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니까 커피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마시는 커피라고 해 봐야 뜨거운 물에 풀어 먹는 믹스 커피와 아메리카노가 전부이지만, 요새처럼 쌀쌀하고 무료한 시간이 찾아오면 제일 많이 생각 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 몸 상태가 되도록 커피를 마시지 말도록 권고되는 상태라는 것이다. 슬프다. 생각해 보면, 아기를 갖기 전, 난 하루 다섯잔의 커피도 거뜬히 마시곤 했었는데. 불가사의한 것은 그렇게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잠은 잘 잤다는것. 

 여하튼, 아기를 갖고 부터는 신경 쓰이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내가 너무나 선호하는 라면. J는 내가 라면을 먹을라치면, 눈부터 부라린다. 한때는 꿈 속에서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한 번도 안 먹은건 아니고. 

 패스트푸드며, 슈퍼에서 파는 과자를 사 먹을때도 죄책감을 느낀다. 무언가 족쇄를 찬 기분.  

  

 요새, 오르한 파묵의 '검은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좀 우울해 진다. 덩달아 책 읽기까지 싫어진다.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 같은 느낌.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페이지를 읽어 넘기는게 아니라 자꾸 잃어버리는것 같은 기분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들은 머릿속에 남는데, 세부적인 사항들이 자꾸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이름들을 자꾸 잊어 버리고, 중간중간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  오늘 아침에는 '다시는 오르한 파묵을 읽지 않을거야.'라고 결심했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적어 놓은 '검은책'의 리뷰들을 보며,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난 한번 시작한 책을 끝까지 읽는 인내심은 뛰어나서 아마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내겠지만, 한 동안 내내 우울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요새 내 우울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검은책'일까? 아님, 임신, 아님 추워진 날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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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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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보험 하시는 분이 주신 공짜 예매권 다섯매.

 그 중 두매는 날짜 경과로 버리고, 나머지 세매는 꼭 써야겠다는 결심으로 보게 된 영화.

 

 이 영화 처음에 나온다는 얘기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런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 이상으로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1위까지 달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 했다.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짝사랑을 이뤄준다는 듣도 보도 못한 연애조작단.

 이제껏 보지 못한 신선한 소재에 가산점이 붙는다.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사와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 사랑이 이뤄진 후 본성이 다른 사람들이 그 환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을거라는 의구심에 결말이 궁금해지지만, 어차피 모든 사랑은 착각과 과대망상에서 시작된다는걸 생각해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게 비슷할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흔히 얘기하는 조신하고 깔끔떠는 외모를 가진 여자가 자기 방은 엄청 지저분하거나, 연애시절엔 그렇게 낭만적이던 남자가 결혼 후에는 아주 생활적이라거나 뭐 그런 이야기처럼.

 

 이 소재가 이야기가 되는건, 이 연애조작단의 대표로 있는 병훈의 옛 과거 애인이었던, 희중을 짝사랑하는 상용이 의뢰인이 되면서이다.

 희중의 모습을 보면서 병훈은 과거의 아픈 결별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련이 남아 있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고, 희중 역시 그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완전 자유로워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랑의 결별은 자꾸만 가속이 붙는 건지, 누군가의 마음이 변한게 아닌 아직도 두 사람의 마음엔 미련이 남아 있다 해도, 다시 둘이 사랑으로 묶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남겼던 짧은 한줄 평이 딱 적합하단 생각이 든다.   

'사랑의 아픔까지도 보듬는 보기 드문  로맨틱 영화.'

 

 배우들의 느낌도 신선한다.

 어느 드라마에서 특유의 코가 막힌듯한 목소리로 '비염'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이민정도 그런 이미지와는 다르게 약간은 시니컬하며 예쁘고, 항상 젠틀한 이미지였던 최다니엘의 어리숙한 모습도 나름 재미있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항상 어리게만 보이던 박신혜의 성숙한 모습. 엄태웅은 그저 엄태웅스러웠고.

 

 가을에 보기에 참 적당한 영화가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소견도 덧 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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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킹왕짱 좋아요 ㅋ
 
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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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다도의 지극한 경지는 그들의 광기 어린 피비린내 나는 역사와 정신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전국시대, 다도의 대성자로 일컬어 지는 센 리큐. 

 - 내 일생은

 그저 한 잔의 차를 정적 속에서 즐기는 일에만 부심해왔다. 이 천지에 살아 있는 지복을 차 한 잔으로 맛볼 수 있도록 고안을 거듭해 왔다.

 - 나는 오로지 아름다운 것 앞에서만 머리를 조아린다. -11쪽

 천부적으로 타고난 절대적인 미에 대한 감각과 다도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남자.  

- 참으로 성가신 사내다.

 한낱 다두인 주제에 그렇게 다루기 어려울 수가 없었다. 

 드러나게 정사에 참견하기라도 한다면 억누를 방도가 있겠건만, 그 사내는 절대 주제넘게 나서지 않았다. 밉살스러울 정도로 사람의 미묘한 심리를 잘 알고, 실수 없이 행동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천지의 중심이라도 되는 양 오만불손한 얼굴을 했다. 본인은 감추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따금 그런 표정이 드러나곤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사내는 천하제일의 다두다. - 128쪽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런 리큐에게 심사가 뒤틀린다. 천재에게 항상 위협이 되는 질투와 시기가 이 곳에도 있다. 

 이 이야기의 구성 역시 독특하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 

 처음 이야기는 히데요시에게 처벌 받아 할복하는 리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할복전날, 그 다음은 열닷새 전, 그렇게 계속 이야기는 과거를 향해 치닫는다. 끝까지 품에서 내 놓지 않는 녹유향합에 대한 비밀을  품고서.  

 한때 큰 유행을 이끌었던 일본의 젠스탈일. 그 완벽하고 치밀한 분할과 정적, 그로 인한 공간적 긴장감. 그 긴장감에 미적 완성을 더해 주는 듯한 조선의 투박한듯 자연스러운 막사발. 이 소설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모든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오싹하다.    

   
 

 아름다움은 결코 얼버무릴 수 없습니다. 도구든, 행다든, 다인은 항상 목숨을 걸고 절묘한 경지를 추구합니다. 찻숟가락에 박힌 마디의 위치가 한 치라도 어긋나면 성에 차지 않고, 행다중에 놓은 뚜껑 받침의 위치가 다다미 눈 하나만큼이라도 어긋나면 내심 몸부림을 칩니다. 그것이야말로 다도의 바닥없는 바닥, 아름다움의 개미지옥. 한번 붙들리면 수명마저 줄어듭니다.

 
   
 
  별 다섯개가 모자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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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9-1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가 모자라는 소설이라 상상이 안가요~

다른 사람 서재에서 주인장께서 1월에 아기엄마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ㅎㅎ

습관 2010-09-17 09:43   좋아요 0 | URL
별 다섯개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최근 들어 읽은 소설 중 가장 좋았어요. ^^

오랫만에 뵈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하구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마더 나이트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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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만에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을 읽었다. 커트 보네거트를 알게 된건 10년도 더 된거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향받은 미국작가 11인이었던가. 뭐 그런 비슷한 작가 리스트에 올라 있던 사람이었다. 그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던 시절이었고. 영향받았다는 작가들도 한창 궁금했던 시절.

  그때는 그의 책을 세권 정도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들은 하나 같이 희미하다. 그나마 기억나는 내용은 '갈라파고스'의 물고기처럼 변해가는 인간들 정도. 동생과 엄청 신기해하면서 이 소설을 읽었던 생각이 난다. 또 '저 위의 누군가 날 좋아하나봐.'란 책 제목을 들여다 보며, 도끼병 책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그 당시 도끼병, 공주병 이런 단어가 한창 생겨나서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다시 만난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은 '여전하다'고 말 하지는 못하겠다. 그 당시에 그렇게 재밌었다고 생각했던 코미디는 잘 느끼진 못하겠다.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단지 기억만큼 흥미롭게 웃지 못했다는 이야기일뿐. 어쩌면 이야기에 따라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갈라파고스'를 읽게 된다면 신기해 하고 흥미로워할까? 모를 일이지만 어쨋건.

  '나치'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좀 식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책이 최근에 씌어 진 건 아닐테니, 이런 표현을 하기도 그렇지만 내가 읽은 시기는 최근이니, 뭐. 

 하워드 W. 캠벨2세의 고백은 그리 놀랄만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린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하워드 W. 캠벨2세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에 흥미를 갖게 된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갖힌 사람들,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자신의 첩보 활동이 과연 훌륭한 것일까?'하는 생각, 어처구니 없는 꿈을 꾸는 사람들. 그게 다 뭐라고? 그에게서 진한 허무주의의 낌새를 느낀다. 어쩌면 세상 전체가 미쳐 돌아가는 그 시기, 그리고 현재에 가장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지냈던 사람은 하워드 W. 캠벨2세가 아니었을까?

  옮긴이가 남긴 말 중 '가면과 분열의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말이 와 닿는다. 수 없이 많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지금, 현재가 어찌 정상적일 수가 있을까?

   
   이것은 내 이야기들 가운데 내가 그 교훈을 아는 유일한 이야기이다. 뭐랄까, 대단한 교훈은 아니고, 그저 우연히 알게 된 교훈이다. 그것은, 즉 우리는 가면을 쓴 존재라는 것, 그래서 그 가면이 벗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 9쪽  
   

 부디 그의 목을 옥죄는 올가미가 그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기를. 

 ** 그나 저나 Mother Night는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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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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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이야기 하는 방식들이 참 좋다. 이해하기 쉽고, 가슴 깊은 곳에 무언가를 일깨운다. 단 한마디로 표현하기 쉽진 않지만, 대략 알고 싶다는 욕구, 행동하고 싶다는 욕구, 또는 속지 않고 싶다는 욕구 같은 것들. 그가 쓴 책들을 읽은 후 난 내 정신의 지평이 한뼘쯤 넓어진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면서, 그 동안 한 번도 내게 이런 얘기를 들려 주지 않았던 어른들과 사회에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누굴 탓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4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도스도옙스키 '죄와 벌',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토머스 멜서스 '인구론',

알렉산드르 푸쉬킨 '대위의 딸',

맹자 '맹자',

최인훈 '광장',

사마천 '사기',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림 명예',

E.H.카 ' 역사란 무엇인가'

 

 모두가 다 알지만 읽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은 책들이다. 핵심이 되는 한 문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읽기가 망설여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 안다고 생각했던 그것이 다가 아님을, 우리가 알고 있는 핵심적인 한 문장이 전부가 아님을 그가 이야기해 준다.

 

 멜서스의 '인구론'이 빈곤 구제와 질병 치료를 반대 했다는 이야기는 내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피임을 반대했다는 것 또한 지금의 상식으로서는 잘 이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보고서 찾아 헤맸지만 제목과 저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바람에 내용만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던 책이었다. 불로소득이 열심히 일해도 빈곤한 계층을 만든다는 일견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불로소득만 잡으면 불공평한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을 듯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오늘 인터넷 기사에서 본 땅값만 잡으면 서울내에서도 25평형 아파트를 1억2천 정도에 분양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 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들 각자의 의식의 틀을 형성하는 것들은 수 없이 많은 외부 자극들일것이다. 그 자극들이 어떤 순서로 또 어떤 조합으로 들어 오느냐에 따라 사람들 각자의 가치관은 달라질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얼마나 진리와 가까운 문장인지. 무슨 소용에 닿느냐고 질문한다면, 대답하기 궁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 자신에게 큰 자극이 됐던 책들에 대해 하는 이야기들은 역시 내게도 큰 자극을 준다. 어느 누구도 성공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세상의 법칙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그 법칙에 따라 모든것이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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