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귓가의 산들바람 > [퍼온글] 책을 읽으며 얻어지는 고마움 12가지



1.책은 동기부여를 한다.

인생은 힘들고 고달프다.
인생은 반드시 해야할 일들이 있고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이것을 다하고 살기는 힘들다.
힘든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신에게 강하게 동기 부여하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동기부여를 가장 잘 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은 당신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준다.
힘이 없고 우울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성공에 관련된 책을 읽어 보라.
그러면 반드시 당신은 색다른 동기 부여를 받게 될 것이다.

2.책은 정확한 지식을 전달한다.

책은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지식과 정보를 알려준다.
잘 만들어진 책은 엄청난 지식을 전달해 준다.
즉,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은 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방향을 제시해 준다.
텔레비전을 통한 지식은 대부분 주도성을 키우는 지식보다는 의존성 지식을 전달한다.
대부분 교재는 책으로 이뤄져 있다.

3.책은 당신의 영원한 자산이다.

이사 갈 때 책을 버리고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책은 당신이 죽을 때 까지 있을 것이고 당신메모가 남겨진 책은
자녀에게 훌륭한 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다.
당신이 자녀들에게 손자들에게 유산으로 남길 책을 지금부터 준비하라.
자녀교육 핵심은 고기를 사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고기는 먹으면 끝이지만 고기 잡는 법을 배우면 영원히 당신 것이 된다.
그리고 도둑은 당신 재산을 도둑질 할 수 있지만
당신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지혜는 도둑질 하지 못한다.


4. 책은 집중력을 잘 할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기억이 가장 잘 남는다. 그 어떤 학습보다 가장 높은 효율을 만든다.
왜냐하면 책을 읽을 때는 이것저것 다 할 수 없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야기 하면서 식사하면서 동시에 하기 힘들다.
책을 읽을 때는 책만 읽어야 한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는 집중해서 읽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다.

5.책을 사는 돈에 비해 100배 이상의 가치를 준다. 경제성을 높여 준다.

지식화사회에서는 지식에 대한 돈 가치는 앞으로 갈수록 늘어 날 것이다.
유명한 사람 워크숍, 세미나, 특별강연등에 직접참가하려면 아마 엄청난 돈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이런 사람들이 워크숍, 세미나, 특별강연등에서 행한 것들은 반드시 책으로 나와 있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바로 책을 통한 인세수입이 큰 역할을 한다.
어쩌면 이런 행사들은 책을 알리기 위한 한 방법인 줄도 모른다.
비용에 관해서는 책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가 높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책을 통한 지식은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예를 들면 술 먹는데 드는 비용과 책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을 비교해 보면
아마 술을 먹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많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술이 책 백 권의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술은 먹고 나면 끝이지만 책은 영원히 당신 서재에 남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값비싼 술을 먹는 사람일 수록 책에 지불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비싼 술 먹는 횟수대로 결국 망하는 것을 나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술은 먹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책은 영원히 당신 서재에 남는다.
또한 여성의 경우 사치성향이 강하면 강할수록 책을 구입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사치하는 사람은 사실은 순 자산의(자산-부채) 개념으로 보면 거의 순 자산이 얼마 없음을 알게 된다.
즉, 진정한 부자가 아닌 대부분이 가짜 부자이다.
인생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하지를 잘 판단하는 판단력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6.책은 당신의 훌륭한 스승 노릇을 한다.

인생에 있어 멘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 당신이 원하고 바라는 멘토를 이 사회에서 찾기는 대단히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당신의 진정한 멘토는 바로 책이다.
무엇을 시작하고자 할 때 어떤 어려움에 봉착할 경우
앞이 보이지 않고 답답할 때 책은 당신에게 훌륭한 스승 역할을 할 것이다.


7.당신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능력향상의 첫출발은 지식에서 출발한다.
지식을 배우지 않고서는 당신은 절대 실력을 쌓을 수 없고 또 능력을 쌓을 수 없다.
지식은 바로 책을 통해서 가능하다.
역사 발전은 바로 책의 역사와 동일하다.
역사의 발전과 기술전수는 책을 통해 이뤄졌다.
책은 곧 지식이다.
지식이 곧 책이다.

8.책은 당신의 생각과 생활을 건전하게 만든다.

위대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책이 있다.
당신은 위인들의 운명을 바꾸게 한 책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은 가만히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은 가만히 있으면 게으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생각은 저절로 타락 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따라서 당신은 항상 생각을 건강하게 매일 매일 훈련을 해야 한다.
책은 당신 생각과 생활을 건전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9. 책은 건강한 습관을 만든다.

좋은 책을 잘 선택하고 읽게 된다면 엄청난 실력을 얻게 된다.
그러게 되면 사람은 자연히 반복하게 되고 그러면 일정한 생활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 나아가 운명을 결정짓는 강력한 습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좋은 책을 읽으면 더 좋은 책을 읽게 되고 나아가 당신은 책을 통해서 좋은 습관을 만들게 된다.




10. 책은 기분 전환하게 만든다. 나아가 나쁜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만들게 한다.

나쁜 감정 상태에서는 절대 어떤 일도 성공적으로 일을 잘 처리 하지 못한다.
좋은 기분 상태일 때만 성공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당신이 늘 좋은 기분상태를 유지한다면 당신 업무능력은 상당한 향상될 것이다.
좋은 감정상태는 책을 통해서 가능하다.
따라서 당신에게 좋은 감정상태를 만들어 주는 좋은 책을 읽어라.
그런 책을 읽으면 반드시 기분 좋은 감정상태를 만들 수 있다.
 
11. 책은 당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나아가 당신인생을 깊게 만든다.

건강한 인생관과 가치관은 다양한 간접경험으로 가능하다.
간접경험을 단시간 내에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배울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위대한 위인들 인생은 책을 통하여 배울 수 있다.
그들의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긴 인생을 책 한권으로도 충분하게 배울 수 있다.
이것은 기적이다.
그들 한 평생 걸어온 귀중한 교훈들을 한권 책으로 알게 된다는 것은 기적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다간 사람들을 통해 분명하게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어.” 라고 다짐을 하게 된다.
또 불행하게 살다간 사람들을 통해서는
“그래 나는 이런 인생을 살면 안 되겠어”라고 다짐을 하게 된다.
이런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은 사람을 발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통한 간접경험은 뚜렷한 인생관과 명확한 가치관을 만들게 만든다.

오늘날 인생관과 가치관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너무 많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종이에 기록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미국에 3%로 정도만 된다.
이 3%가 그렇지 못한 사람 보다 수입이 대략10배 이상이다.
인생관과 가치관 목표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인생관을 종이에 기록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부분은 실력부족 보다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기에 어려운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2. 책은 자기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책은 간접경험을 유발하고 책을 읽는 동시에 자신 모습과 비교를 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급적 책을 읽을 때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라.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책 읽는 효율을 최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 내용을 이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한다.
집중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집중하지 않고 빨리 읽는 책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책읽기는 양이 아니라 집중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나아가 자기성찰은 조용한 시간에만 가능하다.
책 읽기는 자기성찰 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므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자기성찰이 가능한 것이다.
자기성찰은 반드시 인생관과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자기성찰 없이는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질 수 없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인생관과 가치관은 당신인생 방향을 정확하게 인도한다.
반면 되는 대로 살아가고. 순간적인 기분으로 살아간다면,
인생은 당신에게 반드시 참혹한 대가를 지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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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이탈리아 아동문학의 흐름

1. 시작하는 말

어린이들은 아동문학 평론가의 입장에서 동화를 읽지 않는다. 꿈과 현실과 어제와 미래와 오늘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어린이 세계의 특성상 어린이들은 동화의 현실을 주인공과 함께 산다고 할 수 있다. 김열규 교수님은 동화를 "어린이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인생 최초의 종합예술" 이라고 하였다. 어린이들은 동화 속의 상황이나 주인공을 자신의 존재와 동일시하고, 현실과 꿈 사이에 명백한 경계가 없는 상상력으로 때로는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거나 여러 가지 상황을 그리가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경향은 더하다.
그러기에 어떤 주제의 동와인가라는 문제는 곧 어린이들로 하여금 어떤 현실을 살게해 주는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어떤 동화를 선택하는가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로, 동화의 형식이라든가 용어, 문장 들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감안하면서 이탈리아의 아동문학이 시기별로 어떻게 변해왔는지와 시대별 특징을 그 시대에 활동한 작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2. 이탈리아 아동문학의 기원

1) 바실레와 첫 동화집(Giovambattisia Basile, 1575-1632)
이탈리아는 예로부터 풍부한 민화의 전통을 가진 나라였다. 보카치오의 《테카메론》이나 유럽에서 최초로 민담을 쓴 사람으로 알려진 조반 프란체스코 스트라파롤라(Giovan Francesco Straparola, 1480?-1557?)나 《라틴어 설화집》 들이 그 예이다.
이러한 전통에서 태어난 사람이 바실레라고 할 수 있다.
바실레의 작품은 보카치오가 남긴 이탈리아 민화류와 페로에 의해 사작된 본격적인 동화 사이의 과도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가 남긴 《이야기 중의 이야기(Lo Cunto de li Cunti)》를 이탈리아 아동문학의 효시로 보기도 하는데 이 작품의 형식 역시 보카치오의 《데카멜론》을 연상시키는 펜타메론, 즉 5일 동안 5명의 노인이 들려 주는 50 가지의 이야기모음이다. 이 책의 내용에는 남녀간의 사랑이나 유혹같이 어린이에게는 적당치 않은 이야기들이 어린이들의 언어로 묘사되기도 하고, '해피 엔딩'이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추기를 하는 등 조잡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현대 이탈리어 표준어로 옮긴 베네데토 크로체는 이 작품의 예술성과 민속학적 가치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번역했다면서, 이 작품이야말로 서구 세계에서 어린이들의 환상적인 호기심을 처음으로 충족시켜 준 책이라고 하였다. 이런 점에서 바실레는 위에서 밝힌 문제가 있지만, 이탈리아뿐 아니라 서구 아동문학사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페로와 그림 형제들도 바실레의 이 《펜타메론》에서 직접 소재나 주인공을 따 오기도 하였다.
2) 책으로 아동교육을 실현하려던 사람들(18세기 중반까지)
바실레의 시도가 있었지만 이탈리아에서 명실상부한 첫 어린이용 창작집은 1782년에 가서야 나오게 된다. 프란체스코 소아베 신부(Padre somasco Francesco Soave)의 《교훈적인 이야기(Novellette morali)》가 빛을 보게 되었다. 소아베 신부 자신이 이 책의 서문으로 밝히고 있듯이 그는 어린이들을 야생의 경작되지 않은 거친 땅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고, 교육이야말로 인간적인 유대관계, 소속감 따위를 심어 주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n이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좋은 본보기들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이야기'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아동문학사의 첫부분에 기록됐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설교집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3) 파라비치니(Luigi Alessandro Parravicini, 1800-1880)
이후의 작품들은 콜로디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거의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목적만을 지닌 것들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19세기 후반까지 지속된다.
대표 작가는 파라비치니인데 그의 작품 《잔네토(Gianetto)》는 뒤에 이탈리아 통일기의 교과서에 실린다. 이 작품은 주인공 잔네토가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로 자라나는 과정을 그렸는데 주인공들이 모두 판에 박힌 모범생들이다. 한마디로 이탈리아 통일기의 모든 교육이념을 담은, 교훈과 설교가 듬뿍 담긴 작품이다.

3. 19세기 후반의 이탈리아 아동문학

19세기 후반은 통일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탈리아가 통일국가 시민을 만들어 내야하는 시대적 필요를 느끼던 때였다. 그러나 아직 학교교육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못했고 결국 그러한 시대적 필요 때문에 이탈리아 아동문학의 황금기, 진정한 의미에서 이탈리아 아동문학이 시작되었다.
당시의 시대적 요청으로 아동문학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문학도 애국적, 정치적열정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동화도 18, 19세기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강한 교욱적 성격을 띠고 있다. 《피노키오의 모험》과 《쿠오레》야말로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꽤 알려져 있는 편이다. 따라서 이 두 작품이 이탈리아와 세계 아동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크다
1) 콜로디의 《피노키오》 (Carlo Collodi',본명 Carlo Lorenzini 1826-1890)
이 책 역시 교훈적인 당시의 사조를 반영한다. 무분별하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형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벌을 받다가 착한 인형이 되자 상으로 훌륭한 어린이로 바뀐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동화에는 바른 생활과 공부, 근면성과 순종 같은 덕목이 구구절절이 들어 있다.
그러나 환상성이라든가 신선함, 생동감, 시적인 예술성으로 어린이들에게는 그 때까지 보아 왔던 어떤 책보다도 새로운 즐거움과 감흥을 주는 책이다. 동화적인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모험과 우스꽝스럼고 기상천외한 상황이 끊임없이 전개를 통해 교육적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작가는 과거의 작가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피노키오와 다른 아이들의 싸움 통에 삼켜 버렸던 책들을 토해 내면서 물고기들이 "이런 것들은 우리의 먹이가 아냐. 이런 것보다는 훨씬 더 좋은 음식만 먹어 왔으니까!"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피노키오의 모험》에 나타난 콜로디의 작품경향은 환상적인 사실주의라고 불린다.
환상동화의 전형으로서 인형이 겪는 이야기이고 그가 겪는 상황들이 환상적이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 곳곳에는 아동심리의 모든 특성들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피노키오의 모험》은 환상과 일상적인 현실이 조화를 이루며, 현실이 살아 있는 환상동화(팬터지)의 전형이요, 효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콜로디아니(콜로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콜로디가 아동문학에 끼친 중요한 영향은 환상과 상식을 조화시킨 점이다. 소위 교육 일변도적인 태도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건강한 도덕성을 덧붙인 마술적 사실주의(realismo magico) 또는 환상적 사실주의(realismo fantastico)를 실현한 것이다. 콜로디는 이런 점에서 이탈리아 아동문학에 새로운 흐름을 태어나게 하였는데 이러한 흐름을 따른 사람들을 '콜로디아니'라고 부른다. 콜로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양초 심지와 불꽃(Lucignolo, Moccolo e Fioretto)》을 쓴 알베르토 초치(Alberto Cioci, 1867-1925),《병아리의 추억(Memorie di un pulcino)》을 쓴 이다 바치니(Ida Baccini (1850-1911)등 대표적인 사람만도 십여 명에 이른다.
3) 데 아미치스의 《쿠오레》 ( Edmondo De Amicis, 1846-1908)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쿠오레(1886)》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교육용 아동도서라고 할수 있는데,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당시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이탈리아 어린이들에게 많이 읽혀지고 있다.
국민학교 3학년짜리 주인공 엘리코 보티니가 일 년 동안의 생활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책인에 중간중간 아버지, 어머니가 쓴 편지라든가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에서 읽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엔리코의 일기야말로 이 책이 오랫동안 어린이도서로 좋은 평가를 받게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일기나 편지, 월례 이야기 따위의 작품 전편의 이야기는 주로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에 비평가들은 이 책의 경향을 감성적 사실주의(realismo sentimentale)라고 평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학교에 다니는 즐거움을 심어 주기 위해 쓰여졌다고 한다. 주인공의 학교 친구들은 사회의 각 계층이 망라되어 있고 이야기 중에는 모범적인 행실과 좋지 않은 행실이 모두 나타난다. 근명성이나 순종, 친구들을 도와 주는 마음, 부모에 대한 존경심, 애국심 들이 묘사되어 있는가 하면 이기심, 거만, 학교와 가정에서의 가름침에 대한 거부감도 다루어진다.
특히 다달이 한 번씩 들려 주는 이야기를 통해 애국심이라든가 사회 계층간의 유대, 사회질서에 대한 존경심이 강조된다. 조국통일과 통일을 위한 전쟁 같은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읽으면 진부하거나 국수주의적인 면이 많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는 사회를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경향도 보인다. 이 점 은 당시의 상황이 유산계급의 자녀가 아니면 책을 대할 수도 읽을 줄도 몰랐던 상황이어서 아동문학이 지나치게 유산계급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4)마음을 열고 동화를 읽자
《피노키오의 모험》과 《쿠오레》 두 작품이 제국주의가 성행하던 시기에 침략주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던 일본 사람들이 그들의 어린이들을 위해 소개한 것을 여과없이 중역하여 우리 나라에 소개한 것이라 해서 좋지 않은 책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본적이 있다.
《쿠오레》가 문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유럽의 타국들이 수세기 전부터 통일되어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것과는 달리 이탈리아는 수많은 지역으로 분할되어 있었고 따라서 무엇보다도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민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보면, 《쿠오레》의 애국심은 대외적인 세력팽창을 위한것이라기보다는 대내적인 자의식의 형성이라는 점에 주안점이 맞혀져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다달이 한 번씩 들려주는 이야기라든가 부모님의 편지에 쓰여져 있는 내용들이 국가간의 평화, 인종간의 화목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시종일관 조국애 등을 다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백인 우월주의나 침략주의와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쿠오레》는 적극 권장하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비판의 각도가 빗 나갔다고 생각한다.
《피노키오의 모험》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피노키오의 모험》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의 전개, 그리고 문장 곳곳에 배어 있는 어린이다운 유머, 의미심장한 대화, 환상성, 교훈 같은 동화의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동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여 영원한 아동문학의 보물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 작품에 대해 무슨 근거로 침략주의니, 제국주의니, 백인 우월주의니 하는 비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 기회에 말하고 싶은 것은 외국 아동문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편협한 배타주의를 가져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만약 그러한 비판을 한다면 비판하는 동안 그 비판의 내용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개방되고 보편적인 가치 추구의 자세이다.

4. 진실주의(Veuismo)

1)동화의 이단자, 카푸아나(Luigi Capuana, 1829-1915)
19세기 이탈리아 아동문학의 주된 흐름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되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한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루이지 카푸아나이다.
카푸아나는 프랑스의 자연주의에 영향을 받아 이탈리아의 진실주의를 일으킨 사람이다. 진실주의란 예술에 과학적인 요소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과 작품을 표현할 때 작가가 개입하지 않고 사물과 사건들만 나타내 객관적인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주의에 따르면 가장 완전한 작품은 작품 속의 현실이 진실되어야 하고 사건전개의 방법과 과정이 필연적이어서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고 마치 실제적인 사건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진실주의의 작가들은 진실주의 이론을 동화에도 적용하려 하였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조차 작가의 사상이나 선입관으로부터 중립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 아동문학 작품을 남긴 카푸아나는 평론가들로부터 동화에 대한 신앙심이나 믿음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지상주의자들이 교육적인 목적 때문에 동화의 "이야기" 요소에 소홀했다면, 카푸아나는 그 반대의 함정에 빠지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이야기 자체의 자연스런 진행과 사건 자체의 객관성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현실적으로 묘사하려던 나머지 동화가 지녀야 할 필연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 즉 교육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었다.
그가 쓴 작품으로는 《옛날 옛적에...(C'era una volta...)》,《누가 누가 동화를 듣고 싶어요?(Chi vuole fiabe, chi vuole?)》 따위가 있다.

5. 에밀리오 살가리(Emilio Salgari, 1863-1911)와 모험담 이야기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에 이로는 시기에 이탈리아 아동문학계의 또 하나의 흐름은 에밀리오 살가리에 의해 시작된 모험담들의 출현이다. 에밀리오 살가리는 외국에서의 모험을 주로 다룬 해적소설들을 많이 썼는데, 작품 속의 극적인 상황이나 긴박감, 현란함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서 어린이 독자들한테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선장양성학교를 다니다 성적 때문에 학교를 금나 두어야 했는데,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자 거의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다작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환상의 세계라기보다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 준 그는 다만 교육적인 측면을 소홀히 한 탓으로 교육자들로부터는 오랫동안 배척받았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받았던 인기와는 달리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면은 소홀히 한 채, 사건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을 거의 무질서하게 엮어 가는 전개 방식, 방종스런 주인공들의 용맹심들이 비판되고 있다.
작품으로는 《말레이시아의 해적(I Pirati della Malesia, 1896)》, 《검은 해적(Il Corsaro nero, 1899)》들이 있다.

6. 20세기 전반부의 이탈리아 아동문학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이탈리아 아동문학계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설교조의 기능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말 잘 듣는 순종형의 어린이를 만들려는 19세기의 교훈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의 자연스런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동문학 작품들은 다음의 세 가지 경향을 띠게 되었다.
첫째는, 교육적, 미적, 문학적인 측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다. 지나친 모험주의난 피비린내 나고 파괴적인 만화, 공상과학류의 것들로 어린이들의 과격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기능을 가진 에밀리오 살가리 풍의 경향이다.
두 번째는 소위 '진실주의적'인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위에서 밝힌 과격성은 거부하지만 어떤 목적의식이나 주제의식이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만 묘사한다. 어린이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상황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이 주장의 신봉자들은 단순성과 정직성, 생동감 말고는 다른 독특한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세 번째의 경향은 어린이들의 세계를 신화적인 요소를 간직하고 있는 인간 본연의 심리 상태의 한 단계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요정들이 나오는 마술적인-현실이 아닌-여러 상황들이 어린이들의 변함없는 미래의 현실과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미래를 훌륭하게 살찌운다는 믿음을 다시 찾은 경향이다. 한마디로 20세기의 세파 속에서도 살아남은 전형적이고 전통성 있는 동화의 한 줄기라고 할 수 있다.
1) 일요신문과 밤바(루이지 베르텔리, Luigi Bertelli, 1860-1920)
우선 19세기에 콜로디와 데 아미치스가 남긴 성과를 20세기에 이어 발전시킴으로써 이탈리아 아동문학 운동의 중심이 된 사람은 루이지 베르텔리(1860-1920)다. 밤바(Vamba)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그는 1906년 자유와 공화제 창간이념으로 하는 아동지 《일요신문》을 창간하여 1927년 폐간하기까지 수상한 그라치아 델렏다(1871-1936), 카푸아나. 살가리, 데 아미치스 같은 훌륭한 전문 아동문학가들을 배출하는 데에 공헌하였다.
《피노키오의 모험》과 《쿠오레》 이후 교육 일변도, 교훈 일변도의 전통을 근본적으로 깨트린 사람이 바로 밤바다. 《잔 부라스카의 일기(Il Giornalino di Gian Burrasca)》야말로 최초의 이탈리아의 어린이들에게 유쾌함, 통쾌함, 즐거움을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잔니노 스토파니의 일기 형식으로 된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장난이나 말썽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장난감을 만들려다 달걀을 깨뜨리기도 하고, 손님의 모자를 만가뜨리기도 하며, 이상한 동물원을 만든다고 돼지에게 페인트 칠을 하기도 한다. 이전의 작품에 묘사된 아이들이 하나같이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새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신나는 작품이었다. 어린이의 입장에서, 어린이가 생각하는 진리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것이 주인공 잔니노이기 때문에 잔니노는 끝까지 훌륭한 어린이로 바뀌지 않고 바뀔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이들의 흥미와 입맛만을 자극하면서 교육적인 면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밤바 역시 영혼의 투명성이라든가 성실, 착한 마음 같은 가치들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다만 그가 선택한 교육적인 방법이 새로운 것이었을 뿐이다. 밤바는 과거의 교육태도, 즉 권위주의적이고 위압적인 방법이 아니라 소위 요즘 유행하는 눈높이 교육을 선책한 사람이었다. 가르치는 입장에 서기보다는 '동료요 일당'의 입장을 선택햇던 것이다. 교육이 가치를 전해 주는 방법이라고 할 때, 그는 방법까지도 교육적인 방법을 선택했던 셈이다.
2) 주세페 판츨리(Giuseppe Fanciuli, 1881-1951)
주세페 판출리는 1906년 《일요신문》에 들어가 편집을 담당하다가 밤바 사후에 신문사를 이끌어간 사람으로 130여 편의 동화와 아동문학에 관련된 수많은 글을 남겼다.
그의 작품으로는 《가장 어린 꼬마들을 위한 이야기(Per I piu' piccini, 1909)》,《종이성(IL Castello delle carte, 1914)》 같은 동화와 성인전, 위인전도 많이 있다.
그러나 판출 리가 이탈리아 아동문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까닭은 그의 작품이 문학적이어서라기보다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을 썼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들이 어떻게 진리와 선에 도달할 수 있는가 하는 명제를 결코 잊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판출리는 '소명의 작가'라고 불린다.
3) 비전문적인 작가들에 의한 아동문학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20세기 전후반기를 막론하고 이탈리아 아동을 위한 작품을 쓴 사람들로 크게 두 분류가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첫 번째는 전문 아동문학가들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문학적인 면과 교육적인 면을 조화시킬 줄 알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편으로는 아동문학가로서 전문성을 점점 더 심화해 나간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인 반면 그 문학적 주제의 관심과 반경은 점점 좁아지는 경향을 보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아동문학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아동용 작품을 쓴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성인을 위한 작품을 쓰던 사람들인데 이들이 보여 준 영감의 폭은 훨씬 더 넓다고 할 수 있지만 어린이들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고 어린이의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한계를 가지고 있다.
판출리 이후 2차대전 종전 훨씬 뒤까지의 이탈리아 아동문학계는 암흑기라고 할 수 있다.

7. 20세기 후반의 아동문학

20세기 후반 서구 세계의 물질적인 풍요와 개개인의 권리신장은 20세기 전반부에 이미 불기 시작한 대중 소비사회의 경향을 더욱 보편화시켰다. 이러한 사회현상의 중심은 매스미디어, 특히 텔레비전의 출현일 것이다.
이탈리아의 사상가요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매스미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두 가지 서로 반대되는 극단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첫째는 매스미디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문화가 사라진다고 하는 주장이다. 20세기는 대중의 제국이라는 정의를 내린 사람도 있듯이 대중은 과거에는 개별적이고 독창적이면 선별되었던 모든 것들을 뭉뜽그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대중적 우상의 출현과 소위 오빠 부대의 출현이 그것을 웅변하듯 말해 준다.
두 번째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문화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소위 '문화산업'이 가능해져 문화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1960년부터 이탈리아에 불기 시작한 출판산업의 붐이라든가 저가의 문고판 출현, 대형출판사의 출현, 저작권만으로 생활하는 작가들의 출현, 문학작품의 텔레비전 극화, 영화화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차대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아동문학계에는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① 우선 대형출판사들이 등장하고 상업적인 목적만을 추구하는 출판업자들이 잘 팔리는책 위주로 출판을 하였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어린이들을 위해 책을 구입하는 어른들의 구미에 맞춰 이름 있는 성인용 작가들의 작품을 어린이용으로 바꾸어 출판하기도 했고, 문학성이나 어린이들의 인격형성은 소홀히 한 채, 모험담이나 과학과 대자연의 신비와 같은 이야기들로 어린이들의 관심에만 호소하는 책들을 출판하였다는 점이다.
② 출판업자들뿐만 아니라 작가들까지 출판업자들의 상업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려다보니 문학성과 교육을 조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좋은 책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콜로디의 작품에 비견되는 천재성 있는 작품들이 나오지 못했고, 교육적이기는 하지만 흥미를 끌지 못하는 작품, 세련되기는 하지만 완전하지는 못한 작품들이 양산되었고, 심지어는 작품 소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결여된 무책임한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다.
③ 텔레미전과의 밀월관계 또한 이 시기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출발부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위해 쓴 책들이 많이 있고 텔레비전을 위해 쓰지 않은 책이라 하더라도 웬만한 성공을 거둔 책들은 거의 대부분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만화 영화로 만들어졌다.
④ 또 하나의 특징은 출판사에서 아동과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국민학교 교사 출신, 또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전문 아동문학가들이 전업으로 아동문학을 아는 예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평범한 주변환경이나, 평범한 사람, 일상적인 생활과 관련된 소재들을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환상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이 출현했던 점은 바로 이런 점에 기인했을 것이다.
⑤ 2차대전 이후, 특히 최근의 두드러진 경향은 인류가 겪고 있는 현대 세계의 커다란 문제들이 아동문학에서도 고스란히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핵, 인종차별, 평화, 더불어 사는 사회, 자연을 떠나 너무 비 인간화된 사회, 환경 등과 관련한 문제의식 제기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그리고 능동적인 사회참여 들을 빼고는 최근의 이탈리아 아동문학을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것은 전후 현대인이 겪는 소외감과 자아 상실감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환경간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겪는 고통을 다루면서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려던 신사실주의(Neo Rrealismo)의 영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음에 2차대전 이후 최근까지 활동한 사람들 중에서 많이 읽혀지고, 내용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몇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잔니 로다리(Gianni Rodari, 1920-1980)와 환상성
잔니 로다리는 이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아동문학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는 가난한 빵집 아들로 태어나 국민학교 교사를 거친 후, 이차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로 활양하였다. 1950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쓴 그는 1960년 《하늘과 땅에 숨겨진 동화(Filastrocche in cielo e in terra)》를 발표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한두 페이지의 시처럼 짧은 136개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로다리는 세상의 모든 것 안에, 다시 말해 식탁의 나무나 유리컵, 장미꽃 한 송이에도 동화가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어린이 책들은 카우보이나 해적, 탐정 등 모험적인 주인공들을 다루었는데, 그는 노동자, 회사원, 평범한 봉급쟁이 아버지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시적인 감각으로 평범한 기쁨이나 소박한 희망 등 일상 생활의 경이로움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범세계적인 형제애와 인종간의 평등, 비폭력 같은 원대한 이상을 심어 준다. 1973년에 발표된 《환상성의 법칙(Gramatica della Fantasia)》은 동화에 필수적인 환상성에 대한 설명한 것으로 동화작가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교사, 아동심리학자, 소아과 의사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다.
2) 알베르토 만치(Alberto Manzi, 1924-)
국민학교 교사였던 만치는 1960년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Non e' mai tardi)》라는 문맹퇴치를 위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졌다.
만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 어린이들에게 사물에 대한 단순한 지식만이 아니라 어떤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세상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대표작 《오르조웨이(Orzowei)》,《엘 로코(El Loco,1979)》가 있다.
3) 마르첼로 아즈질리(Marcello Argilli, 1926-)
아즈질리는 공산당 아동지 <피오니에레>의 부책임자를 지내면서 어린이를 위한 글을 썼다.
자기 힘이 돈벌이와 전쟁에 쓰이는 것을 참지 못하는 한 원자의 이야기를 그린 《아토미노(Atomino, 1968)》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옛날에 많이 쓰던 의인화된 동물을 오늘에 맞게 산업사회의 기계로 바꾸었다. 그의 주인공 가운데 유명한 것은 '천상의 자동차(Automobilina celeste)'와 '사랑에 빠진 잠수함(Il sommergibile innamorato)'이 있다.
4) 이탈로 칼비노(ltalo Calvino, 1923-1985)
칼비노는 현실로부터의 이탈, 실존의 혼란 등을 동화적인 수법으로 보여 주고자 한 신사실주의 작가이자 20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작가이다. 2차대전 중인 스무살 무렵, 레지스탕스로 전쟁에 참가한 그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초의 작품, 《거미집 속의 오솔길(Il Sentiero nei nidi 야 ragno, 1947)》을 발표하였다.
《반쪼가리 후작(Il Visconte dimezzato, 1952)》, 《존재하지 않는 기사( Il Cavagliere inesistente, 1959)》 같은 환상과 초현실주의가 조화된 동화적인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형체가 없이 빈 갑옷만으로 존재하는 한 기사의 모험을 다룬 작품이다. 현실사회의 아이러니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당대 최고의 작가로 부상하게 된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눈으로 본 사회고발이라든가 동화적인 기법으로 쓴 작품이지 아이들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1954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1956년에 완성한 《이탈리아 동화(Fiabe italiane)》는 이탈리아 각지의 민담과 전래동화 200편을 모은 것이다. 한 쪽 짜리의 가장 짦은 이야기에서부터 열 쪽 정도 되는 긴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국판 크기의 약 천 쪽 정도 되는 분량의 이 이탈리아판 옛날이야기 모음은 이탈리아의 전래동화를 총정리한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칼비노를 이탈리아의 '그림(Grimm)'이라고 한다.
5) 피니 카르피(Pinin Carpi, 1920-)
이차대전 뒤 이탈리아 아동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카르피의 대표작은 《촌촌 블루(Cion Cion Blu, 1968)》다. 촌 촌 블루는 오렌지 색과 파란색 우산 밑에 살면서 오렌지를 기르는 중국의 농부다. 보통의 지혜로 가득찬 주인공은 말보다도 실천이 앞서는 사람인데 모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도와 준다. 여기 촌 촌 블루나 《커다란 달나라 공원(Il Parco della Grande Luna, 1985)》의 주인공 니네토 칠레스트처럼 그의 작품에는 비폭력, 정직, 친절한 마음, 기쁨 따위가 짙게 배어 있다.
6)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 1907-)와 그림 동화
디자이너 출신인 브루노 무나리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그림 동화 작가이다.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계발하기 위한 놀이를 그리기도 하였고, 잔니 로다리를 비롯한 여러 작가의 동화에 삽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그는 마녀나 마술사, 왕이나 귀족들이 자취를 감춘 오늘의 동화는 말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그림이나 영상으로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도와야 한다고 하는 까닭은 " 어린 시절에 배운 모든 것은 영원히 마음 속에 남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는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통해 어떻게 생각을 표현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작품으로는 《야채속의 장미(Rose nell'insalata, 1974)》,《빨간 모자, 초록 모자, 노랑 파랑 하얀 모자(Cappuccetto rosso verde giallo blu e bianco, 1981)》, 《알파벳 친구(alfabetiere, 1972)》들이 있다.
7) 그 밖에 작가와 작품
·미노 밀라니(Mino Milani, 1928-)
《톰미 리버의 모험(L' Avventura di Tommy River, 1969)》
. 비안카 피트조르노(Bianca Pitzorno, 1942-)
《알렉산드르 대제의 여장부(L'Amazzone di Alessandro Magno, 1977)》
. 로베르토 퓨미니(Roberto Piumini, 1947-)
《바퀴가 여섯 달린 마차(Il Carro a sei ruote, 1985)》
. 베아크리체 솔리나스 동기(Beatrice Solinas Donghi, 1923-)
《쇠사슬에 묶인 동화(Le 랴뮫 incatenate, 1967)》
. 도나텔라 질리오토(Donatella Ziliotto, 1932-) 《나는 난쟁이(Io Nano, 1989)》

8. 맺는 말

지금까지 피상적이나마 이탈리아의 아동문학 작가와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몇가지 밝히고자 한다.
우선 최근에 활동하는 이탈리아 아동문학가들의 텔레비전과의 관계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에 활동하는 아동문학가들은 거의 예외없이 텔레비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이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 텔레비전은 우리 시대의 부정할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다. 행여 가볍게 여기는 태도 때문이라면 그러한 태도 때문에 시기를 놓치는 잘못을 범할 위험은 없을까?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아동문학도 좀더 국제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이탈리아의 많은 작품들이 일본에 번역 소개되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져 방영되었다는 것을 알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이탈리아의 작가들과 일본 사람들과의 협력 사례도 많았고 일본에서 제정한 상을 받은 이탈리아 작가들의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을 준비하는 동안 점점 더 명백하게 내게 다가온 것은 이탈리아 아동문학의 팬터지 전통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의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아동문학과 비교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낀 것은 바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팬터지 동와의 존재였다. 《쿠오레》나 《잔 부라스카의 일기》와 같이 널리 알려진 생활동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아동문학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피노키오의 모험》이래로 강한 생명력을 유지해 오는 팬터지 동화일 것이다. 주제라든가 작가 및 경향과 관련하여 위에서 열거한 어떤 경우든 거의 항상 팬터지 동화의 틀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심지어 핵 문제 같은 무거운 주제나 메시지도 한결같이 팬터지라는 틀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비록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이탈리아 아동문학이 지니는 강점이요, 세게 아동문학에 대한 공헌일 것이다.
환상의 세계는 새로운 세계, 미지의 세계, 더 넓은 세계로 어린이를 열어 준다.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환상의 세계를 통하여 어린이는 사회의 실상, 역사의 실상을 깨닫게 된다. 작가 역시 팬터지라는 개방되고 흥미로운 틀을 통하여, 자신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교훈을 전해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강한 팬터지전통을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의 아동문학이 더 많이 소개된다면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더 넓은 세계, 더 자유로운 세계, 더 풍성하고 창조적인 상상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아동문학 작기들에게도 좋은 자극체가 될 수 잇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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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세계 아동 문학 사전》, 서울, 계몽사, 1989
김효신, 《이탈리아 문학사》, 대구, 학사원, 1994
어린이도서연구회,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줄 때》, 서울, 돌베개, 1991
G.B. 매튜스, 서울대학 철학연구동문회 옮김. 《어린이와 함께 하는 철학》, 서울, 서광사, 1987
Luigi Santucci, 《La Letteratura infantile》, Bologna, Massimo Bomi Editore, 1994
Guido Armellini/Adriano Colombo, 《Guida alla Letteratura italiana》, Bologna, Zanichelli editore, 1995
Teresa Buongiorno, 《Dizionario della Letteratura per Ragazzi》, Milano, Garzantieditore, 1995
Gianni Rodari, 《Grammatica della Fantasia》, Torino Giulio Einaudi editore, 1995
Aldo Cibaldi, 《Storia della Letteratura per l'Infanzia e l'Adolescenza》, Brescia,
La Scuola editrice, 1985
Antonio Luigi, 《Storia della letteratura per l'Infanzia》, Firenze, Sansoni, 1961

http://www.ibooknet.co.kr/mag/index.php?cmd=read&id=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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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비단으로 짠 천성산 - 초록의 공명

6월 초에 도롱뇽 소송 대법원의 판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우리가 걸어 왔던 길을 돌아 보았습니다. 3보 1배는 도롱뇽 소송을 시작하면서 내원사 대중 스님들과 많은 종교인,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여 부산역에서 부터 천성산 정상인 화엄벌까지 7박 8일 동안 가장 낮고 느린 걸음으로 천성산을 올랐던 참회와 정진의 걸음이었습니다. 영상 속의 글은 녹색평론과 독일 인지학회지에 실렸던 리타 데일러 교수님의 글로 한 외국인의 눈에 비친 천성산 운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비단으로 짠 천성산 - 리타 테일러(Rita Taylor) ― 영남대 영문과 교수. 인지학회 회원.

무덥고 찌는 듯한 여름날, 많은 작은 폭포와 깨끗한 용소로 이루어진 개울가를 따라 천성산의 내원사까지 걸어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천성산의 수원(水源)에서부터 내려오는 이 계곡의 물이 말라버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천성산은 수많은 계곡과, 개울과 개천, 그리고 여러개의 소중한 습지가 잘 남아있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야생보존지역 중의 한 곳이다. 이곳은 내원사와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암자를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물어 지금까지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화, 곤충, 그리고 조류를 위시한 생태계가 섬세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이 지역의 특별한 자연생태계 때문에 한국정부는 몇해 전에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천성산 보존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그 대신에 프랑스의 떼제베(TGV)를 모델로 한 ‘총알’ 기차가 통과하도록 이 산을 가로지르는 18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결정은 실용성보다는 정치적 타협에 근거를 둔 것이다.  

서울에서 한반도 남단의 부산까지 이어질 이 고속철선로는 기존의 새마을 열차보다 더 빠른 속도를 실현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가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될 것이다. 다가올 고속철도 시대를 광고하려고 영어로 “달려라 한국, 위대한 한국”이라고 쓴 지역게시판을 보면 상황이 더욱 아이러니칼하게 느껴진다. 속도의 대가는 엄청나다. 그것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지역의 자연유산의 상실을 강요하는데, 천성산이 그 상실의 일부가 될 것이다. 

 개울을 따라 올라가 우리는 숲으로 둘러싸인 산자락에 둥지를 튼 내원사에 도달하였고, 그곳에서 천성산을 관통하는 선로 결정에 반대하여 거의 외롭게 2년간 항의투쟁을 벌여온 지율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절에서 손님 대접으로 내어준 녹차를 앞에 놓고 지율 스님은 지금 계획중인 이 프로젝트가 산의 무수한 생물다양성에 어떤 나쁜 결과를 초래할지 스님이 직접 손으로 모은 경이롭고도 헌신적인 노력인 조사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였다. 
 
- 중략 - 
 
스님이 절을 마친 뒤 밤에 우리는 그이를 따라 천성산의 한 작은 암자로 올라갔는데, 그곳에는 다양한 환경단체의 대표들이 스님과 만나기 위해 모여있었다. 산속에서 밤하늘의 별은 빛났고 공기는 신선하였다. 작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 지율 스님은 지난 몇달간 보여준 놀라운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생한 힘과 유머, 그리고 열정으로 산의 운명에 관해 토론을 시작함으로써 우리 모두를 사로잡았다. 이 모임의 결론으로 부산에서 천성산까지 3번 걷고 1번 절하는 삼보일배의 여정을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삼보일배의 여정은 부산에서 시작하여 8일 만에 산에게 바친 회향식과 함께 천성산 화엄벌에서 끝났다. 그 분들이 이마를 땅에 대고 큰절을 할 때마다 그것은 땅에 대한 참회와 깊은 용서를 표현한 것이었다. 특히 약 6주간 날마다 삼천배를 계속한 뒤 바로 이 순례에 참석한 지율 스님을 비롯한 다른 모든 참가자들은 우리에게 이런 희생의 메시지를 전하였는데,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우주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래서 땅의 아픔이 곧 우리의 아픔이라는 것을 인식하라는 것이었다.
 
비구니 스님들이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마치 물결치는 파도처럼 열지어 삼보일배하는 모습은 산자락의 능선과 계곡이 서로 굽이치며 솟았다 내려갔다 하면서 멀리 지평선까지 율동적으로 흐르는 모습과 비슷하였다. 나는 일본 선종의 유명한 도겐(道元) 스님이 자신의 책《산수경》에서 부처가 얘기한 오래된 지혜를 인용하면서 했던 신비로운 말이 생각났다. “저 푸른 산들이 늘상 걸어다니는구나.” 그리고 “너희들은 푸른 산이 걸어다니는 것과 너희들의 걸음을 잘 살펴보거라.” 삼보일배의 순례 그 자체가 이 나라의 비폭력과 이타적 저항운동의 역사에 길이 새겨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런 항의가 정부의 계획에 어떤 효력을 낼지 거의 불투명하다. 어떤 경우에도 산의 목소리에 대한 지율 스님의 공명으로 시작된 이 순례가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의 순례가 되어 우리에게 ‘걷기’, 즉 우리들의 걷기가 산의 걸음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순례의 의미는 우리에게서 끝나게 될 것이다.  

우리 심장의 박동이 자연의 리듬과 공명하는가. 산이 물결처럼 흐를 수 있으려면 우리의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지지 말아야 한다. 산의 뭇 생명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그 개울물이, 지율 스님이 잘 간파하였듯이, 메말라버릴 위험에 처한 우리 마음의 샘물에도 닿아야 한다.  

많은 어린 학생들이 천성산으로 소풍을 가서 ‘산과 물’을 직접 경험하고 거기서 지율 스님을 직접 만나 그 분의 가르침을 접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여전히 중요한 질문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우리가 이른바 ‘진보’가 가져올 편안함을 자연과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일과 저울질하듯 가늠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뿐만 아니라 무한한 뭇 생명체들의 보금자리인 땅을 위해 필요한 희생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지율 스님은 산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것처럼 보인다. 때때로 어떤 무심한 순간이면 점점 어두워져 가는 산의 앞날 때문에 더는 견디기 어려운 깊은 슬픔이 스님의 눈가에 내비치기도 한다. 스님의 말은 공허한 소리가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금수강산’이라는 한국어 표현이 있다. 이 말은 아름다운 풍경을 형형색색의 비단실로 강과 산을 수놓은 자수에다 비유한 것이다. 지율 스님은 일천명의 성인(聖人)을 뜻하는 천성산이라는 눈부시게 퍼지는 빛나는 비단폭에 자신의 생명을 실 삼아 지금 수(繡)를 놓고 있는 것이다. (박혜영 옮김)   

리타 테일러(Rita Taylor) ― 영남대 영문과 교수. 인지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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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5-3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보고서 땅, 6학년 책 수업하면서 참고로 잘 보았어요.
 
 전출처 : 푸하 > [한국에 살면서] 나눔으로서의 죽음

[한국에 살면서] 나눔으로서의 죽음


한국에 살면서 나는 점차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죽음은 삶의 ‘끝’이며, 부와 명예의 ‘끝’이며, 사랑의 ‘끝’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은 자신의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여 몸에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먹어가며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려고 노력한다. 결국은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한국인은 죽음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한국 오고부터 죽음이 두려워져

한편 일부 한국인들은 벼랑으로 내몰린 최악의 상황에서 그 상황을 종결짓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자신의 죽음 또는 타인의 죽음으로 현재의 난국을 마무리 지으려 하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한국사회에서 많은 이들에게 죽음은 비극인 것이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나는 죽음을 그다지 두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린 탓도 있었겠지만 많은 네팔 사람들은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네팔인은 죽음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며, 또 다른 생명체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죽음이 두려워질 때마다 할머니의 죽음을 떠올린다. 병상에 누워계셨던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집으로 의사를 불러달라고 하셨다. 얼마 후 찾아온 의사에게 할머니는 “내가 이제 곧 죽을 것 같아요. 내 몸에서 쓸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기증하고 싶어요”라고 힘들게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남기시고 할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돌아가셨다.

파슈파티나트 힌두사원에서 할머니의 시신을 화장하면서 나는 바람을 타고 피어오르는 연기는 하늘로 돌아가고 갠지스강으로 이어지는 바그마티강에 뿌려진 재는 땅으로 돌아가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언제나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시고, 부지런하게 살아가셨던 할머니의 모습은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나를 반성하게 하는 할머니의 삶은 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할머니의 육신은 자연으로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의 영혼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시골의 어느 가난한 농부의 눈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할머니의 눈을 떠올리며 어느 순간에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기 위하여 나는 다시금 한순간이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열심히 산 영혼은 사람들 마음속에

개인적으로 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몸의 죽음 못지않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정신의 죽음이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부단히 노력해도 백 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몸이지만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간 사람들의 정신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몇백 년, 몇 천 년을 살아간다.

죽음은 나에게 여전히 두렵지만 할머니와 정신의 죽음을 극복한 이들을 떠올리며, 나는 ‘끝’으로서의 죽음이 아닌 자연으로 몸이 돌아가고, 타인에게 영혼을 나누어주는 ‘나눔’으로서의 죽음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검비르만 슈레스터 예티 인터내셔널 대표

 

 

멋진 생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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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9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stella.K > [‘어린왕자’의 60번째 생일]세계가 감동한 ‘늙지 않는 고전’

 

[‘어린왕자’의 60번째 생일]세계가 감동한 ‘늙지 않는 고전’

1935년 ‘파리 수아르’ 신문의 모스크바 특파원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는 모스크바행 열차에 올랐다. 앞자리엔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자고 있었다. 그 뒤 생텍쥐페리에겐 작은 사내아이를 낙서하듯 그리는 버릇이 생겼다.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상을 받은 뒤 1940년 미국으로 건너가 ‘전투조종사(Pilote de guerre)’를 발표한 뒤의 에피소드. 하루는 뉴욕의 한 식당에 갔다가 테이블보에 또 낙서를 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금빛 스카프를 두른 사내아이였다. 이를 본 미국인 편집장이 “그 아이를 주인공으로 동화책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어린왕자(Le Petit Prince)’는 1943년 4월 이렇게 처음으로 세상 빛을 보았다.

비행사이기도 했던 그는 “이제 작가 일에만 충실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찰 비행에 나섰다. 그리고는 코르시카 섬에서 지중해 상공으로 출격을 나간 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1944년 7월 31일이었다. 자신이 떠나온 별로 되돌아갔다는 소설 속의 어린왕자처럼, 그렇게 그는 하늘에 박히듯 사라졌다.

어린왕자 초판은 1943년 미국 뉴욕에서 나왔지만 작가의 모국인 프랑스에선 1946년 4월 처음 출간됐다. 올해가 어린왕자가 프랑스에서 태어난 지 60주년 되는 해이다.

프랑스는 요즘 어린왕자의 ‘환갑연’을 베푸느라 들떠 있다. 생텍쥐페리가 태어난 지 100년 되던 2000년과 미국 뉴욕에서 출간된 지 60년 되던 2003년에 축하 파티를 치렀던 미국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린왕자 공식 웹 사이트는 물론 이 책을 처음 프랑스에서 출간한 갈리마르출판사 웹 사이트에 가보면 ‘어린왕자, 생일 축하해’ ‘1946~2006’이라는 그림과 글이 팝업창으로 떠오른다. 촛불 여섯 개가 켜진 케이크 앞에서 웃고 있는 어린왕자 옆엔 소설 속에 등장한 사막여우도 앉아 있다.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 웹사이트엔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비행기 조종사를 보채는 소설 앞 부분을 영화배우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오디오 파일도 올라와 있다.

연극과 무용 등 어린왕자 공연도 올해 내내 계속된다. 오는 12월엔 구호단체인 ‘어린왕자’를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프랑스에선 요즘 ‘화가 생텍쥐페리’를 재조명해보자는 움직임도 한창이다. 갈리마르출판사는 그의 그림 500점을 담은 화집을 냈고 오는 9월엔 그의 미술 작품을 모은 특별 전시회까지 열린다.

▲ 프랑스 리옹에 있는 생텍쥐페리의 동상.
프랑스 사회에서 어린왕자 책 자체에 대한 인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인에게 이 책은 프랑스의 자부심처럼 통한다.

1999년 여론조사기관인 CSA가 프랑스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왕자는 45%의 지지를 받아 금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뽑혔다. 같은 해 일간지 르몽드와 대형서점인 프낙(FNAC)이 프랑스인 6000명에게 ‘20세기를 대표하는 작품 50권’을 물어봤을 때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1위)에 이어 어린왕자가 4위에 올랐다.

생텍쥐페리 얼굴은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 프랑스의 50프랑짜리 지폐에도 새겨져 있었고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같은 위인의 시신을 모셔놓은 파리의 팡테옹 신전에 가보면 첫 기둥에 생텍쥐페리에 대한 찬사가 적혀 있다.

프랑스인의 생텍쥐페리에 대한 사랑은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00년 6월 극에 달했다. 그의 고향인 프랑스의 리옹시는 ‘어린왕자의 도시’로 새단장했다. 사톨라스 공항은 이때 리옹-생텍쥐페리 공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00명의 비행사들은 전날 남프랑스에서 일몰을 기다리다가 일제히 이륙해 그의 소설 ‘야간비행(Vol de nuit)’에서처럼 날아서 리옹에 도착했다. 어린왕자란 이름의 열기구가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그의 비행 모습이 담긴 기록 필름이 대형 스크린에 투사되기도 했다.

프랑스가 이렇듯 국가적으로 어린왕자에 열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어린왕자는 성경과 마르크스의 자본론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고 읽힌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최근 “어린왕자는 160개 언어로 번역됐고 프랑스에서만 1100만권이, 세계적으로 8000만권이 팔려나갔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하코네에 있는 어린왕자 박물관엔 지난 5년간 100만명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국내에선 어린왕자가 오페라와 뮤지컬의 단골 메뉴로 선보인다. 어린왕자는 이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자 세계인의 마음의 고전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초 처음 번역돼 소개된 뒤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등록된 어린왕자 국내판은 100종이 넘는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구매팀 관계자는 “책과 만화, DVD 등 모든 장르를 따져볼 때 절판된 것까지 합치면 어린왕자 관련한 품목이 35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순수 문학서적만도 60~70종”이라고 말했다.

어린왕자에 대해서라면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저마다 할 말이 많다. “그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내가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30대 초반 기자) “내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내 인생과 사고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어요”(30대 중반 변호사) “자기가 길들이는 것에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부분, 섬뜩하더군요”(40대 초반 회사원)….

그렇다면 대체 어린왕자의 어떤 점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 우선 줄거리를 보자. ‘소행성 B612호’라는 우주 속 작은 별에 장미 한 송이와 단둘이 살던 어린왕자는 장미가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녀를 버리고 혼자 우주 여행길에 나선다. 그러다가 지구라는 별의 사막에 추락한다. 마침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서 고생하던 비행사를 만나 대화가 시작된다. 그 뒤 여우도 만나고 뱀도 만나고 사업가, 허풍쟁이도 만난다. 그리곤 자신이 버린 그 장미야말로 자기가 책임져야 할 존재란 걸 깨닫고, 몸통은 사막에 버린 채 영혼만이 다시 외딴 별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줄거리다.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한 동화 같다. 하지만 어린왕자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1970년대 후반 이 책을 처음 접했던 지금의 40대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한다. 문체는 가볍고 삽화는 발랄한데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수, 슬픔, 권태에 가깝다. 단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기엔 모자랄 만큼 우리 인간사를 꼼꼼히 묘사해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에겐 동화요, 어른들에겐 철학서가 된다. 한 비평가는 “동심이란 원래 사물을 보고 놀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감성을 잃어버린 어른에게 많은 걸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어린왕자의 수수께끼가 풀린다’(CHO 미디어간)에서 요시다 히로시는 “어린이에게는 수수께끼를 던지고 젊은이에게는 경고를 주며 어른에게는 반성을 촉구하는 책”이라며 “인생의 전기마다 반복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어린왕자 번역서를 출간한 도서출판 이레의 원미선 주간은 “어린왕자의 힘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며 “중학생 때 읽고 대학생 때 읽고 나이가 들면서 읽을수록 새롭게 와 닿는 게 어린왕자”라고 했다.

지난 4월 25일 서울 창동에 있는 서울열린극장, 뮤지컬 ‘어린왕자’(서울시 뮤지컬단)가 공연되고 있었다. 평일 오후 관람석을 가득 채운 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생, 초등학생이었다. 금발머리를 하고 허리춤에 칼을 찬 어린왕자와 얼굴에 꽃잎을 단 장미가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아저씨, 술은 왜 마시나요?” “잊기 위해 마셔” “뭘 잊으려는데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이 세상에서 배우는 건 슬픔과 좌절뿐이라고요.” “예쁜 장미는 내 옆에 있었지만 왜 난 가시만 봤지? 이제 내가 당신을 그리워해요. 내가 당신에게 길들여졌어요.” “절망이란, 좌절이란 없는 거야.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있는 거야. 화가의 꿈을 버리고 슬퍼했지만 비행사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기분 몰랐을 거야.”

연출은 익살맞기만 한데 대목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옆자리에 있던 한 학부모는 “여고 시절에 읽을 땐 이렇게 어려운 얘기인 줄 몰랐다”며 “아이들이 저걸 어떤 식으로 이해할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어린왕자가 별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현실감 없이 잘난 척만 한다. 권위만 따지는 왕,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 마시는 술꾼, 별을 사모으기만 하며 돈을 밝히는 사업가, 탐험은 않고 아는 척만 하는 지리학자…. 그 속에서 사랑, 고독, 죽음, 돈, 권력을 얘기한다.

인구에 회자되는 명대사도 어린왕자의 힘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를 길들이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같은 대목은 학창 시절 연애편지에 한번쯤 긁적거려 봤음직한 것이다.

▲ 영화 '어린왕자'.
글은 남의 얘기를 전하기보다 자기 얘기를 쓸 때 더 힘이 실리게 마련이다. 어린왕자는 사실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자서전이나 다름없다. 동심을 잃고 어른이 돼 버린 비행사도 그이고, 순수해서 무슨 말이든 솔직히 할 수 있는 어린왕자도 바로 그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예술가이자 수학자, 과학자, 역학자였듯이 생텍쥐페리는 기자, 작가, 비행사, 발명가였다. 그의 증조카인 나탈리 데 발리에르는 자신의 책에서 “조종사이자 시인이자 철학자이고 기자이면서 마법사, 발명가였던 할아버지는 문학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며 “그의 글쓰기가 독창적인 것은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 찬 자신의 삶을 투영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텍쥐페리’를 주제로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단국대 불어불문학과의 정소성 교수는 “어린왕자가 우주를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며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고 위기 상황에 있던 조국에 대한 불타는 애국심을 가진 사람의 혼이 투영된 자기 기록”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개인 생활이나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면 책 속의 등장 인물은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린왕자가 버렸던 장미꽃은 작가의 부인을 뜻할 수도, 생텍쥐페리가 미국으로 망명한 뒤의 조국 프랑스을 뜻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장치가 어린왕자를 지금껏 우리 곁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야.” 프랑스 리옹의 벨쿠리 광장에 있는 생텍쥐페리의 동상 앞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확인되지 않은 죽음 덕분에 영생을 누리고 있으니, 이 순간 등에 불을 붙여 별빛으로 우리에게 ‘안녕~’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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