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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자림 > 너에게만 말하마

 

 너에게만 말하마

    

 

너에게만 말하마 흐물거리는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를 쫓아간 그 순간

호두껍질 같았던 우리의 시간이

함께 딱 열리고

우리는 하염없이 젖으며 온 방 안에 꽃나무를 심은 것 같아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말들의 경주를 본 적이 있니?

그녀의 허리와 그녀의 가슴이 허덕이며 하는 말들

나의 몸은 신기하게도 그녀의 몸을 해독할 수 있었지

말의 잔등마다 꼬리마다 쏟아지는 수천 개의 꽃잎들

네 안에서 달리고 싶어

네 안으로 들어가 달릴거야

나는 달리다 죽을 거야

환희의 곶(串)마다 축제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녀 안의 가장 소중한 우물에 다다른 순간

나는 두레박이 되어 힘차게 봄을 길어 올렸지

살얼음 같았던 그녀의 영혼 어딘가에서도

얼음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어

서서히

서서히

꽃나무에도 새순이 돋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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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1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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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잉  누가 이리 빨리 왔다요...

아뭏든 이등..

월요일...기분 좋게 시작하세요.. 화이팅..


프레이야 2006-07-1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비가 쏟아져요. 날아갈라 오늘 밖에 다니지 마시고 계시길..^^
 
 전출처 : 동그라미 >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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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7-0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게 발자국 남기며 길을 잘 걷고 있는 배혜경님. ^^

프레이야 2006-07-04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감사해요. 이 아침에 이리 기운나는 예쁜 말 들려주신는 님~~
오늘도 신나는 하루 보내시기 바래요..
 
 전출처 : 비자림 > 치킨을 시켜 먹는 저녁

 

치킨을 시켜 먹는 저녁

 


어둠이 짙어오는 저녁 일곱시

나는 치킨을 시켜 먹을 것이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나를 염려하던 가족들 목소리도 가물가물하고

희뿌연 안개 속을 운전하는 것처럼 내 인생이 불분명할 때도

때만 되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내 안의 식욕

음식을 잊지 않는 징그러운 육체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나는 습기 찬 벽을 보며 막걸리가 마시고 싶었다

퀴퀴한 주점 한구석에서 만나는 친구의 넋두리는

우리 모두의 넋두리였다

나는 그 넋두리가 몹시도 보고 싶었다

직장을 다녀도 헬스클럽을 기웃거려도

사람들은 어디든 많은데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남들은 애인 만들기도 쉽다고 하는데

출근 버스 안 무심한 표정의 사람들처럼

나의 삼십대는 만나도 만나도 친구가 되지 못한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오래 전에 나는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곱고 아름다운 눈동자들을 기억한다

어린 날 피어오른 산뜻했던 우정도 늙는 것일까

늙고 잊어버리고 사라지는 것일까

먹어도 먹어도 나는 배고프다

배고프다는 생각을 하는 내 몸은

자꾸만 시계를 노려보고

나는 그런 생각에 빠진 내 육체를 노려본다

저 녀석은 알고 있을까

나는 가끔 저 녀석을 벗어던지고 싶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오는데

전화 한 통이면 어김없이 오는 치킨

다리 꼬고 누운 치킨이 캴캴 웃으며

친구를 불러 보라고 놀려대지만

삼십 분만에 달려올 친구가 없다

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 죄다 먹어치우는

지금 내 몸은 흡족하게 풍만해진다

닭뼈처럼 나의 뇌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형체를 잃은 감정들은 누구의 감정인가

누구의 그리움인가

치킨을 시켜 먹는 저녁

나는

전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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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무의 저편

                                                 김 선우

 

웃통 벗고 수박을 먹는데

발가락에 앉았다 젖무덤을 파고드는

파리 한마리

손사래도 귀찮아 노려보는데

 

흡, 부패의 증거인지도 몰라

 

눈치챈 걸까 이제 아무도 못 믿게 된 걸

구겨진 발톱,숱하게 생발을 앓아온 희망에게

내밀 수 있는 건 소화제 몇알

비굴하지 않게 예스, 라고

말할 줄 알게 된 것도 다 들통난 걸까

 

질기고 안전한 아랫배 속에서

냄새를 피우는 영혼의 끌탕

(왜, 노출된 내장만이 추한 것일까)

 

섹스하고 싶어,라는 말 대신

미치도록 사랑해 너얼,

 

그의 내부도 부패중인 걸까

어지러워, 나의 절정에

왕성하게 생식하는 저 황홀한 잡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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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자림 > 서른아홉

서른아홉

 

                                            최   영   미

 

갈아탈 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라

 

서두르지 마라

 

아이의 새까만 눈동자로 빨려드는 경이만으로도

 

너의 生, 헛되지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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