자를 해고되고 남는 자들은 자신이 그 무리에 섞이지 않았음을 안도하는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사는 현재 우리에게 어니스트 새클턴의 지도력과 희생정신을 가진 지도자는 얼마나 절실히 필요할 것인가?

 결국 모두가 함께 살아서 구출되는 장면에선 마음이 울컥해진다. 

 어니스트 새클턴의 남극횡단이란 애초의 목표는 실패했지만, 모든 동료가 살아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목표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성공은 고전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항상 어딘가엔 자신의 안위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의 안위를 살피는 수 많은 새클턴들이 세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 아니, 그런 사람들이 더욱 더 생겨나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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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절판


둘이서 여행하기. 그것처럼 위험한 것이 또 있을까? 보통은 아주 친하다는 이유로, 혹은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 하며 방심하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결과는 종종 처참하다. 신혼여행때 유럽을 배낭여행하면서 무수히 많은 세계 각국의 나 홀로 여행자들을 만났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집을 떠나올 때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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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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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동경과 기대를 주는 아이템이 또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여행은 미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다. 여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지닌 사람을 난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은 항상 어느 집단의 중심 인물이 되기에 좋다. 힘들고 척박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여행 떠나고 싶다."라는 중얼거림은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대사이기도 하고, 나 또한 습관적으로 되뇌이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여행에 대한 나의 감정은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천성이 게으른 나는 돌아다니는 것을 많이 즐기진 않는다. 아마 이런 것에도 평균을 매길 수 있다면, 나는 평균 이하.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향은 습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기는 사진찍는 취미나 멋진 까페 탐방, 명승고적지 탐방, 쇼핑등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어쩌다 하는 산책과 여행, 나들이는 즐길지 모르지만, 잠시 잠깐 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내 집 안 침대위나, 푹신한 쇼파위.

 어쩌다 기대치 못 했던 쉬는 시간이 생기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은 내밀한 공간안에서 뒹굴거리며,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여행에 대해 큰 호감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여행에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는 이유는? 사실, 대답을 잘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정확히 군더더기 없이 답할 수 있을 만큼 고민해 보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즉흥적으로 생각해 보건데, 비록 내 몸 자체로 부딪혀 여행을 하진 않더라도, 현재 나에게 익숙해져 있는 세상과는 다른 환경과 사물, 사람들을 보고, 알게 되는 것은 분명 나에게 이로운 일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식이 확장되고 세상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구태의연한 얘기들 말고도 더 많은 이로움이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그것은 눈에 보일만큼 물질적일 수도 있고, 그것을 느낀 개인만이 간직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적인 수도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할 수 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아무런 변화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그저 깊은 인상만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우일의 책 '좋은 여행'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여행'을 가리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여행'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념도 잡히지 않는다. 아, 이우일식의 좋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있다. 너무 빡빡한 일정은 잡지 않기.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느긋하게. 짐은 최대한 적게.

  어쩌면 작가는 이 책의 제목만을 '좋은 여행'으로 정 한 거지, 굳이 좋은 여행이 어떤 건지를 알려줄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세람이 길을 걷고 있으면, 그 모든 세사람이 내게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나는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여행이든 모든 여행은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나처럼 직접 몸으로 겪지 못하고 상상과 책으로만 여행을 떠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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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블루 - The Big Blu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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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평범한 우리와는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 겉보기에 평범해 뵈는 그들의 몸은 우리 옆에 걷고, 움직이고, 웃고, 말하고 있지만, 그들의 눈과 마음은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다. 언젠가 그들은 우리한테서 사라져 버릴 것 같다. 사로잡힌 그곳, 또는 그것을 찾아서. 작크 메욜은 그런 사람이다. 

  단단한 현실의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 삶이라는 것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크 메욜에게 있어서의 삶은 바다속에서 유영하는 순간인 것 같다. 현실에서 작크 메욜은 외롭지만, 어린시절부터의 친구 '엔조'가 있고, 사랑하는 여인 '조안나'가 있다. 친구와 사랑하는 여인의 영향으로 작크는 어느 순간 현실위에 굳건히 선 평범한 사람중 하나가 될 수 있을것만 같다. 단지 잠수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하지만 무리한 잠수로 목숨을 잃은 '엔조'를 바닷속으로 떠나 보내며, 작크의 마음은 그 자신의 본질을 찾는다.


 항상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가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고 얘기하는 작크. 작크를 사랑하는 조안나에게 그것은 절망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삶을 작크에게 모두 던지고 싶은 조안나였지만, 그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세상은 조안나가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었다. 임신을 얘기하는 조안나를 거부하는 작크의 행동은 그의 마음의 이상이 현실을 얼마나 높이 넘어서는지를 보여준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봐야겠다면서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작크. 그런 작크를 울부짖으며 만류하다가 결국은 떠나 보내주는 조안나. 심해에 대한 그의 초인적인 집착은 평범한 우리에겐 이해 받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잠수보조기구에서 손을 떼는 그 순간을 영원토록 기억하지 않을까?

 아마도 조안나의 삶은 계속될 것이고, 바다는 언제나처럼 거기 그곳에 그대로 존재할 것이며, 그는...영원히 바다속에서 유영하며 나풀거리고 있을 것이다. 모두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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