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기억하고 있지

 

칼날이 내는 길 따라

찍히고,

파이고,

움푹 들어가다

문득, 멈춘 거기

오래된 거울 속 애인 같은

낯익은 얼굴

한 쪽 귀가

찌긋 눌린 곳이 있어

날 선 칼날이

몸을 사려 멈칫거리기도,

 

싱크대 구석진 곳

조곤조곤 씹혀져 나간 시간들을 주우며

아무도 몰래 써 내려가는 나날

수많은 칼금 속에

지우면서 새기는 길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칼을 이겨낸 나무의 생이 있다니!

 

      - 이은숙 님 처녀시집 <북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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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03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얻어 갑니다.^^

소나무집 2006-09-0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이은숙 님이 누구신지 궁금합니다. 요즘 시인은 전혀 몰라서요.

프레이야 2006-09-0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넵^^
소나무집님, 문우회 회원인데 시인으로 2000년에 등단하신 분이에요..^^ 얼마전 시집을 보내오셨는데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가슴에 잔잔하게 와닿은 싯구들이 많더군요

진/우맘 2006-09-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곤조곤 씹혀져 나간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