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생일날 ‘선물보다 감사’ 가르쳐라


<멋진 아빠되기>
생일날 ‘선물보다 감사’ 가르쳐라
“아빠, 내일 내 생일인데 무슨 선물 줄거예요?” 중2 딸은 자신의 생일을 상기시키며 커다란 선물을 기대한다. “내일은 엄마가 너 낳는라고 고생한 날이니 한복을 입고 큰 절해야지. 작년에도 했잖니.” “아차….” 우리는 작년부터 아이들의 생일이 되면 한복을 차려입고 엄마, 아빠에게 큰절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아내는 작년의 기억을 잊고 축하파티를 한 후 방으로 들어간다. 교활한(?) 필자는 아이에게 한복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깜짝 놀란다. 딸은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절을 하며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 한마디에 아내는 얼굴에 화색이 돌며 ‘호호’ 웃는다.

갑자기 그 무언가 알 수는 없지만, 가슴 벅찬 공감대가 생겨 아내는 무슨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우선 딸과 함께 살아온 날이 몇일인지 헤아려봤다. 대충 5000일 정도였다. 그리고 주요 사건을 이야기했다. 6개월쯤, 아이가 동전을 삼키다 목에 걸려 얼굴이 파래진 것을 아내의 응급조치로 살려낸 일이 있었고, 세살에는 100세가 넘으신 증조할머니와 살면서 반찬을 가지고 쟁탈전을 벌이던 일도 있었다.

5세에는 소파에서 점프놀이를 하다 탁자 모서리에 눈자위를 부딛혀 주먹만한 멍이 들기도 했다. 10세 때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이글루를 만든다고 아이가 눈을 모아오면 필자는 벽돌을 만들고 마침내 완성했다. 아이는 늦도록 들락거리며 놀았다. 5학년부터는 요리에 취미를 갖더니 외할머니 생신에 쿠키를 만들어 선물을 했다. 친척들의 환호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대화의 분위기는 주체할 수가 없어 딸의 앨범 10권을 갖고 오라고 했다.

아내는 앨범을 넘기며 다시 추억속으로 빠져든다. 막 태어나서 찡그린 표정, 4세 때부터 아이가 그림을 그렸는데 본인의 자화상, 엄마, 아빠의 결혼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 있다. 동생이 돌이 되어 모두 기뻐한 날, 자신의 위치를 빼앗겨서 하루종일 무표정한 얼굴도 보였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의 긴장하면서 단아한 모습이 다시 봐도 예쁘다.

‘당신 아이의 생일은 어떻게 해주나요’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요구에 시달린다고 한다. 갑자기 벼슬이나 한 듯 안하무인격이며, 선물을 요구하는데 금액의 인플레이션도 심하다. 그리고 친구들도 모셔와(?) 파티도 해주어야 한다. 이런 수발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심지어 외식업체에 큰 방을 예약하여 반 아이를 모두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아이의 생일이란 무엇인가? 물론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며, 가족의 경사다. 그러나 엄마가 열달 동안이나 뱃속에서 보호해준 것을 잊기 싶다. 그런데 생일만을 즐기려는 아이의 이기적인 행동을 방관자처럼 바라보는 것이 옳은가.

사실 아이의 탄생은 숙명적이지만 엄마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한다. 바로 사랑과 고통의 결실로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이제는 아이의 생일을 재조명하여 엄마의 존재와 의미를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엄마의 그 노고도 잊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요, 도리요, 인륜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생일이 되면 ‘출산의 날’도 만들어 함께 기념해주자.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감사의 한마디, 한 송이의 꽃 선물은 엄마에게 자식을 키운 기쁨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권오진 ‘아빠의 놀이혁명’ 저자 (www.swdad.com)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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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 시절부터 제 생일에 엄마께 미역국을 끓여 드렸댔죠..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옆지기가 아들에게 네 생일엔 엄마가 가장 많이 아파서 너를 낳은 날이니 엄마 말 잘 듣는 날로 한다 고 해서 울 아들 그날은 제말을 좀 잘 듣죠..^^
자랑이었습니다...냐하~
날씨가 왜 이러는지.. 비는 안오는데 습도 만빵입니다..에구

프레이야 2006-07-1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거봐요. 역시 님의 옆지기님은 좋은 분이에요^^ 받들어~총~
아이앞에서 서로서로를 올려주어야 아이들도 자긍심이 생길거에요.. 울옆지긴 뭐하시나??^^

비로그인 2006-07-1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값진선물보다 미역국은 정말이지 초코파이처럼 끈끈한 정인것같아요...하찮은것같아도 받고나면 감동백배입니다...자기존재를 알려주는 마음의선물이니깐요...제가 아이를 놓아보진 않았지만 긴 고통끝에 놓아주신 어머니께 항상 감사할뿐입니다...받들어~총
정말 올만에 듣는 군대 구호네요^^ 상대방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구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