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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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먹는, 주먹하나보다도 큼지막한 사과 한알.

 그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나무에는 최소한 열 세번의 농약이 뿌려진다. 거듭된 품종 개량으로 당도도 강해지고, 크기도 커진 현재의사과들은 농약과 비료없이는 자라 본 적이 전혀 없다. 때문에 농약과 비료를 주지 않았을 경우에는 병충해에 시달려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다음해에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등산을 하다보면, 간혹 감나무나 밤나무등은 발견하는데 사과나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것 같다. 심지어 어느 산에 야생으로 자라는 사과나무가 있다는 얘기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다.

 

 기무라 아키노리씨.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이란 책을 우연히 보게 되고, 무농약 무비료의 사과 재배에 몰두하게 된다. 이것도 세상살이 법칙인 것인지 남들이 하는 것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은 항상 순조롭지 않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파산자라며 손가락질하고 경제적 빈곤은 극에 달해, 가족들은 밥조차 먹지 못하고 죽을 끓여 목숨을 연명하기에 이른다. 포기하고 싶어하기를 여러번. 감동적인 얘기들이 항상 그렇듯이 그 이야기의 바닥이 보일때쯤 반전이 나타난다.

 

 패배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힌 그가 목숨을 던지려 할때, 구원은 나타난다. 읽고 난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실감나지 않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은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이 이야기는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무모한 시도와 노력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인 것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아마 우리 주변에 자연 그대로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인위적인 것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것들에 의존해야 한다. 만약 원시림 속에 우리가, 또 우리가 기르는 식물이나 가축들이 내던져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 걔중 몇몇은 살아남겠지만, 대다수는 전멸하거나 자살을 택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편리해지고 정돈되어지고 쉽게 제어가 가능해졌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댓가로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잃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 별반 아닌것 같은 내용의 다큐멘터리 책에 불과한 듯 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힐 뿐 아니라 벅찬 감동과 더불어 어떻게 성공을 이뤄냈을지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있어서는 어느 스릴러 못지 않은 즐거움을 주었다.

 성공을 이뤄낸 뒤에 성공에 도취되어 거만하게 떵떵거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가며 자신의 성공과 농사법에 대한 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살아가는 기무라 아키노리씨에게 존경을 받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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