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야 인도야 나마스테! - 세상을 잘 알게 도와주는 소중애의 인도 여행기
소중애 지음, 남정훈 그림 / 어린른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인도를 떠올리면 동전의 양면 같기도 하고 빛의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색깔을 보인다는 타지마할 같기도 하다. 평화와 구도의 나라, 지저분하고 가난한 나라. 모두가 어느 한 부분만 보고 단정한 결과라고들 한다. 인도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그런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소중애님의 인도여행기다. 초등 5, 6학년 정도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작가 특유의 통쾌 발랄한 말투와 행동이 퍽 친근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작가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기대와 설렘으로 인도를 향해 떠났던 것 같다. 한 달간의 여행기를 이모가 조카에게 깔깔거리며 들려주는 것처럼 이야기가 쉽고 흥미롭다. 읽다 보면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 웃음과 눈물이 묻어나며 점점 빠져든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보았는데 아이들은 인도의 남다른 풍습들에 고개를 내젓고 신기해했다. 작가는 17명의 동행(나이도 성별도 각각.. 작가의 나이가 제일 많았다고 함)과 함께 인도 여행을 하면서 점점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적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조금은 바뀌어간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작가의 솔직함에 있다. 그래도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화는 솔직히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 상대주의를 내세우며 권위적인 말투로 무게 잡지 않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믿지 못할 광경들에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런 점이 아이들로 하여금 간접적으로나마 실감나는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준비과정에서 출발하여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자장면을 먹으며 어린시절 값싼 자장면 외식으로 행복해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여행기는 시작한다. 머릿말 부분에 인도의 지도 위에 여정을 간단히 그려놓았다. 델리에서 출발하여 자이살메르, 우다이푸르, 아그르, 카주라호, 바라나시, 캘커다, 푸리, 하이데라바드, 아루랑가바드, 엘로라 아잔타 그리고 뭄바이까지.. 각 여행지에서의 특징적인 인상을 작가의 재치와 함께 따뜻한 감성으로 엮어낸다. 복잡한 설명은 줄이고 간단하게, 거창한 부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 곳곳에서 느낀 단상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들만의 풍습과 거리의 스케치를 꾸밈없이 그려낸다. 이것저것 사소한 것(먹고 자고 싸고)에서부터 작가다운 맛이 느껴지는 짧지만 깊은 한 마디 한 마디의 글귀들이 여운을 안겨준다.

사람들의 부끄러움은 자기 몸을 가릴만한 크기다.

그림자처럼 삶의 무게를 얹고 사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지친 삶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말없이 서로를 위로할 줄 안다.

궁궐에 가면 죽은 왕보다 살아있는 가난한 내가 행복하다.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신들의 사원이다. 힌두교 신만 해도 4억8천만이라고 하니 그 신을 위한 사원에 다른 종교의 사원까지, 인도는 정말 신들의 나라같이 보인다. 돌로 정교하게 조각한 석상과 이름 모를 사원의 기둥들에서 부터 유명한 사원들까지, 그리고 삶과 죽음이 함께 있는 갠지즈강에서의 스케치는 그저 아름답고 고귀한 느낌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작가 특유의 솔직함으로 그려내고 있어 흥미롭다. 우리나라에도 신도가 2만명 쯤 있다고 하는 바하이교의 사원에 대한 이야기도 솔깃하다. 흰색의 연꽃잎이 수많이 펼쳐져있는 것 같은 바하이 사원, 종교와 국가를 초월한 평화를 기원하는 사원에서 작가도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진지하다. 충분하진 않지만 사진도 적절히 배치되어 볼거리를 주고 삽화는 만화가가 담당하여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체에 걸맞게 아주 재미있다.

'나마스테'란 '안녕하세요?' 와 같은 인도의 인사말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합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네팔에서도 쓰는 인사말이다. 두 손을 합장하며 고개를 약간 숙이며 말이다. 나마스테! 이 말이 담고 있는 뜻이 참 좋다. 신들의 나라 인도는 사람들의 나라임에 틀림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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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0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학년 책들 소개하시는 것 보면 참 대단하시다 싶습니다.

비자림 2006-08-1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마스테, 배혜경님!!!
인용한 구절도 참 가슴에 다가오네요.
언젠가 가고 싶은 나라. 네팔, 터키, 인도...
저는 그런 나라가 왜 끌릴까요?

프레이야 2006-08-1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비자림님, 나마스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