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기 형 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거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비자림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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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1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제목의 영화도 이 시에서 따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쨌든 이 시의 제목은 참 묘하게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듯..
기형도에게 질투는 책 속의 사람들이었겠지만...
저에겐 마지막 두 행이 참 쓸쓸하게 박혔어요. 더 사랑해야 할 나 자신.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할 내 자신의 인생...

프레이야 2006-09-1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공감이에요^^

겨울 2006-09-1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어제, 이 시를 읽노라니 마음 가득 회한이 밀려오더군요.
이 시를 씩씩하게 낭독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프레이야 2006-09-1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몽상님, 이 시를 씩씩하게 낭독하던 시절은 가고 지금 그런 회한이 밀려오는 걸 보면 세월이란 녀석이 참 덧없이도 흘러갔나봅니다. 덧없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 변화는 새로워지는 것이니 이제부터라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에 좀 열심이고 싶어요. 님 좋은 시간 보내세요. 빗방울이 간간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