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났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인연이 참 좋다는 생각을 늘 한다. 책선물로 주고 받는 마음이 늘 훈훈하다. 여태 많은 책을 서로 주고 받았다. 내게 책선물을 한 분들을 떠올리며 새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내가 구매한 도서가 많은데, 받은 것들도 적지 않다. 다 올리지는 못해도 일단 대충이라도 정리 좀 해두고 차근차근 읽어나가자.
올해는 읽기에 보다 집중하는 나날이길 다짐하며.
알라디너 스텔라 님이 2016년 발간한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다.
자유분방하게 펼쳐놓은,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저자의 생각이 아주 발랄하고 재미나다.
연말연시에 딸애들 이사 정리를 도우러 서울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나와 별자리도 연령도 같은 그녀는 자필 글씨체부터 독특하고 매력이 넘친다.
책과 글과 글쓰기, 사회적 현상, 독서와 작가와 독자에 대한 그이의 솔직담백한 진술이
술술 넘어가면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책을 소개받게 되는 대목들도 마음에 든다.
다음에 좀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s님 고마워요.
작가가 되어서도 독자이길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 위에 군림하기 위해
작가가 되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사람들과 함께 있기 위하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2016년 6월에 명동성당 아래 마리아홀에서 열렸던 로쟈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
서울에 사는 친구를 불러 같이 갔다. 주 단위로 연속 강의였는데 나는 거리가 멀어 매번 듣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서울 사는 친구에게 바통을 넘기고 나는 그날 하루만 들었다. 인사는 안 드렸지만 가까이에서 로쟈의 강의를 듣는 건 책으로 읽는 것과는 달리 또 다른 감흥이 있었다.
좋았다는 얘기다. 새해 1월부터도 가즈오 이시구로 읽기 포함해 강의가 많던데 서울에 산다면 다 들을 건데 아쉽다.
그 때 서울에 사는 친구는 모두 출석하여 듣고 마지막 시간에 에코백이랑 볼펜인가 하는 선물도 받았다고 내 덕분에 좋은 강의를 알고 듣게 되어 좋았다고 전했다.
로쟈의 <아주 사적인 독서>는 점자도서관에서 낭독녹음도 하여 애정이 가는 책인데
<문학 속의 철학>도 대충 보았는데 깊이와 재미가 함께 있다.
ㅆ님 고마워요.
ㅂ님은 음식과 여행을 비롯해 일상을 가족과 함께 참 맛나게 꾸리고 사는 사람이다.
내가 느끼는 그이는 다정하고 섬세하고 명랑하고 따스한 사람이다. 고마워요 ㅂ님.
"행복은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행복은 예기치 않은 곳에 보슬비처럼 소리 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눈에 보이도록 높이 들어 올리려 하지만 가장 분명한 행복은 그것을 내면에서 변용시킬 때 비로소 현현하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두이노는 이탈리아 북부의 아드리아 해가 내려다보이는 지역으로 이곳에 탁시스 후작 부인의 성이 있다. 이 책은 릴케가 후작 부인의 초대로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처음으로 착상되고 쓰여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얻어진 시제다. " - 역자해설 중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
그 누구의 잠일 수 없는 기쁨이여
(릴케가 남긴 묘비명을 책 끝에서 또 만나네)
2015년 생일에 ㅂ님이 주신 책이다. 고마움을 이렇게 전한다. 책장의 한 끝에 세모로 종이를 접어 끼워 보내주셨다. 책갈피를 손수 종이를 접어 만드신 거다. 얼마나 세심하신 분인지!
"모든 것을 바꾸어 놓게 될 편지는 화요일에 도착했다. 깨끗한 빨래와 갓 깎은 풀 냄새가
나는 4월 중순의 평범한 아침이었다."로 시작하는 본문 앞에 존 번연의 시가 있다.
진정한 용맹을 보고자 하는 자,
이리 오게 하라.
바람이 불어도 날씨가 나빠도
여기 이 사람은 늘 한결같을 것이다.
어떤 실망스러운 일이 생겨도
순례자가 되겠다고
처음 굳힌 마음을
느슨하게 푸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천로역정>
한결같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그만의 힘이 있다.
ㅅ님 고마워요. 낭독녹음을 할 생각에 미루고 있었는데 점자도서관 측에서 리스트에 올리지 않는다 아직. 전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도서도 녹음할 수 있었는데 이제 지정된 목록에서만 고를 수 있게 바뀌었다. 도서관 측 담당자들이 협의하여 목록을 지정하는데, 추천해봐야겠다.
"오늘, 짧은 낮잠에서 깼을 때 '얼굴 없는 남자'가 앞에 있었다. 그는 내가 잠자던 소파 건너편 의자에 걸터앉아, 얼굴 없는 얼굴 위 가상의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 프롤로그 중
'얼굴 없는 남자'를 보니 <여자 없는 남자들>이 생각난다. 이야기 한 편 한 편을 장편보다 훨씬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피아니스트의 아흔 해 인생 인터뷰.
ㄴ님 고맙습니다. 대면한 적은 없지만 책둥지에서 글로 사진으로 오래 보면서 느껴지는 게 있다.
조용히 계시다가 어느 순간에 꼭 진심어린 응원의 말과 인사를 건네주시니 참 감사하다.
회의감이 들고 지칠 때 이런 것으로 다시 힘을 얻는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산책'의 책이라 디자인이 산뜻하고 편집도 깔끔하다.
일가를 이룬 사람, 나이 들어 지혜가 깊어진 사람의 말은 언제나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과 함께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알려주시고 클래식 음악 파일까지
보내주셨다. 책의 표지사진은 저 영화의 포스터 부분이다.
인터뷰어 앤드루 하비는 영국의 시인, 소설가, 종교학자로 신비주의와 영성에 관한 논픽션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예술가들은 어렵게 얻은 예술적 성취를 일상의 삶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배우 에단 호크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배우로 지내며 받은 스포트라이트가 진실성이 없는 허상이란 걸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에단 호크가 겸허한 장인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깨달음을 얻는다. "피아노 소리를 듣듯이 사람의 말을 들으면 상대의 감정을 더욱 잘 알 수 있어요." 세이모어 번스타인Seymour Bernstein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