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청목 스테디북스 25
진 웹스터 지음, 김창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키다리아저씨는 워낙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며 예전에 가졌던 느낌과 다른 것들이 있었다. 중학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우선 편지체라는 점이 아이들이 읽기에 쉽게 느껴졌다. 또한 한 여학생이 멋진 기부자의 도움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독립적인 성장을 하는 이야기와 반전이 재미를 주는 눈치다.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발신되는 답장 없는 편지를 읽어가는 독자는 어느 지점에서부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눈치를 챌 수 있다. 하지만 좀더 이야기에 푹 빠지지 못하는, 아니 이야기에 너무 빠지는, 어쩌면 순진한 독자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에 의외의 결말에 놀란다.

진 웹스터가 이 작품을 낸 시기는 1900년대 초반이다. 당시 미국사회는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사회를 엄격하게 지배하며 보수적인 성향이 곳곳에 박혀있는 시기이다. 주디가 살아온 고아원은 밀폐되고 부조리한, 자유의지나 인격은 무시되는 사회를 상징한다. 18년을 살아온 그곳에서 주디를 벗어나게 해 주는 손길은 어느 평의원의 기부에서 시작된다. 주디의 문학적 재능을 보고 대학 4년간의 학비와 용돈을 넉넉히 지원해주는 독지가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의 대학생활 4년 간의 이야기이다. 신입생일 때와 학년이 하나씩 올라갈 때의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는 주디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신나는 부분은 매력적인 여자를 한 사람 만나는 일이다. 유쾌하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씩씩한 주디. 재치까지 겸비한 주디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훌륭한 공민'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주디는 대학에서 거치는 모든 배움의 과정과 학문의 세계에 무척 열정적이다. 사교적이고 솔직담백한 성격에 자유의지를 사랑하는 주디는 자신의 소소하거나 다소 큰 일까지 스스로 결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키다리아저씨의 경제적 도움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받고 학비를 벌어 많은 돈을 되돌려주기까지 한다.

주디의 독립은 경제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만의 '~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회의 모든 일들에 열린 눈으로 생각하려한다. 불필요한 소비나 사치에는 절제심을 발휘하려 노력하면서도 옷가지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또한 지긋지긋하게 생각해오던 고아원 세계를 4학년이 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 이른다.  고아원은 또 다른 세상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준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말이다. 매초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겠다고, 불행을 느끼는 순간(하다못해 이가 아플때도) 에도 행복을 생각하겠다는, 밝은 기운이 넘치는 인물이다.

이 책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 주디. 그녀는 언제까지나 그런 친구로 우리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의 여자가 부유하고 멋진 남성을 만나 행복으로 간다는, 어쩌면 신데렐라 같은 결말이라 하더라도 이 이야기가 아직도 읽히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개척하며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되기 위해 바람직한 성장을 하는 재능있는 인물이라면 이런 정도의 행운이 따를 수도 있다는, 아니 따라야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작가는 실제로 대학시절의 한 어려웠던 친구를 모델로 주디를 그려냈다고 한다. 그러한 친구도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은 주디와 주디가 사랑하게 되는 남자 (결말이 나오기 전에는 명문가의 도련님이지만)의 매력적인 품성이 더욱 독자를 끄는 게 아닐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6-07-0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른이 되어서 읽어보니 주디가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키다리 아저씨 그후 이야기도 재밌답니다. ^^