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강요하여 쓰게 된 이 소설. 아내의 마지막 소설. 어떤 면에선 미완이지만 완결직조 전의 어쩌면 훨씬 아내다운 소설. 아내의 몸이 삭아내리고 두 달을 칩거하며 자괴감에 고통을 마주할 때마다 이 시가 위로가 되었다고 남편 김병종 화백은 쓴다. 담담한 듯 써내려가다가 마지막에 이 시와 함께 토해내는 극명한 슬픔이 아프다.
늘 지나고나야 알 수밖에 없는 것들.
나의 동반자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기록할까.



...진실로 정미경의 멈춰버린 문학을 견딜 수 없다. 멈춰버린 내 삶의 시간을 견딜 수 없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견딜 수 없다. 아프고 아파 견딜 수 없다.
- 당신의 아주 먼 섬, 발문 중 / 정미경, 서늘한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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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18-02-18 20: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